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들아이의 권장도서에 쓰인 목록만 아니었다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열면 그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결말지어질까 두려웠던 것 같다.
 제목만으로도 너무 무거운 내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고 아니면 너무 허황된 미래를 보게될까 미리 두려워했다고 할까? 그런데 읽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읽어버렸다.
역시 아쉬움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아픔이다.
이 책에 쓰여진 남북공동초등학교가 세워지려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버려야 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아야 하고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는 가상현실이다.
아들아이는 묻는다. ‘엄마 정말 남북공동초등학교가 있어?’
책머리에 있는 작가의 안내문을 읽고도 아들아이는 확인하려는지 묻는다.
‘응’ 이라고 대답할 수 없는 현실이 또 한번 가슴 아프다.
‘아니, 하지만 언젠가는..세워질거야. 아니야 곧 세워질거야.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가 더 노력해야 되는 거야’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도 말하지 않고 막연히 이렇게 밖에 이야기 못하는 나를 마치 이해한다는 듯 아들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희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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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1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막연하게만 얘기할 수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나랏일 한다는 사람들 제정신인지. 한나라당은 또 간첩 하나 만들려고 작당을 했더군요. 딸 고이 키워서 이 엄한 세상에 내보내는 게 너무 슬퍼지는 아침입니다...

모래언덕 2004-12-1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슬프다는 표현이 맞네요. 출근 길에 듣는 뉴스가 머리 속을 헤집어 놓더군요. 오늘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가 빨갱이 보고 빨갱이라 그러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저더러 그러더군요. 말 할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아니어서 아무 말없이 그냥 거스름돈 다 받아들고 내렸어요. 평화. 그 걸 원한답니다.

2004-1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이해 안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꼭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왜 그렇게 막말들을 하는지..
 

굵직 굵직한 일들이 책상에 켜켜로 쌓여있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지친 다리를 끌듯 질질 끌어온 일들이 이제는 바로 숨턱까지 닿아있다.

그런데 오늘은 한가하게 서재 마실을 다녔다.
둘러보면 볼 수록 너무 좋은 리뷰와 페이퍼와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찬 서재

한결같이  미인이고 ^ ^
누구보다  따뜻하고 ~~
참 솔직하고 감정의 폭도 아주 깊은 님들...
난 푸욱 빠져버렸다.

아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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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모래언덕님도 들어가는데요! ^^

모래언덕 2004-11-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 감사합니다만. 이 안님의 따뜻한 생각이시겠지요.
 
러브 어페어 - [할인행사]
글렌 고든 캐런 감독, 워렌 비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는 내내 세월이 그야말로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음을 실감했다.
남자 주인공인 워렌비티는  중학교때 시험이 끝난 후 학교 단체 영화 관람으로  보았던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의 너무나도 잘생겼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의 화면 속 그 아름답던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의 청춘의 격동을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미숙하였던 어린 나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영화 속 나탈리 우드가 읊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 여기적힌 먹빛이 희미해 질 수록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 진다면
  ...
  초원이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 것이 안돌려진다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숨겨진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
는 한동안 나의 애송시에 오르곤 하였다. 물론 나중에 배운 원문은 훨씬 더 담담한 시였지만 말이다.

러브 어페어
영화는 깔끔하고 사랑스러웠다.
우아한 아네트 베닝은 36살이고 워렌 비티는 57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사람의 얼굴이 반짝거렸던 것은  이 영화를 통하여 두사람이 부부로 연결된 것을 미리 알고 본 때문일까?
워렌비티가 그나마 억지로 주인공의 나이에 맞출 수 있었던 것도 사랑때문에 가능한 거였겠지.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 전편에 흐르는 따뜻하고 몽상적인 분위기는 아마 두사람의 그때의 심경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 같다.
헐리웃 최고의 바람둥이이고 약혼만 계속하였다던 남자 워렌비티.  영화 속 대사처럼 오리처럼 살았던 워렌비티가 아네트 베닝을 만나서 백조가 된 것인지 두 사람은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챗머리를 약간 흔드는 통통한 호호 할머니인 캐서린 헵번을 보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걸까?.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였던 캐서린 헵번이 생을 관조하는 사려깊은 할머니로 나와서 아네트 베닝에게 인생의 조언을 하는 장면이 감동깊었던 것은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해되는 나이이기 때문이겠지
폴리네시아 군도 어디쯤 아름다운 섬의 풍광은 지금도 선연하고, 엔리오 모리꼬네의 piano solo도 우리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고

마이크가 언제쯤 캐리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못나간 이유를 알게될까 ?
왜 일어서서 안녕을 하지 않는지 알게될까?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마지막 몇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같이 본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 너무 감동적이야.

후후 난 속으로 웃음지었다.
그래 아직 어린 넌 이 영화의 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 사랑에 대한 믿음, 그  영속성을 조금 느끼기는 한거겠지.
엄마가 딱 너만한 나이였을 때 본 '초원의 빛' 속의 사랑이란
청춘의 끓는 피에 부어지던 적 포도주같은 거였는데
저 영화 속의 사랑이란 애절하면서도 편안하고 가슴 따뜻한거로구나.
그 촉촉함에 저절로 눈시울이 젖어드는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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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과 함께 영화를 보셨네요. 러브 어페어 말고 '청춘의 끓는 피에 붓는 적포도주 같은 사랑'을 느끼게 했던 '초원의 빛'을 딸과 함께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까, 막 궁금해지고 조금 쓸쓸해지고... ^^

모래언덕 2004-11-2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이 페이퍼를 쓰면서 그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딸아이에게 그 영화를 보여줄까? 초원의 빛을 다시보면 아~ 전 가슴을 칠 것 같아요. 근데 우리 딸아이는 '파라다이스 키스' 세대인데 그 영활 보며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눈을 감지 않으려 애쓰던 그 막막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있겠지요?

2004-11-2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트 베닝이 36세였군요..그 나이보다 훨씬 더 원숙해 보였어요..그 섬에선가의 정경이 떠오르네요..마지막 몇 분의 감정과 함께. 워렌비티 아니트 베닝 이름만으로도 참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전 딸내미랑 로마의 휴일 같이 본 적 있어요..^^

모래언덕 2004-11-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만원에 3개 주고 산 로마의 휴일 DVD 아직 보지 못하였는데... 방학까지 기다릴 수 없겠죠?
 

둘째 아이 방엔 자신의 책 외에 누나에게서 물려받은 동화책 그리고 대책 없는 엄마에게서 강제로 떠맡은 그림책까지 책이 좀 있는 편이다. 침대 발치에 가득 차서 누우면 어떤 책을 볼까 고르는 즐거움도 있지만 작은 방이 더 답답할 듯도 해서 치워주랴 물으면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괜찮은 독서환경이라고 가슴 뿌듯한 것은 나의 착각인지 둘째는 편식을 하듯 읽은 책만 계속 읽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좀더 폭 넓은 독서를 위하여 예전에 들었던 방법을 실천하기로 하였다.


퇴근길에 작고 동그란 스티커와 별모양 스티커를 사가지고 갔다.

한번 읽은 책에는 동그란 스티커를 한개, 두 번 읽은 책에는 두개, 아주 많이 읽은 책에는 별표 스티커를 붙이는 놀이를 하였다. 누나까지 가세하여 누나는 빨간색과 노란색, 동생은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붙이기로 하였다.


스티커를 붙여보니 두 아이의 독서습관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들의 별표 베스트는 대현출판사의 삼국지 만화 60권 - 본인 말로는 별표 10개를 붙여야 한단다. 그림이 거칠어서 별로 사주고 싶지 않았지만 하도 졸라서 사주었는데 삼국지 주요전투가 벌어진 백제성, 청주성의 지도를 그리며 놀기도 하니 당연한 결과겠지. 그런데 언제부터 글로 된 삼국지를 읽게 하면 좋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 다음 별표 베스트들은 왜 그런지 궁금해요 시리즈를 필두로 하는 역사, 과학 쪽 시리즈 물 일색이다. 거기다가 만화가 대부분이고 창작 동화나 명작 동화는 작년까지만 해도 곧잘 읽다가 요즈음은 거의 읽지 않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반대로 딸아이가 즐겨읽은 책은 창작동화, 명작 동화가 대부분이고 끝까지 읽은 역사물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또 친지의 강력권유로 구입하였던 학습만화 전집과 위인전을 정작 큰아이는 거의 들쳐보지 않아 애통하였었는데 둘째는 구석에 방치해 놓은 것을 찾아서 두 번 이상씩 읽은 것을 보니 두 아이의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아들과 딸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이건 다 읽은 거라는 둥, 읽다가 만 것이라는 둥  제법 심각하게 의논해 가며 방의 책들에게 붙이기를 마치고 좀 어중간한 대상의 책들을 모아둔 마루까지 나가서 스티커를 붙이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는 두 아이 모두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 이런 이런 왜 우리아이들은 이 책을  재미없어 할까...상상력이 부족한걸까? 책읽는 뒷심이 모자란걸까? 하고 마음속으로만 물어본다.


스티커를 붙여 놓고 보니 좋은 점이 꽤 많다.

본인이 직접 선택하지 않으면 심드렁하게 보던 책들도 일단 책을 다 읽고 스티커를 붙여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는지 끝까지 읽으려 한다. 학교 숙제로 독서 일기를 쓰기 위해 책을 고를 때 안 읽은 책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아들아이는 자신의 독서 습관이 편중되어 있는 것을 느낀 것인지 요즘은 안 보던 책들에 속하던 백구나 마녀를 잡아라를 읽는다. 유효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훼손(?) 시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건만 스티커 -붙여놓고 보니 알록달록  흐뭇한 기분이다. 모든 책을 스티커로 뒤덮는다는 엄마의 야무진 상상을 우리 아이들은 절대 눈치채지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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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방법인데요..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하는 방법 저한테 필요한 방법인것 같아요..우리 아이들은 잡식성인 것 같은데..저도 관찰을 해 볼 필요를 느낍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1-16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라면 우리 아이가 딱인걸요. 아직까지 스티커는 뭐든 OK랍니다.
 

모든 건 다 지나가도
모든 건 다 잊혀져도
너와 나 마주침의 그 한 순간은
오늘도 이리 가슴을 갖느니
너는 혹 그 뒤에라도
그 세월에 가본 일이 있느냐?
사랑은 끝내 아릅답고
아름다운 눈빛은 오래 남아
너와 나 마주침의 그 한 순간이
결국은 나를 여기 오게 했구나
가만히 바람에 흔들려보면
아, 여태 내가 무엇이며
어딜로 흘러가는가
이제는 서로가 다른 또 마주침이 되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모든 건 다 지나가도
모든 건 다 잊혀져도
아름다운 눈빛은 오오래 남아
밤마다 밤마다 별을 보게 하느니

   너는 혹 그 뒤에라도
   그 세월에 가본 일이 있느냐?
   때때로 가만히 이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과, 사물들과,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뒤에
   혼자 되어 던지는 물음입니다.
    너는 혹 그 뒤에라도
   그 세월에 가본 일이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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