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석탑을 좋아하게 되었다. 몇 시간이고 보고 있을 수 있다. 신복사지 3층 석탑은 바우길 15구간에 있다. 바우길 15구간에는 솔향 수목원과 신복사지 3층 석탑이 있는데 길이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솔향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와 마침 종점에 들어온 버스를 타고 석탑이 있는 내곡동으로 갔다. 햇볕 좋은 날 손님 적은 시내버스를 타고 둥실둥실.
예전에는 이곳에 신복사라는 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야산에 덩그러니 이렇게 기도하는 불상 하나와 석탑이 있다. 이중 기단 3층 석탑은 신라 시대 양식이니까 고려 초 만들어진 모양이다. 고려 시대 탑들은 키가 다들 큰 것 같던데 이 탑은 아담하니 균형감 있는 게 참 보기 좋다. 늘 절에 있는 석탑만 보다가 이렇게 홀연히 산 속에 있는 석탑을 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다. 딱 무덤 자리여서인지 묘하게 숙연해진달까. 주변을 빙 둘러싼 소나무 때문인지도. 소나무가 우아한 나무라는 것을 나는 강릉 와서 처음 알았다.
부근에 남산공원이라고 조경이 좀 묘한 느낌을 주는 근린공원이 있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조경이 특별히 훌륭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천국에 있을 것 같은 공원 느낌이다. 남산공원은 특히 단풍이 아름답다. 압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