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10-12
오즈마는 고단한 아이에요 요즘처럼 고단했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라고 적으려다가 저는 퍼뜩 깨달았어요. 아아, 전 지난 달에도 고단했고 작년에도 고단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단한 사람을 살아낼 거에요. 그러니까 오즈마는 고단한 아이에요.
쥴님도 많이 고단하시지요, 오늘 쥴님의 도시락 반찬은 감자볶음이었나요. 언젠가 오즈마도 쥴님의 감자볶음에 밥 비벼 먹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올까요. 배가 고파요, 지금요.
쥴님께 보내드릴 만한 무엇을 만드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쥴님은 그걸 받으시곤 씩 웃으실 거에요. 그건 한권의 얄팍한 책인데요, 오늘 마지막으로 보고 넘겼거든요. 다음주면 나온다나요. 저는 쥴님께 가장 먼저 그 놈을 보내드릴 생각인데, 받아주시겠어요. 이제껏 그래주셨듯이 기쁘게, 소박하게요.
쥴님의 꿈을 또 꾸었어요. 우리는 처음 꿈에서 만났을 때처럼 막 반가워 하지는 않았고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마주 앉아 주절주절 슬픈 이야기들을 했어요. 제가 물었어요. 고단하죠 쥴님. 쥴님이 그래요. 오즈마야, 원래가 삶은 고단한 거란다. 고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마음 놓고 그냥 고단해 하렴.
고단이란 말을 백번쯤 썼더니 고단이 고단같지 않고, 무슨 나물 이름 같아요 :)
횡설수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쓸께요. 참, 오늘은 우표를 대신 붙여 편지 보내주는 북까페엘 갔는데 쥴님 주소를 적어갖고 다니지 앉아 편지지만 만지작거렸다죠. 담부턴 그런 실수 안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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