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까와오면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이 되기에 살이 찌면서 엄청 늘어난 나의 위장은 배가 고프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가 된다....더군다나 요즈음은 연말을 맞이하여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차창밖을 통해서도 감지되고 음식점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유독 시야를 자극하는 시즌이기에 배고픔을 한층 더 느끼는 것이다.
양재IC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 순간부터 음식점들의 간판이 줄줄히 스쳐간다. 정체라도 되는 날은 여지없는 고문이 되고 마는 이 집들...조그만 규모지만 항상 작은 모임들이 가득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음식점 '다리원' , 겨울을 맞이하여 길게 비닐 포장을 두른 와인숙성삼겹살 '등나무집', 삼층까지 이쁜 불빛과 사람들의 모습이 오손도손 창가에 보이는 파스타가 맛있는 '파스타 비스트로'를 지날때쯤되면 미각의 추억에 감미롭다가 '군산 활어 횟집'을 지나서 버스정류장 근처의 '서초갈비촌'과 '평창할머니 감자탕'앞에 서게 되면 가보지 않은 그 집들에 대해서도 무지막지한 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비새끼같은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라도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져 뛰다시피 집으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배가 너무 고파서이니 이 비애아닌 비애를 뉘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