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집 앞에서 집을 잃은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께서 우리 집 동호수는 물론이고, 집에서 학교까지 오고가는 길을 일러주셨다. 우리 동네는 단지가 넓어서 흡사 아파트로 이뤄진 미로같다. 그렇게 초등학생 때에는 일주일 내내 다른 경로를 통해 집을 찾았다. 마치 탐험하는 것처럼. 그것이 나의 혼자 놀기 방식이었고, 당시의 나는 낯선 곳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떠오른다. 학교 앞에 포진한 교회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뒷문으로 나가서 집을 찾기도 하였고, 집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도 결국은 어떻게든 집에 도달하는 방법을 나 혼자 터득했다.

 서두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각자 자신만의 혼자 놀기 방식이 있다는 말하고 싶어서다. 이 책에선 나오지 않지만 나는 '혼자 놀기 최강 스킬'을 구사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혼자 공연보러 다니는 내 동생이다. 혼자 밥먹기나 혼자 영화보기야,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혼자 공연보기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분명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먹기보다 상위 레벨에 속하리라. 학생 신분인 그녀에게 뮤지컬 같은 공연 분야는 고급 취향인지라,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어려우니 홀로 즐기겠다는 것이 그녀의 모토다. 무슨 전문직 여성 마냥 한 편을 세 번이나 보는 것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상 나와 동생의 혼자 놀기 방식에 대해 말했다. 물론 나는 과거완료형이고, 동생은 현재진행형이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이제 이 책에 대해 말해야할 차례가 왔다. 나는 이 책을 '일상의 여행서'라 이름 붙였다. 여행서로 손색이 없을 만큼 아기자기한 사진과 그날그날의 감상, 그리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전해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혼자 놀기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여행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멈추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 지하철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이에게 확대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혼자 놀기를 완성한다. '따로 또는 같이'의 경계를 허물고 영역을 확대시킨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나를 찾아 떠나는 일상의 여행서. 진정한 의미의 혼자 놀기. 따로 또는 같이의 경계를 허문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핏줄 도서
 혼자살기 1 / 박지영
 혼자살기 2 / 홍시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역설적이게도 혼자 놀기에 도전하려는 사람보다는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이 그리운 사람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하나의 공간을 다른 시간에 여행하는 것은 도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공간은 자란다. 그러니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에 여행하면 다른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붛라는 우리 돈에도 새벽에 만나보니 다른 모습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 타러 가면서 만나는 우리 동네와 주말 오후 기분전환 삼아 나선 우리 동네는 아주 아주 달랐다.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간에 만나는 것은 새로운 공간을 만나는 여행만큼 신나는 일이다. 공간 이동 여행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을 다른 시간에 있어보는 시간 이동 여행이다.(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세트 - 전4권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비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중학생 때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통해서다. 여행하면 막연히 해외여행을 생각했던 어린 내게 우리 땅에 촘촘히 내 발자국을 새기고 오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 홀로 국토종단을 나선 그녀에게 방 한 칸을 내어주고, 밥 한술을 더 얹어주는 그네들의 정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껏 국토종단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꿈만으로 키우고 있지만 언젠간 꼭 이루리라 다짐하고 또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여행은 떠나는 자만의 것이다"란 구절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고 떠나는 이를 동경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첫 발을 내딛는 게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혹자는 나처럼 꿈만 꾸거나 끝내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오랫동안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꿈에 다가선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나도 이제부터 꿈을 이루기 위한 구름판을 준비하려 한다.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내서 힘차게 도약한다. 그리고 그녀처럼 씩씩하게 날아오르리라.

 12년 만에 개정판을 출간하며 그녀도 나름 감회가 새로웠으리라 생각한다. 이토록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젊은 날의 자신을 재회하며 또 다시 즐거워 했으리라. 당시의 문장을 전혀 손보지 않은 점도 훌륭하다. 책 속에선 그녀의 열렬한 젊음이 날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그녀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독자에겐 즐거움이었고, 그녀 자신에겐 자신의 젊은 날을 소중하게 지켜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스스로의 가치를 지니고 지금까지도 환하게 빛을 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오자키 데쓰오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스테디 셀러『내 영단어장을 공개합니다』의 자매격으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숙어편이 나오게 됐다고 한다. 저자인 오자키 데쓰오는 법학부를 졸업했지만, 국제 무역을 전공하고 현재 외국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를 보면 그가 얼마나 다방면에서 영어와 접목했는지 알 수 있다.

 전공인 법률과 관련해 [미국의 헌법 역사]와 [법률 용어 사전]도 출간하고, 부전공인 무역에 관련해 [비즈니스 영어]에도 능통하고, [해외 여행 가이드]를 낼 정도로 외국의 문화에도 익숙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학습자를 돕는 쉽고 재미난 [영어 학습서]를 다수 집필했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집필한 영숙어 단어장이다. [영어 학습서]라고 단순히 [학습]에만 머물지 않고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첫 장인 [숙어를 공부하기 전에]에서는 숙어의 구성 요소가 되는 전치사와 부사의 뜻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림을 잘 활용해서 보여준다.

 그 다음 장부터는 [하나의 단어]와 관련된 숙어를 보여준다. 나는 숙어라고 특별히 어렵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숙어 또한 [단어의 조합]일 뿐이고, 문장 속에서 [하나의 단어]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단어를 외우는 영단어 책이 있었듯이, [하나의 단어]가 속한 숙어를 보여주는 식이다. 

 그러나 방식은 좋았지만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고, 마인드 맵으로 다소 산만하게 구성된 것이 약간의 흠이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그림을 활용한 연상 표현이 적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Come]의 경우에는 [~을 (뜻밖에) 만나다]를 뜻하는 [come across]에서 across가 [교차되는 이미지]라고 적혀 있으나, 이것을 그림으로 활용하여 표현했다면, 더 연상 효과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간혹 예문도 없이 뜨는 숙어가 나오는데, 예를 들면 [제안하다]를 뜻하는 [come up with]와 같은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up]과 함께 반대 의미를 갖는 [down]을 떠올리니, [come up with]를 [병에 걸리다]를 뜻하는 [come down with]의 위에 위치하게 하면 좋을 것같다. 물론, 반대 의미를 나타내는 화살표는 [회복하다]를 뜻하는 [come to]와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은 변함없다.

 그 다음 장에선 동명사/부정사/분사를 이용한 문법적인 구문이 나오고, 파트 번호 51번부터 100번까지는 깔끔한 편집과 그림을 활용한 부분이 돋보인다. [수를 세는 방법]에선 헷갈리는 단위 표현들을 그림과 함께 정리했고, [동물]과 [여러 가지 색]부분에선 동물과 관련된 속담이나 동물과 색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영어 문화권과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생활/의학/컴퓨터 용어와 국제기관과 경제/경영 용어의 약어를 정리한 부분은 상식에 보탬이 되어 좋았다. 다음 장인 [간판/표지판으로 쉽게 배우는 숙어]는 해외 여행 시에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이뤄져 일회독으로 그치기엔 아쉽다. 그리고 저자가 [여행 가이드]까지 집필할 정도로 영어 문화권에 정통해서, 같은 영어권이지만 단어를 달리 쓰는 미국과 영국의 영어 사용 습관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단어 같은 숙어들]은 철자가 많은 고급 어휘들로 구성되어, 이 단어를 마스터하면 CNN 방송을 듣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특별히 접착이 우수하고 책 넘김이 편한 PUR방식으로 제본해서 독자를 배려한 측면이 돋보였다. 숙어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책장이 활짝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 더욱더 돋보였다. 왜 그간 학습서들은 이런 제본을 하지 않았나 몰라.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일본인 저자의 학술서나 학습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영문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책이 오래전에 출간된 일본 영문법 책을 번역한 것이고, 우리가 학창 시절 내내 배운 것이 [죽은 문법]이라는 충격에 일본인 저자의 영어 학습서를 기피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번역 학습서는 번역에 번역을 거친 것이라 의미가 모호한 문장이 많다. 그래서 학습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문장력 - 논술 수험생.비즈니스맨의 글쓰기 비법
히구치 유이치 지음, 이완 옮김 / 논리와상상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진짜 문장력
글쓰기는 자기연출이다
 
논술 수험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논술 지도서가 나왔다.
내겐 의미가 깊다. 처음 읽어본 '글쓰기 지도서'이고, '2006년에 마지막 읽은 책'이다.
 
작가가 제 1장에서 제시하는 '글은 곧 그 사람이다'란 상식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글만 가지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공감이 간다.
두 번째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글쓴이가 자신을 더 좋게 포장하려 하기 때문에
'착한 어린이'식 글이 되어, 개성 없는 글이 되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말 중에 가장 공감한 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쓰라'가 아니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내라'는 편이 '쓴다'는 행위와 어울린다"는 말이다.
 
처음엔 작가가 제기하는 '형식 예찬론'에 의구심을 가졌다.
형식만 가지고선 글이 완성될 수 없다. 그것은 '작문·에세이 쓰는 법' 편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형식'이란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코스이자, 사고의 절차'란 작가의 말에 공감하고,
'형식'을 습득하고 응용해서, 자신만의 문체를 개발하면 개성있는 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쓰기는 자기연출이다'란 말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고, '포장'을 하라고 하고 있다.
'연출'이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인데,
그것은 진심으로 우러나온 행위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그것이 아닌데.
 
확실히 '글쓰기는 자기연출'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옳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자기연출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글이란 것이 항상 누군가가 봐주길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난 이 책을 통해,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글을 올리는 것이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드러냄으로써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이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물론 내 블로그에 방문자 수나 스크랩 수가 많다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개인 블로그이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침해하는 일은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일상적인 일을 기록한 일기의 경우,
'이웃공개'를 한다. 그만큼 글이란 것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논설문을 쓸 때, 자신이 판단한 의견과 근거만을 쓰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반대의견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야가 넓음을 어필하고
일방적인 문장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문제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연습문제'는 오히려 글을 흥미를 떨어트리는 것 같다.
그러나 '모범해답문'이나 '예문'들은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편집상의 실수로 약간의 오타가 있는데, 읽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 -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
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Under The Black Flag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고, 다도해 해상이라 해적 활동의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후기 신라시대에서 후삼국 시대까지 신라구(新羅寇)라는 해적집단이 존재했었다.
 
 그렇다니 더욱 '해적'에 흥미가 가는데,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보고 '해적'의 전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목마름을 채워 줄거라 여겼던 책이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영화나 책을 통해 '낭만적인 무법자'의 이미지로 그려진 '해적'들에게서 '낭만'이란 포장을 벗겨내는 것이었다. 저자는 '정부 공식 문서'와 '해적 선장들의 일지',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해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우리의 '낭만적인' 판타지를 무참히 깨트린다.
 
 그렇기 때문에 원제인 <Under The Black Flag>를 대신한 번역본의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이란 제목에 의문을 감출 길이 없다. 이러한 '제목'과 '내용'의 괴리감은 '독자'의 기대를 져버리고 배반하는 행위이고, 이렇게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검은 깃발 아래>란 제목을 왜 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무수한 오타들 속에서 독자를 헤매게 만든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나, 적어도 '동일 용어의 통일'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본문과 지도에서 동일한 지명 또는 인명을 거론하고 있으나, 표기가 달라 독자의 고충을 배가시키고 읽기 힘들게 한다.
 
 또한 이 책의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차례는 '유명한 해적 선장의 이름'별로 나눈게 아니라, '해적들의 삶과 생활'별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유명한 해적 선장의 경우 다소 산발적으로 거론되게 된다. 그렇다면 책의 말미에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사료를 빼고, 자주 등장하는 용어나 이름 별로 색인을 만들어, 독자가 찾아보기 쉽게 만들 순 없었을까. 이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행해져야 할 것들이었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편집이나 잦은 오타를 배제하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아주 '최악'은 아니다. 오히려 '헨리 모건 경'이나 '키드 선장', '블랙 비어드(티치 선장)'같은 유명한 해적 선장들의 일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기도 했었다. 특히, 폭풍우 속에 벌어진 바돌로뮤 로버츠와 영국 해군의 전투는 <캐리비안의 해적 3>에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진 전투를 생각나게끔 한다.
 
 '헨리 모건 경'은 이름에 붙은 '경'이란 칭호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해적이다. 그가 기사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략선(프라이버티어)'이란 개념 때문이다. '사략선'이란, 적국의 선박을 공격 및 나포할 수 잇는 권리를 가진 선박이란 뜻이다. 전시에 적국의 선박을 손쉽게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제도로, 국가에선 방대한 해군상비군을 구충, 유지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본국에선 '영웅 대접'을 적국에선 '악당 취급'을 받는 해적의 이중적인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해적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정치적 희생양이 '키드 선장'이다. 그는 왕과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불법(위조) 나포 면허장을 허가받아, 약탈한 포획물을 그들의 몫으로 나눠주며, 권력자의 비리에 동참했으나, 결국은 그들이 등을 돌려, 그들에게 버림받고 처형당한다.
 
 '블랙 비어드'라 불리는 '티치 선장'은 가장 악랄하고 잔인하고 포악한 해적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해군과의 치열한 전투 도중에 사망한다. 그의 높은 악명때문에 영국 해군은 한동안 전리품으로 그의 머리를 돛대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42포의 대형 군함인 '로열 포춘 호'의 '바돌로뮤 로버츠 선장'도 전투 도중에 사망했다.
 
 오타덕에 정신없이 읽었지만, 내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재밌기도 했었다. 우리의 판타지를 깨트린 저자도 우리들 마음 속에 '해적'은 언제나 '낭만적인 무법자'로 머물고 있을 것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