1. 신학기가 시작되어 정신 없었던 3월이 지나면 조금은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4월은 더 정신없이 흘러갔다. 엄청난 몸치이자 소심한 큰 아들이 4월에 국기원 심사가 잡히면서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잡아 주느라 고생좀 했다.^^ 4월 5일부터 시작된 국기원심사 훈련은 혹독했다. 남들은 평소처럼 한시간 수업하고도 쉽게 심사에 가는데 어느날 관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우리 아이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혼자 남겨서 관장님께서 직접 개인 교습을 해야겠단다. 안그래도 행동이 느린 아이가 두시간씩 운동을 하고와서 나머지 일들을 제대로 할지도 걱정이지만, 관장님께도 죄송했다.

2. 혹독한 훈련이 시작된 첫주 주말 태권도에 간지 세시간이 넘어도 아이가 오지 않는다. 안절부절하는데 관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이가 힘들다고 울면서 엄마를 찾아서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면서 잘 마무리 지었으니 칭찬을 많이 해주란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잘했냐는 나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일뿐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눈물이 나오는걸 나에게 들키고싶지 않은듯 하여 그냥 수고했다며 안아주었다. 그 날 저녁 일기를 쓰는데 "힘들었지만 울지 않았다."라고 쓰길래 아이에게 일기는 거짓으로 쓰는게 아니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낮에 네가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태권도장에 찾아갔다가 보았다며, 관장님께 들은 얘기를 내가 본 것처럼 얘기했다. 힘들겠지만 그만큼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올거라며 다독여주자 또 다시 눈물을 짓는다. 이 여린 아이를 어찌할지~~~

3. 하루 두시간씩의 훈련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때문에 영어학원의 숙제도 이루어 두었다가 주말에 몰아했다. 그러다보니 아이도 힘들어 하고, 아이를 다그치는 나도 많이 힘들었다. 그렇게 서로가 힘들어 하는 중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일이 생겼으니... 아이와 함께 재활용품 활용하여 만들기로 제출했던 작품 <WALL-E>가 공작물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2학년 들어 처음으로 받은 상장에 아이는 사기충전 자신감 빵빵~~ 활기가 넘쳤다.^^



4. 그렇게 3주간의 혹독한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심사 전날인 23일이 되었다. 아!! 우리의 소심군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부터 걱정되어 잠이 안온단다.ㅜㅜ 그냥 평소 연습하듯이 하라고 엉덩이 토닥여주니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24일 아침... 심사장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니 내가 다 떨린다. 자신감 부족으로 항상 남의 눈치보느라 한박자씩 느렸었는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남들보다 반박자 빠르게 진행한다. 겨루기도 다른 도장 아이와 했는데 다행인지 우리아이보다 못하는 아이랑해서 훨씬 우세해 보였다. 겨루기가 심사 점수 반영은 작다지만 그래도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좋았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아이는 하나도 안 떨렸다며 자기는 실전에 강한가보다며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



5. 국기원 심사를 하던 4월 24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11주년이었는데, 씩씩해진 큰 아이를 보는것만으로도 큰 선물이 되었다. 아이도 아빠,엄마에게 큰 선물을 준것 같아 기분이 좋다니, 이런 날은 맛있는것 먹으러 나가주어야 한다. 아!! 그런데 긴장줄을 놓은탓인지 오후부터 두통이 밀려왔다. 그래도 아이들과 약속했으니 저녁에 맛난것 먹으러 나갔는데 도대체 뭘 먹었는지 기억에 없다. ㅜㅜ

6. 국기원 심사의 고비를 넘기고나니 4월 28일은 중간고사다. 4월 내내 국기원 심사 연습으로 지쳐있는 아이에게 문제집 풀으며 공부 시키기 뭣해 포기했는데, 그래도 시험이 닥치니 걱정은 된다. 아이는 천하태평인데 엄마인 나만 걱정이다. -.-;; 벼락치기로 26, 27일에 문제집 풀어가며 부족한 부분 가르쳐서 학교로 보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시험이 너무 쉬웠다며 100점이라고 큰소리 치지만, 항상 실수를 해서 틀려오니 기대는 안한다. 엄마의 마음은 공부를 안했으니 시험을 못봐서 다음부터는 공부를 열심히해야 시험을 잘 본다는걸 배워주기를 바랬는데 시험이 쉬웠다니 아쉽다.^^

7. 4월 30일엔 봄소풍을 가신다니 김밥과 간식 준비를 해야했다. 주초부터 비오고 바람불고 짓궂었던 날씨 때문에 걱정했는데, 그래도 29일부터는 날씨가 좋아져 다행이다. 29일엔 마트를 휩쓸고 다니며 간식거리와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아이의 소풍이 즐겁기를 바래본다.

8.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준비해서 아이를 보내놓고 다시 마트로 향했다. 갑자기 학교에서 주말에 생일 파티를 한단다. 3,4월에 생일이 지난 일곱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하는데 선물은 주고싶은 사람에게 하나만 준비해 오랬단다. 하지만 그게 어찌 그러나... 그러다 인기가 없어 선물을 하나도 못 받는 아이는 어쩌란 말인지 살짝 선생님이 이해가 안되었다. 그래서 나는 똑같은 일곱개의 선물을 준비해서 학교로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명의 아이중 말썽을 많이 부리는 한 아이가 있는데 선물을 제일 적게 받았단다. 그리고 그 중에 공부도 잘하고 이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선물을 제일 많이 받았단다. 다른 엄마들은 나같은 생각을 안했나보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일곱개 선물을 모두 준비해온 아이는 몇명 없었단다.

9. 바빴던 4월이 지났는데 5월도 여지없이 바쁘다. 5월의 첫날부터 둘째 유치원 행사때문에 또 김밥 싸들고 산으로 향했다. <아빠와 함께하는 숲속유치원>이라는 행사를 했는데, 놀토가 아니라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집으로 가기로했다. 행사의 마지막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로 이쁘게 노래하며 율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큰아이도 그러더니 작은아이마저 뻣뻣하게 서서 실망을 안겨준다. ㅜㅜ 평소에는 애교도 많이 부리고해서 내심 기대했건만 어찌 하나같이 그러는건지...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큰아이에게 전화하니 더 놀고싶다며 눈물바다다. 어려서부터 친구집가면 집에 안간다고 울더니 커서도 변함이 없네...ㅜㅜ

10. 5월 2일은 절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단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갖춰입기를 안해본지라 막상 나가려니 옷이 없다. 드라마에서 주부들이 특별한 모임에 갈때 장농을 뒤집어 업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내 모습이 그렇게 될줄이야... ㅜㅜ 결국 산에 다녀온 토요일 저녁 아이들을 옆지기에게 맞기고 쇼핑에 나섰다. 이럴때 딸이 있으면 함께 다니면 좋은데 아들만 있는 나는 결국 혼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온가족이 함께 나오면 좋겠지만 두넘 때문에 정신이 없고, 큰 아이가 숙제를 해야해서 어쩔 수 없었다. 쇼핑의 천국인 우리 동네 여기저기 쑤시며 보았더니 옷 값이 왜 이리도 비싼지... 그렇다고 한번 입자고 정장을 구입하면 다시 안 입을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든다. 결국 다섯시간 다리품을 팔아 가볍지만 갖춰입은 듯한 세미정장 스타일로 저렴하게 옷을 구입했다. 옆지기는 이번참에 좋은 옷 한벌 사라고 얘기하지만 어디 살림하는 주부가 그런일이 쉽게 되는가?

11. 5월 2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지만 식장이 있는 동대문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결국 예식은 12시인데 12시 5분에 도착해 신부랑은 얘기한번 나눠보지도 못했다. ㅜㅜ 동대문에 있는 케레스타라는 곳인데, 내가 결혼할때와는 달리 식장 분위기가 너무 세련되고 멋있어졌다. 거기다 신랑이 신부를 위해 축가를 부르는데 완전 가수 뺨친다. 중요한건 신부를 바라보며 눈물까지 흘려가며 부른다. 아~~ 뒤늦게 결혼하는 친구가 동갑내기 신랑을 만나 완전 복받았다.^^ 얼마전에 예비부부와 친구들이 모여서 1박 2일로 여행을 간적이 있는데, 난 시댁제사 때문에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 결혼식날 신랑 얼굴 처음 보았지만 인상도 좋아 보이고, 뒤 늦게 결혼하는 친구가 그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수다떨며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래도 역시 오래된 친구들이 좋긴좋다.^^ 모두들 함께 온 가족들이 있어 오래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우리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떠나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친구들과 헤어져 시댁으로 향했다. 5월 8일 어버이날에 가족모임을 하기로했는데, 아버님이 바쁘셔서 2일로 당겨서 하기로 했단다. 시댁식구들과 모여 식당에서 샤브샤브 요리를 먹었다. 원래 외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님이셨는데, 대세가 그렇게되니 요즘은 어머님도 가끔은 따라주신다. 그러면서도 집에서 해먹는게 제일 맛있다고 늘 말씀하신다. 하지만 어머님의 마음은 돈이 많이 들어 싫어하신다는걸 난 너무나도 잘 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어버이날 행사도 치루었으니 이제 좀 한가해지는건가?

13. 라고 생각했는데 내일은 또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옆지기의 회사에서 행사가 있어 다른 고민 안하고 회사로 놀러간다. 작년에는 경기가 안좋아 행사를 취소했는데 올해부터는 다시 한단다. 이것도 미리 신청해야지 갈 수 있는데, 잊지않고 미리 신청했나보다. 아이는 내일부터 9일까지 단기방학에 들어간다. 옆지기도 그때에 맞추어 연차를 쓰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잔다. 으악~~~ 난 정말이지 지금 아무것도 필요없고 푹~~ 쉬고싶다. 저질체력으로 이 많은 일들을 치뤄내고나니 지금 감기가 들어 콧물 찔찔 흘려가며 추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움직여줘야겠지... 오늘이 지나면 감기 뚝~하고 다시 씩씩해져야겠다.^^

14. 어제 아침부터 몸이 안좋다. 지난 4월은 정말 나에게 무리한 한달이었다. 이래저래 일이 많아 몸도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활짝 웃으며 가방을 열어보란다. 지난주에 과학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상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학교다니며 그림그리기로 상을 받은건 처음이다. 그림도 잘 못 그리지만, 행동이 느려 항상 미완성으로 제출을 해서 그렇다고 아이는 말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머리를 써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물감으로 바탕을 칠하면 빠르니 그렇게 하라고 준비물을 챙겨 보냈었다. 아이는 엄마 덕분에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상장 하나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엄마가 시키는데로 숙제도 잘해주고,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

15. 그나저나 아줌마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한가해지는 걸까? 둘째까지 유치원에 보내고나면 시간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더 많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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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아줌마는 아이들 군대나 가야 한가해질듯 하옵니다.
바쁘면서 그렇게 사는거죠 뭐.
직장 댕기면서 아이들 키우는 저를 보면서 위안을 삼으세용. 요즘 슬슬 지쳐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어린이날 되세요.
저는 시험보는 중딩 딸내미땜에 하루종일 방콕할 예정이랍니다. ㅠ

같은하늘 2010-05-05 01:33   좋아요 0 | URL
요즘 같아선 아들 군대 보내놓고 마음 편할 날이 없을것 같아요.ㅠㅠ
안그래도 제가 이렇게 바쁠때면 직장 다니는 슈퍼우먼들을 존경합니다.^^

프레이야 2010-05-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11주년 축하드려요~~~
정말 어디 자리 나가려면 막상 입을 옷이 없어요.ㅎ
그래도 이리 바쁘게 지낼 때가 좋은 거라우~

같은하늘 2010-05-05 02: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항상 눈앞의 행복을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하는게 문제지요.ㅎㅎ

순오기 2010-05-05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약한 몸으로 수많은 일을 치루느라 고생하셨어요.
재활용품으로 만들기, 그 정도면 상탄다고 내가 댓글 달았었죠.ㅋㅋ
엄마의 역할이 많을 때가 좋은 시간이어요.^^

같은하늘 2010-05-05 01:35   좋아요 0 | URL
저보다 인생을 먼저 살아오신 분들은 모두들 그렇게 말씀해 주시지요.
아들만 있다보니 엄마의 역할 그리 오래하지 못할듯 싶으니 할 수 있을때 즐겁게 해야겠지요? ^^

순오기 2010-05-05 01:43   좋아요 0 | URL
어~ 피곤하다면서 아직 안 자고 있어요?
개구리네 한솥밥, 2학년 읽기에 실린 그림이 보림에서 나온 그대로에요.
보물창고와 어떻게 다른지는 나중에 포토리뷰로 올려볼게요.^^

같은하늘 2010-05-05 01:57   좋아요 0 | URL
5일까지 리뷰를 올리기로 한 책이 있어서 이러고 있네요.^^

마녀고양이 2010-05-0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바쁘신 4월이네요, 5월도 만만치 않으실듯.. 에긍.
국기원에서 잘 해낸 아이가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저도 올해 2월에 11주년이었는데, 우리 비슷할 때 결혼했네요.. 축하드려염!
그리고.... 건강 꼭 챙기세요. 저도 요즘 비실거리는게,, 영. 같이 운동해염!

같은하늘 2010-05-11 02:13   좋아요 0 | URL
2월에 11주년이었다면 그렇네요. 그럼 우리 나이도 비슷할까요? ㅎㅎ
엄마의 건강이 가정의 행복이예요. 아자아자~~

마노아 2010-05-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가쁘게 바쁜 나날들이었어요. 그래도 대견하고 뿌듯한 순간들이 굳게 자리하고 있네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가봐요. 제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인데, 부모님들은 모두들 대단하십니다. ^^

같은하늘 2010-05-11 02:13   좋아요 0 | URL
머지않아 경험하시겠지만 뭐 그렇게 흘러가면서 저도 같이 배우는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5-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숨가쁘게 읽었어요. 무지 바쁘셨네요. 아직도 바쁘게 보내고 계실 것 같아요.ㅎㅎ

같은하늘 2010-05-11 02: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매일매일 바빠요. 한가하게 혼자 있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