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10-19
폴라로이드 기록 # 쥴님, 저는 제 쪼꼬만 일기장에 꼬박꼬박 폴라로이드 일기를 적곤 해요, 이건 얼마 전에 적은 거에요.
저는 단지, 쥴님의 선물을 제가 얼마나 근사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D
# ㅂ 출판사에 계약 하러 가던 날, 나는 폴라로이드를 가지고 갔다.
ㅂ 출판사는 키다리 아저씨가 만든 곳이다. 그 분이 일평생을 바쳐 땀으로 일궈낸 곳. 비록 일년도 채 만들어가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셨, 지만.
이제 키다리 아저씨의 의자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아저씨의 형. 나는 아저씨랑 너무 많이 닮은 그 형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내 아저씨와 너무나 다르다. 얼굴은 닮았으나, 나를 보는 눈초리가 그처럼 다정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고.
나는 계약을 하고 나서 폴라로이드를 안고 쭈삣쭈삣 사장실로 들어가 몰래 그 한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와 내가 늘 앉아서 땅콩을 까먹거나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곤 했던 낡은 소파의 사진을,
폴라로이드 사진 밑에는 이렇게 적어둔다 - 키다리 아저씨의 빈 자리,
그 쉼표 밖으론 아무 말도 적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