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년 크리스마스여

올해도 별 다른 감흥없이 널 보내었구나
아니 조류독감과 테러와 광우병 등 국.내외로 시끄러운 소식들 틈바구니에서 너를 맞이하고 그리고 너를 잠시 가진 후에 다시 일년 후를 기약하며 보내었구나

어린 시절 이유없이 들뜨고 흥겹던 성탄절은 이제 다시 보지 못하리라.
언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10대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지금의 압구정보다 번화했던 명동거리를 나갔었지...
밀물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사람들 틈사이에서 가족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듣던 송창식의 '고래사냥'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골목 골목마다 울려퍼지던 그 노래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그 묘한 선동성으로 인해 길거리 위의 아직 어린 우리들은 내내 마음이 출렁거렸지..  마치 넘실대는 물결에 몸을 실은 고래처럼...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우호관념에서 깨어나면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도 예전같지 않게 된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빨간 옷을 입은 뚱뚱하고 마음씨좋게 생긴 서양할아버지 산타가 울지않고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한아름 선물을 주는 전국민의 축제에서 부처님 오신 사월 초파일처럼 한 성인의 탄생일로 축복하고 기념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날로 바뀌어가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멋진 건물앞 장식조형과 정원의 나무들을 아낌없이 장식한  세련된 꼬마전구의 불빛을 보며 저 불빛이  이 세상의 한쪽면만 밝게 비추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별빛처럼 반짝이는 전구들을 자본주의의 결정체로 보는 것은  내가 더 이상 순수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겠지.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 내려놓고 어제로 사라진 크리스마스에게 다시 한번 작별인사를 한다. 내년에는 좀 더 근사한 소식들과 함께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맞이하는 성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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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까와오면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이 되기에 살이 찌면서 엄청 늘어난 나의 위장은 배가 고프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가 된다....더군다나 요즈음은 연말을 맞이하여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차창밖을 통해서도 감지되고 음식점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유독 시야를 자극하는 시즌이기에 배고픔을 한층 더 느끼는 것이다.
양재IC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 순간부터 음식점들의 간판이 줄줄히 스쳐간다. 정체라도 되는 날은 여지없는 고문이 되고 마는 이 집들...조그만 규모지만 항상 작은 모임들이 가득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음식점 '다리원' , 겨울을 맞이하여 길게 비닐 포장을 두른 와인숙성삼겹살 '등나무집',  삼층까지 이쁜 불빛과 사람들의 모습이 오손도손 창가에 보이는 파스타가 맛있는 '파스타 비스트로'를 지날때쯤되면 미각의 추억에 감미롭다가  '군산 활어 횟집'을 지나서 버스정류장 근처의 '서초갈비촌'과 '평창할머니 감자탕'앞에 서게 되면  가보지 않은 그 집들에 대해서도 무지막지한 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비새끼같은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라도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져 뛰다시피 집으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배가 너무 고파서이니 이 비애아닌 비애를 뉘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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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2003-12-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비애네요...
친구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라는 표현을 했었다고 말씀 드렸죠?
암튼,,, 그 지지배 별 어렵고 복잡한 단어 쓰지도 않고 제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살찐 사람들에게 배고픔은 정말 비애인거 같아요...
 

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맞는 첫겨울, 겨울 바람이 매섭다는 것을 차츰 실감하면서 아침과 저녁을 맞고있기에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필요하였는데

 1. 긴코트 : 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거추장스러워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오지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요즘 허벅지의 알알함을 견딜 수없어서 거금들여 한벌 장만
 2. 장갑 : 결혼전에 남편에게서 받은 장갑이 아직도 건재함에 감사하며 장착 완료
 3. 머플러 : 정확히 1995년 1월에 장만하고 2~3년 쓰다가 박스에 넣어둔 머플러를 꺼내보니 요새 유행하는 것과 제법 코드가 비슷하여 역시 장착 :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4. 모자 : 습도가 낮고 바람부는 날 사정없이 발생하는 머리카락의 정전기 방지와  추위방지의 절대 지존인 모자를 아직 장만하지 못함    (예전에 쓰던 모자는 살이 찐 탓에  얼굴이 꼭 호빵처럼 보여서 도저히 쓸 수 없음 -> 아들내미에게로 넘김->  어디 싸고 예쁘고 내 나이에 어울리는 모자 없을까???)
5. 발이 시렵지 않은 바닥이 두꺼운 앵글부츠 : 눈에 딱 맞고 주머니 사정에 딱 맞는 신발을 아직 발견하지 못함, 발에 딱 맞는 신발은 많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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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짐을 꾸려서 동해로 떠났다.
입은 옷차림 그대로 세면도구, 아이들 여벌 옷... 그리고 냉장고를 뒤져나온 과일과 군것질거리, 김밥 몇줄 사고 차에 올라 교문을 나오는 아이들과 조카까지 꿰어차고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차 뒷자리에 팽겨쳐진 가방사이로 교과서가 삐죽 고개를 내밀어 즐겁운 소란과 가벼운 폭력과 스낵 부스러기가 오가는 차 뒷자리의 방만함에 한 몫하고 있다. 여주까지 4차선으로 넓혀진 고속도로덕분인지 학교를 파하고 떠났는데도 토요일 오후 5시에 속초 앞 바다에서 아이들은 운동화와 바지를 적시며 깔깔거린다. 웃음소리... 바다. 지평선에 잠시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은 하얀 포말때문이겠지.

저녁 식사를 한 후  파장 분위기의  속초중앙시장 활어전에 가서 커다란 게 한마리를 사고 뱃살이 토실하게 오른 광어 한마리를 회로 떠서 숙소로 왔다. 몇년전 토요일 이맘 때의 속초시장은 활기찼고 시끌벅쩍 했었는데... 서툰 솜씨로 쓰여진 대형할인매장의 입점을 반대하는 흰 현수막이 재래시장의 을씨년스러움을  더하는 것 같다. 하기사 우리 손에 들려있는 이 커다란 게도 동해산이 아닌  러시아산 킹크랩인걸...

집에서 못해본 호사를 누리는 아이들이 정신없이 게살을 탐사하는 동안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잠시 말이 없다. 갑작스러운 이사, 전학과 입학, 비좁은 엘리베이터, 출퇴근 전쟁, 시험... 1년 동안 우리를 숨가쁘게 몰아붙혔던 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비로소 우리를 돌아본다.

건강하고 바쁜 한 해를 허락해준 모든 것들에게 경배하는 마음으로 술잔을 든다.  너무 이른 송년파티지만  동해 바다는 모든 것을 허락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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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묻힌 낙엽들이 기여코 제 색깔을 잃고 모두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쉬움에 노란 나뭇잎의 흔적을 더듬어 보며 산길을 내려오는데 차거운 바람이 더운 입김을 뽀얗게 만들곤한다.
산입구 초입의 길가 화단엔  앙상한 가지 조차도 보이지 않고 우리 꽃 이름을 쓴 하얀 팻말들만 눈에 뛴다.
그 중에 유난히 시선이 가는 '옥잠화' 
문득 지난 여름 인사동 골목길의 돌확속에  보라빛 꽃을 달고 곱게 피어있던 물옥잠을 떠올렸다.
베란다가 아닌 나의 뒤뜰 작은 화단에서 옥잠화를 보게될 날이 언제인까?
그 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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