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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를 안 쓸 수 없겠지
그 포도주 때문에
내 생일에 맞추어 도착한 도서출판 ‘강’의 이벤트 당첨 선물인
근사한 칠레산 포도주 한 병을 받고
봐 책 자꾸 사서 남는 게 더 있지 멋진 포도주병 말이야 이러면서
우리 부부는 저녁식사와 함께 그 한 병을 다 마시게 되었는데
문제는
내가 이 포도주를 왜 선물 받게 되었느냐를 이야기하기 위해
잠시 ‘맛’이란 책의 내용을 남편에게 이야기해야만 되었다는 것
아 내 짧은 어휘력으로 어찌 그 맛깔스러운 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재미있고 아슬아슬하고 어이없고 황당하다가
아연함과 잠시의 침묵과 때늦은 이해를 말이다.
포도주에 취한 부드러운 혀지만 말라버린 식빵 같이 건조하게, 거칠게, 더듬거리다가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직접 꼭 읽어봐야만 해‘ 이거였다는 것.
편편이 꼭꼭 씹어 음미하는 그 ‘맛’을 처음부터 내 어설픈 언변으로 어찌 가당키나 하였으리요?
그런데
워낙 동화 ‘마틸다’나 ‘멍청씨 부부이야기’에 열광했던 나의 눈에는
2%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고 느껴졌다는데...
그 날의 포도주처럼 내가 좋아하는 달콤함이 조금 부족한 걸까?
결론을 위하여 내 딛는 그의 발걸음이 너무 조밀하여 노회하다는 느낌 때문일까?
아님 같은 패턴의 글들이 한 권에 모여 있어서일까?
나의 별 하나를 뺀 이 어설픈 평가를 악동 로알드 달은 이해하겠지?
포도주에 취한 내가 심술 좀 부리는 것이리라고.
맞아. 분명 심술일거야.
나이 들수록
예리하고 의뭉스러우며 능청스럽다가 시침 뚝 떼고
우리의 가여운 주인공들에게 붓을 들어 가차 없이 ‘반전'의 단죄를 내리는 로알드 달
그가 영원한 악동으로 남기를 기원하며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