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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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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건 부끄럽게도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단편 <그 여자네 집>이 다 였다. 작가님이 돌아가시고 더 이상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는데 미발표 소설이 수록된 유고작 <노란집>이 나왔다. 첫 장인 '그들만의 사랑법'은 영감님과 마나님이라 등장하는 노부부의 고즈넉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님이 마지막으로 한 번 멋진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다 벼르면서도 세대 간의 상상력 단절 때문에 포기하셨다는데, 미처 태어나지 못한 작품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그들만의 사랑법'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아치울 노란집에서 들려주시는 수필 형식의 이야기인데, 좋은 단어와 문장이 많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체득하려 오랫동안 곱씹으며 읽었다. 나중에 필사 연습을 해보려고 하는데 좋은 문장이 가득한 이 작품을 도전해보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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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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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 불편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면 나는 유죄라는 소리 아닌가. 루 살로메의 '사랑받지 못했다는 말은 살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란 말을 듣고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아이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가 친필로 쓴 '애정 결핍이라는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이란 글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본문에 삽입된 황지우 시인의 <뼈아픈 후회>란 시도 개인적으로 깊이 새겨 들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아쉽게도 지금까지 '시청률 제로에 도전하는' 그녀의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 종영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수고에 감사를 느꼈다. 필자는 특히 '늙은 배우 에피소드'가 감명깊었는데, 책에서도 배우 나문희 선생님과 윤여정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책 속에 드라마에 등장한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실려 있어,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마냥 주인공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에세이의 장르적 특성상 신변잡기 형식이 강해서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를 잡기는 힘든데, 한 편의 글마다 삶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는 것을 옅볼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와 <바그다드 카페>, <화양연화>나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에서 느낀 감상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불우하고 방황하던 젊은 날과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과오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특히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하고 못다한 효도를 아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절로 눈물을 자아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노희경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핏줄 도서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장석남, 김선우 해설, 클로이 그림
 클로이 님의 그림 덕에 글이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 그림을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을 위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떠나간 부모를 그리워하고 못다한 효도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구절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한순간, 친구가 좀 못해도 나도 못하니까 별로 서운함도 없을 거고, 내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준 것도 없는데 따뜻한 빛을 주는 해님이, 바람 주는 바람이, 보든 말든 피어 있는 들꽃마저도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한순간이나마 일게 될 거란 것도요. 그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세상이 살 만하단 걸 알게 될 거란 말도 함께요.(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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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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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짝에도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똥친 막대기'가 대하소설 <객주>로 잘 알려진 '길 위의 작가' 김주영 씨와 순박하고 서정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강산 씨를 만나 단단하게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로 탄생하였다. 우화 형식이기 때문에 작중 화자는 '똥친 막대기'이다. 그는 어미 백양나무 곁가지로 태어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한 순간에 '똥친 막대기'로 전락하고 만다. 흔히 하찮고 미미한 것을 '똥친 막대기'라고 비유하니, 그의 인생이 얼마나 고난의 연속이 될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화물 열차에서 연달아 울리는 기적 소리만 아니었어도 깜짝 놀란 암소의 '소몰이 회초리'로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버림받으면 더 이상의 모험도 끝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를 잊지 않은 농부의 손에 이끌려 소녀 재희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의 모험이 계속되듯이 그의 고난도 계속 이어진다. 마음속 깊이 짝사랑하던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가 된 것. 암소를 때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던 그는 재희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죄책감에 눈물 겨워하다가, 또다시 농부의 손에 이끌려 측간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똥 부수는 일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똥친 막대기'가 된다. 힘든 일이 닥쳐도 기적을 꿈꾸며 이겨내던 그에게 크나큰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세주는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재희였다. 측간에 놓인 그를 집어들고 동네 개구쟁이를 위협하는 '살상 무기'도 되었다가, 개구리를 낚는 '낚싯대'도 되었다. 그러나 실컷 놀고 재희에게 버림받은 그는 든든한 어미 나무의 품을 그리워한다. 그의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홍수로 불어난 물에 이리 저리 떠내려가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잘 쓴 우화가 탄생하였다는 기쁨을 감출 길이 없다. 이 책은 10권으로 완간될 연작그림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똥뒷간 생쥐의 기막힌 생애>와 <똥파리의 일주일>(가제)같이 제목에 '똥'이 들어가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극중 지휘자 강마에가 실력이 부족한 단원에게 "똥덩어리"라고 몰아붙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단원이 실제 공연에서 솔로 부분을 멋지게 연주하게 된다. 앞으로는 이처럼 크게 될 '똥'을 쉽고 만만하게 여기지 않아야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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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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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호 작가의 신작 성장소설인가 했더니, 30년 전에 출간된 작품을 리라이팅(Rewriting : 다시 쓰기)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요즘 나오는 성장소설이 발칙한 데 비해 다소 건전하다 싶더니만. 게다가 왠지 제목도 <우리들의 시대>가 더 어울린다 싶었다. 알고 보니 1973년에 원제인 <우리들의 시대>로 출간하였으나, 같은 해에 출간한 <별들의 고향>에 비해 별다른 이목을 받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어떻게든 재발견된다든가. 개정판과 축약본을 거듭하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원작에 가장 가깝게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아깝게 묻힌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작품을 재발굴한 것이다.

 독자로써는 기쁘기 그지 없는 일이고, 작가로써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부모세대에게는 '지난 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나처럼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는 '지난 날의 낭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앞에서 건전하다고 투덜댔지만 그것은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니라, 한없이 맑고 투명한 그 시대를 날것 그대로, 어떠한 꾸밈이나 포장없이 펼쳐지는 것에 눈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전학생 영민과 주인공을 포함한 다섯 명의 악동이 친구가 되는 모습도, 짝사랑의 실패로 방황하던 모습도 순수함을 간직한 채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스스로 그 상처를 이겨낸다.

 그때의 수치심은 이상하게도 훗날 내가 자라났을 때에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은 상흔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라날 때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접목할 때 나뭇가지를 꺾어 상처를 내는 예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내 마음에 상처를 그어 내린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접목이 아니겠는가. 

 이후 주인공은 친구들에게 '개똥철학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지만, 시를 읊으면서 친구들의 상담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머저리 클럽'은 후에 Y여고 학생들과 영합해 '샛별 클럽'이 되고, 그곳에서 한 여학생을 만난다. 그녀와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가는 사이에 3학년이 된 그들은 학업에 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주인공의 친구는 그 압박감에 가출을 감행한다. 무엇보다 친구를 걱정하던 '머저리 클럽' 멤버들은 방황을 마치고 키가 한 뼘 큰 친구를 기쁘게 맞아준다. 친구의 성장을 바라보며 주인공은 다시금 자신들의 성장을 인식한다. 아직은 그것이 무언지 모르지만 자신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무언가 가슴 속에서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새에 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밤중에 호박덩굴이 움썩움썩 크듯 그리하여 우리가 잠든 새에 호박덩굴이 수수깡 울타리를 타고 넘듯 우리의 심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루어져서 우리의 키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계의 시침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도 그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와 만날 때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러는 한편, 주인공의 다짐처럼 그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후회와 그로 인해 생생하게 기억할 수 없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러한 학창시절이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하던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때의 우정 또한 지금의 나를 지탱시켜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교가에 흔히 등장하는 정기를 이어받을 학교 뒷산이 없어서 아쉽지만 장미로 이뤄진 작은 정원이 있었고, 교내에 혼자만의 공간은 없지만 삼삼오오 둘러앉을 수 있는 자그마한 돌탁자가 있었다. 가끔은 그때가 그립다. 지금도 추억은 내 가슴 어딘가에 숨쉬고 자라고 있겠지?

인상 깊은 구절
 "아냐. 그렇지 않을 거야. 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거야. 난 세월이 지나간다 해도 우리의 일들,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감정 모두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야. 설사 어른들이야 늘, 너희 나이 땐 모른단다, 좀 더 나이를 먹어 봐야 한단다, 그런 말을 하지만 난 우리 때의 이것이 가장 소중한 것으로 믿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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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 아흔아홉 번의 세탁계약과 거울의 세 가지 수수께끼 판타 빌리지
조선희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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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세계와 8년 간 조우하면서 '국내 판타지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그런데 요즘 심상치 않은 행보가 눈에 띈다. 우선 그 첫 번째로 '국내 장르문학의 기반을 다지려는 출판사의 시도'이다. 그 예로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을 들 수 있다. 경계문학을 지향하며 대중문학의 새로운 주류로 발돋움하겠다는 기치도 마음에 들고, 최근 출간한 두 작품도 기존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탄탄한 텍스트와 흥미진진한 전개, 충격적인 결말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작년 한 해 장르시장 전반에 나타난 '라이트 노블의 약진'으로 재야에서 무공을 연마한 고수다운 국내 필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로 '기성 장르문학 작가의 출판사 설립'이다. 그 예로 판타지 작가 홍정훈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넥스비전 미디어웍스'를 들 수 있다. 대여점에서 유통되는 국내 장르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취약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메이저 출판사의 장르시장 진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블마인의 신인작가 공모'이다. 재능있는 국내 신인작가 발굴에 힘쓰는 출판사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에 노블마인에서 처음 선을 보이는 국내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희 작가가 이미 '제2회 한국판타지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몇몇 작품을 통해 검증받은 작가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공모 형식으로 출간한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처음 물꼬를 튼 의미있는 작품이기에 필자 또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기존의 강한 영웅이 등장하는 '검과 마법'의 판타지적 설정에서 벗어나, '세탁부'인 여주인공과 '아흔 아홉 번의 세탁 계약'을 주된 설정으로 삼고, 생동감 넘치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과 다양한 동화 속 모티브를 차용하여,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 넣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인명'에 관한 부분이다. 주인공인 '프리가(Frigga)'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자 오딘의 아내이며 결혼과 출산의 수호신이지만,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이름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말 어감을 살린 '미남 제빵사 꿀빈'이나 '팔랑 부인'같은 이름과 비교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자가 보여준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물간의 투닥대는 대화를 통해 재미를 한층 가미하고, '아이작 올드턴(Isaac Oldton)'같은 패러디를 이용해서 간간히 웃음을 준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악역의 본격적인 활동으로 인해 긴장감이 더해지고, 결말에 이르러서도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판타지 세상을 이렇게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지만 인물들의 재치있는 대화와 재기발랄한 행동으로 시종일관 웃음과 재미를 놓치지 않아 어느 순간 줄어드는 페이지를 아쉬워하게 된다. '프리가'가 과연 '마법사와의 계약'을 무사히 완수하고 '야즈다 99번지'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바란다. '프리가'가 한 방에 '졸도'시키고 싶다는 '불법 마법사 졸토'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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