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석탑을 좋아하게 되었다. 몇 시간이고 보고 있을 수 있다. 신복사지 3층 석탑은 바우길 15구간에 있다. 바우길 15구간에는 솔향 수목원과 신복사지 3층 석탑이 있는데 길이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솔향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와 마침 종점에 들어온 버스를 타고 석탑이 있는 내곡동으로 갔다. 햇볕 좋은 날 손님 적은 시내버스를 타고 둥실둥실. 


예전에는 이곳에 신복사라는 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야산에 덩그러니 이렇게 기도하는 불상 하나와 석탑이 있다. 이중 기단 3층 석탑은 신라 시대 양식이니까 고려 초 만들어진 모양이다. 고려 시대 탑들은 키가 다들 큰 것 같던데 이 탑은 아담하니 균형감 있는 게 참 보기 좋다. 늘 절에 있는 석탑만 보다가 이렇게 홀연히 산 속에 있는 석탑을 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다. 딱 무덤 자리여서인지 묘하게 숙연해진달까. 주변을 빙 둘러싼 소나무 때문인지도. 소나무가 우아한 나무라는 것을 나는 강릉 와서 처음 알았다. 


부근에 남산공원이라고 조경이 좀 묘한 느낌을 주는 근린공원이 있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조경이 특별히 훌륭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천국에 있을 것 같은 공원 느낌이다. 남산공원은 특히 단풍이 아름답다. 압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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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3-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떡하다 탑을 좋아하게 되셨을까요? 석탑은 일본에도 중국에도 별로 없는, 우리 나라에 주로 있는 탑이래요.
절터는 없지만 저렇게 부처님이랑 마주 하고 있으니 석탑은 심심하지 않겠어요.

Joule 2017-03-12 10:12   좋아요 0 | URL
우와 그렇군요! 몰랐어요. 우리나라에만(은 아니지만) 있는 탑이라니 더 많이 보고 다녀야겠다 싶은데요. 경주에 가서 석가탑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근데 경주는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네요. 여북하면 도로 한중간에서 스톱!하고 내렸겠어요 제가 ㅋㅋ. 부여에 있다는 정림사지 석탑도 보고 싶고. 하긴 그전에 가까운 양양에 진전사지 석탑부터 봐두는 것도 좋겠네요.

그러니까 그게 신기해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석탑을 보고 있는데 눈에 콩깍지가 씌인 것처럼 그저 낡고 허름하게만 보였던 석탑이 너무너무 말도 못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예요. 심봉사 눈이라도 뜬 것처럼.

moonnight 2017-03-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탑도 좋고 기도하는 불상도 좋아요. 솔향이 맡아지는 것만 같네요. 강릉이로군요. 가보고 싶다♡

Joule 2017-03-12 09:52   좋아요 0 | URL
달밤 님은 걷는 거 좋아하시나 몰라요. 저는 하염없이 걷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강릉은 걷기 좋은 골목길 숲길 물길이 많아요. 강릉 5수라고 혹시 들어보셨어요? 강릉에는 5가지 물이 있는데요. 바다, 호수, 하천, 습지, 줄모^^

하나 2017-03-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편언해지는 사진이네요. 저에게는 석탑에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져서요..

Joule 2017-03-13 08:34   좋아요 0 | URL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나 탑골공원에 있다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보면 키가 커서 그런가 엄청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고 막 그러더라고요. 마치 활짝 편 공작새 꼬리처럼요. 층이 많은 석탑과 층이 적은 석탑은 만드는 마음부터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싶어요.

한수철 2017-03-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의 페이펍니까그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영어로 그 인스피... 어 인스피 그게 불러일으켜지는 기분입니다.

더불어 도래솔이라는 단어도 떠오르고.

직접 가서 보면 훨씬 더 의미롭겠단 생각입니다.

Joule 2017-03-13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inspiration보다는 inspired를 좀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빠이어ㄹㄷ‘하면서 발음이 후련하게 터져서 그런가 봐요^^; 얼른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건 사진쪽인데, 직접 실물로 보면 묘하게 마음을 흔드는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석탑은 절 마당 한가운데보다는 절 뒤편이나 아무데나 툭 그렇게 있는 편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hanicare 2017-04-03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런데 저 불상 능청스럽게도 살아있는 거 같아요.
불손한 제 눈엔 기도가 아니라 내기바둑두는 사람처럼 보이니 ^^;

Joule 2017-04-05 17:1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그래요! 정말 둘이 내기바둑 두는 것도 같고요^^ 하니케어 님은 정말이지 별거별거를 다 보시네요 큭. 저는 저 석탑 볼 때마다 절편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던데 (ㅋㅋ 머릿속에 먹을 것만 보이나 봐요 돼지같잌ㅋ 아님 할머니같이^^;;)
 

싸웠니? 예.

 

물었니? 예.

 

죽었니? 아니요. 


해질녘쯤 빗방울이 떨어지겠구나. 짐을 챙기렴.


돌아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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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질 때,


꽃잎이 떨어지는 이유를,


꽃잎은 모른다

바람은 안다


자주 봐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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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고 아침마다 꽁꽁 얼음이 얼었다


눈치없이 휘날리는 1월의 현수막,

핑계 대기 좋게 날씨는 또 이렇게 춥다


60초 후에 공개되는 사건의 전말―

라면을 먹을까 김볶을 먹을까 


어제도 했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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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쳤고 문득 일어나 달을 본다 

달빛 뒤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꿈들

나의 시시한 멕시코는 언제쯤 

나를 만나러 와줄까 

마아가린, 


어제 부친 편지는 잘 도착하였다

달빛에 그슬려 어려워진 말들이

웃었다―짧게

나이아가라에 떠도는 소문은

모두 사실이다


나는 수를 모르고

사과는 떨어진다


아무도 건너오지 말라고 전하세요.


아직 날씨를 정하지 못한 나는

별 소용없이 오래 누워 있다

때로는 침묵도 성가시다

그래도 소식은 

전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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