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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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장자크 상페/김호영 옮김, 열린책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아홉 번째 책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읽었다. 작가 이름은 또렷하게 기억났다. 장자크 상페. 왜인지 모르겠다.
그림책이다. 그림에 숨어 있는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마르슬랭 까이유가 ‘붉은 조약돌‘이라는 뜻인 걸 그림 속 글에서 찾았다. 아마 예전에 읽었을 때도 읽었겠지만, 도무지 생각나지는 않는다.-그래서 기억보다, 기록이 중요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런 내용이었지, 하며 읽었다. 동성 친구 간의 변하지 않는 우정, 몇 년만에 만나도 어제 봤던 것 같은 우정, 말 없이 가만히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우정. 진정한 우정이란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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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온전히 편안해진 건 아니었다고 그때 인선은 말했다. 그후로도 여전히 복잡했고, 어떤 점에선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고. 하지만 잠시도 견디기 어렵던 미움은 그날 밤 거짓말처럼 사라졌으므로, 이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명치에 걸려 그토록 이글이글 타던 불덩이가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지. - 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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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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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우리학교)

제목부터 매우 자극적이다. 문득, 표지의 두 소녀가 누군지 궁금하다. 누가 주연이고, 누가 서은일까. 혹은, 마지막에 등장한 제3의 인물인가.

다 읽는 데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뒷이야기가 너무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중간에 끊고 내일 읽어야지, 할 수 없는 책이었다. 이런 책은 [백파선]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던 건, 이 책에 깔려 있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내게 크게 와닿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법원에 간 적도 있고, 변호사를 선임했던 적도 있어서, 주연이가 겪는 일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겪으며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내 말을, 나를 안 믿어준다는 거였다. 상대방 말이 거짓인데,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경찰에서도 내가 가해자인 양 굴었고, 지방법원에서는 판사도 나를 안 믿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했다. 결심 공판에 안 갔던 건, 그 사람들이 나를 해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켠에는 판사가 나를 믿지 않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따라 살다 보면 결국 자신을 잃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한대요.˝(41쪽) 같은 말을 계속 듣다 보면, ˝너도 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니?˝에 그런 것 같다고 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딱 그랬는데. 난 분명히 안 했는데, 상대방 측에서 계속 내가 했다고 하니까 진짜 내가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치, 실험실에서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는 사람들 아홉만 있으면 실험대상자도 2가 아니라고 답한다는 실험처럼.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되는 거야.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65쪽)
진실이요? 백번 천번도 넘게 말했습니다. 전 아니라고요.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세상은 진실을 듣는 게 아니구나. 세상은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구나.(142쪽)

이게 너무 맞는 말 같아서 씁쓸했다. 사람들은 사실을 보지 않는다. 자기가 믿고 싶은 사실만 본다. 내가 항상 인용하는 최현우 마술사의 말을 또 인용한다. ˝보는 것을 믿는 것 같지만, 믿는 것을 본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히 11:1).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보도하는, 지금처럼 자극적인 내용만 보도하는 언론의 폐해도 너무 잘 보여줘서 체증이 좀 내려가는 것 같았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지.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을 내뱉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상처 입은 엄마는 찢어진 가슴을 하염없이 치면서 자신을 탓할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며 지내 온 착한 딸에게 가슴이 미어지도록 미안할 것이다.(83쪽)

댓글에서 많이 보는 글이다. 평소,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보고 생각 없이 넘겼는데, 무의식적으로 이 글에 동의했던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그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따라 똑같이 손가락질했던 건 아닐까.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을, 제3자가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서 주연을 가해자로, 아직 판결이 나지도 않은 사건의 범인으로 정해 버렸던 걸까. 언제부터 변호사가 유무죄를 판단했지? 변호사는 믿어 주는 사람이 아니던가?(153쪽)

변호사나 판사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더 자신의 경험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얼마 살지 않았지만, 지금껏 살아보니, 내가 겪은 경험으로 정신적 충격을 입으면, 그 충격의 여파로 각도가 휘어진 렌즈를 쓰게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억울함을 매우 크게 느끼는 것도, 법원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지릿한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일 거다. 아무리 흐릿해지도록 닳고 닳을 때까지 말한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겪지 않은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다 판단한다. 기독교인으로, 판단은 하나님께만 맡기길 매순간 기도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두 개의 반전도 너무 충격이었다. 그 아이는 거짓 증언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건지. 오히려 주연이가 순수하게 보일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주연이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잘못과 실수를 아무에게도 수용받지 못한 주연이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겠다. 기억을 되찾더라도 증거는 안 될 텐데, 얼마나 답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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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 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
정약용 지음, 한문희 엮음, 홍금희 그림 / 함께읽는책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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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정약용/한문희 엮음, 함께읽는책)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 네 번째 책

이 책은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쓴 편지를 엮은 책이다.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독서와 공부, 2부는 생활과 실천, 3부는 정약용에 대한 소개이다.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물론 정약용은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 학자임에 틀림없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기도 하다. 권일한 선생님이 독서토론 책에서 이 책을 어떻게 풀어가실지 매우 궁금하다.

목차를 이제 찬찬히 보니 이론(1부)과 실제(2부)였다.ㅋㅋㅋㅋㅋㅋㅋ

어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약용의 부모님은 정약용을 어떻게 교육하셨는지 궁금하다. 정약용도, 정약전도 대단한 사람이라(정약용이 워낙 대단해서 정약전이 묻힌 느낌이 있다.) 부모님이 어떤 분이셨을지 궁금해진 것이다. 형제가 다 유배지에서 책을 쓰다니, 위기 관리 능력도 탁월했던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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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학의 즐거움 60
문경민 지음, 레지나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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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문경민, 개암나무)

문경민 선생님 책으로는 [훌훌], [화이트 타운], [열세 살 우리는] 다음으로 네 번째 읽은 책이다. 권일한 선생님이 올리신 글을 읽고(문경민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 제일 좋았다고 하셨던가 그랬다.)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드디어 읽었다.

함묵증에 걸린 열두 살 소녀가 독백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써내려간 글이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사는 혜나는,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었다가, 와루라는 팜 코카투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는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사고와 할아버지와의 갈등이 떠오르고, 할아버지와 냉전을 하게 된다. 결국 위기에 봉착하면서 함묵증도 이겨내고,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아진다.

혜나의 마음도 알 것 같고, 할아버지의 마음도 알 것 같아서 참 짠했다.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었지, 더 슬픈 내용이 나왔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요즘 마음이 슬픔을 감당하는 게 버거워서 슬픈 내용을 보기가 두려운데.. 책 내용보다도,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 내용이 더 슬펐다. 잘 모르지만, 선생님의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쓰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직접 겪지 않고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열두 살 소녀가 모두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게 기적 같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의 입장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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