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어른을 위한 동화 4
안도현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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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면서도 에세이적인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안도현 작가님의 ’관계’를 읽으면서 나와 주위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고 문제는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비단 사람뿐만이 아니고 우주 만물 속에는 천적관계도 있지만 공생관계를 이루면서 세상에 빛이 되고 희생을 하면서까지 인간에게 다대한 혜택을 남기는게 수없이 많음을 알고 있다.

 22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는 인간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악의 요소를 버리고,동.식물,건물,기계등을 바라 보면서 그것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보이지 않은 은혜를 베풀고 있는지를 묵묵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또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엄연한 세파 속에서 각자처해진 일터,관계 속에서 현명한 지혜와 행동으로 나은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첫 이야기에 나오는 상수리(일명 도토리)와 낙엽의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관계는 많은 교훈을 안겨 준다.여름 내내 풋풋하면서도 날이 갈 수록 영글어가는 상수리는 갈참나무의 든든한 보호아래 살이 찌고 멋지게 여물어 간다.

 그러던 상수리는 가을이 되어 온몸에 힘이 쭉 빠져 그만 절벽같은 낭떠러지로 ’툭’ 떨어지고 만다.상수리를 따고 주우려 하던 산촌의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상수리를 주워 모은다.옆에서 보고 있던 낙엽은 내년 봄에 다시 한 생명으로 태어날 상수리의 생명을 기대하기에 상수리가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바람이 불어올때면 부스스 소리를 내며 상수리의 몸을 엄호해 준다. 

 용케도 낙엽 속으로 숨어 있던 상수리는 겨우 내내 산 속 대지의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다음 해 찬란한 봄이 옴을 알아차리고 움크리고 있던 사지를 활짝 펴고 땅 속 깊은 곳에서 가녀리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생명의 싹을 틔우게 된다.두툼한 갑옷만 입고 얼굴만 삐죽 내밀고 비로소 새로운 세상 속에 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상수리와 낙엽의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상호호혜의 정신이야말로 참다운 관계이고,어떠한 사이에서든 진정한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삶이 한층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질 수가 있다고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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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의 선행 작업들과 중국의 국가 전략 - 동북아시민사회포럼총서 02
우실하 지음 / 울력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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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족,생계뿐만이 아니고 이웃,사회,국가와 주변국가의 동향등을 관심을 갖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것은 해야 하고,맡겨야 할 것은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낟.

 3천년 역사라고 불리워지는 한국은 아직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남북분단이라는 동족의 상잔을 안고,경제적으로는 화려했던 아시아 네 마리 용을 지나 IMF환란,미국의 서브모기지 한파로 덩달아 꺾인 활력을 잃은 국내 경제등을 감지하면서 살고 있다.

 현재 중국은 메가트렌드로서 전세계를 리드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G2국가로서의 위엄도 보이고 있으며,나날이 경제의 힘이 가속화 되어 가고 한.중국가간도 겉으로는 평온하면서도 호혜평등 원칙처럼 보이고 있다.

 고조선시대부터 만주 지역을 다스리고 만주지역에는 선현들의 유물,유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물고 물리는 전쟁을 통하여 만주지역은 중국의 땅으로 넘어가고,한국 역사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데,중국은 교묘하고 치밀하게도 1960년대초부터 고조선,즉 한국고대사  부분이 삭제되고 '중국 변방 소수 민족의 지방 정권'으로 축소하여 중국사 안에 편입시키려 하자 온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외교채널과 외교통상부 대표자의 항의성 방문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커녕 "중국은 역사 왜곡의 의도가 없으며 동북공정은 지방 정부(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등)의 일이어서 통제가 어렵다"는 면피용 변명만 늘어 놓음을 알게 되었다.또한 이것은 명백한거짓임이 드러났다.

2000년 후진타오는 중국 사회과학언에 지시해 승인한 사회과학 연구 항목 가운데 하나이며,중국 최고 지도부의 확인,지시,승인 하에 진행되는 국가 프로젝트임을 밝혀 주고 있음을 우리는 똑바로 알고 주시하며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한.중 2개국이 만주 지역 고조선 강역에 대한 시각차,1992년~1997년 사이에 귀근원과 중화삼조당의 건립을 통해 치우를 중국 민족의 조상으로 끌어안고,중국은 하상주단대공정,중화문탐원공정이 진행중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동북 3성안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의 결집 문제,이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간도 영유권과 국경 문제등을 염두에 두고 조선족 자치주에 속해 있는 훈춘시를 제2의 홍콩으로 개발하려던 전략을 보류하였으며,1995년 6월 통화현 지역에서 발견된 여명 문화가 고구려의 뿌리를 밝힐 수 있는 고리가 될 수도 있어,이를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 '중국의 대 한국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동북공정은 '하상주단단대공정 --- 중화문명탐원 공정으로 이어지는 '대중화주의'건설 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동북 만주 지역을 '대중화'의 영토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극히 작은 일부분으로 보고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21C 동북아 시대를 준비하는 신세대들에게는 '어디 어디는 우리 땅'이라는 식의 폐쇄된 공간을 전제로 한 역사 교육보다는 역사 자체를 '흐름'과 '교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또한 '열린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시키는 동북아 문화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남과 북이 통일이 된다면 중국은 더욱 한반도의 고대사부분을 중국 고대사의 한 부분으로 굳히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겉으로는 호혜평등,실리주의등으로 떠들고 있지만,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함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으며,중국을 제대로 알고 그들의 폐쇄적이면서도 아전인수격의 주의.주장을 멋진 외교술과 협상술로 저지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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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자도사 1급 3,500 - 한자검정능력시험 1급을 위한
허명구 지음 / 한솜미디어(띠앗)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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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카트렌드차이나 시대를 맞이하고 중국이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을 때에 우리도 그들의 역사,문화등을 읽고 이해하려면 한자의 정확한 습득과 해석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또한 주지하다시피 우리글 속에는 쉽든 어렵든 한자어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독서력의 증강을 위해서는 필연코 한자어의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이 든다.

 또한 대학입학.졸업,각기업체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우리 글의 이해도 및 창의력을 측정하는 관점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급수 3급이상을 요구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도 조기부터 한자학습을 제대로 학습해 놓는다면 한자학습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급수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민간단체가 난립하고 있지만,권위있는 2~3개의 주관사의 시험일정과 배정한자,출제 경향등을 살펴본 후에 시험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듯하다.

 개인적으로도 10여년전에 국가공인 급수증을 따놓아서 독서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특히 모르는 한자어인 경우에는 굳이 옥편이나 국어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문맥을 잘 살펴서 추리해 나가면서 이해를 하고 한자어 속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알게 됨으로써 소소한 기쁨을 맛볼 수가 있다.

 이 도서는 1급을 목표로 도전하는 수험생들에게 배정한자를 착실하게 익히되 자원설명과 용례,장.단음등이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매일 일정량을 학습하고 연습해 나가는 것이 좋다.특히 쓰고 외우는 이미지로 뿌리박힌 한자이다 보니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만,자원(字源)설명은 한자의 원리,부수등에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가 되리라 믿는다.

부록에는 부수,쪽자,순 우리말,반대어,유의어,전의어,일자다음어,약자,사자성어,두음법칙,장단음 구분,총획색인,자음색인,부수 214자등의 명칭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어 좋은 수험서가 되리라 생각이 든다.

 우리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의 정확한 의미와 용례등을 익혀 나가고,각과목,전문분야등에도 그 비중은 막중하다고 보여지므로 조기에 영어,피아노,태권도등도 아이들의 심신발달에 중요하지만,우리전래의 뿌리인 한자의 학습도 한글과 함께 익히게 하고 익혀 나가는 주도적인 학습습관이 요구된다.'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리는 요즘이다.또한 한.중.일 3국중에서 한국의 어린이들의 한자 실력이 가장 저조하고 뒤떨어짐은 정부의 영어 일변도의 중점교육에서 기인한 것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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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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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아마 평범하면서도 특출한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다만 이 글의 공간적 배경이 산이 훨히 올려다보이는 산꼭대기 마을과 야산에서 또래들과 칼싸움하고 기마전을 벌이며 해가 넘어가도록 지칠줄 모르고 마냥 뛰놀았던 것은 흡사 '아홉살 인생 '속으로 빠져드는듯 했다.

 주인공 여민은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로 남의 집에 얹혀 살기를 반복하다  도시외곽 산꼭대기 별이 보이는 곳으로 둥지를 튼다.수없이 낯선 환경 속에서 자라온 여민은 호적계의 실수로 나이에 비해 한 학년이 빠르게 되고 아홉살의 3학년으로 산과 학교,숲,이웃 사람들과 부딪히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회고 및 성찰의 시간으로 이 이야기는 전개되어 간다.

 산꼭대기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어머니는 이사를 왔다는 신고식차 밀가루파전을 돌리면서 이웃간과 서로 안면을 틔게 되고,산꼭대기 주변 야산에서는 말 그대로 자연을 벗삼아 골목대장이 되기도 하고 부하가 되기도 하는등 개구쟁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마치 내가 살았던 집 뒤의 야산에서 친구,동생들과 놀던 시절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 갔다.

 홀어머니 밑에서 고시공부하던 청년의 부탁을 받은 여민이는 짝사랑의 편지를 피아노선생에게 전해 주면서 어른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란 무엇인지 아홉살 여민이는 아마도 같은 반 우림이와 성격과 생각은 다르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우림이는 여자라는 느낌이 강하고 여민이는 어리지만 참을성과 배려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꼭대기 이웃 간에도 불화와 다툼이 끊이지 않는데,작가의 어린 시절이나 나의 어린시절이든 서민들이 살던 당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남편은 아내에게 무조건 명령하고 아내는 절대 순종하는 식이지만 도가 지나치고 상황이 악화되면 욕지거리,가재도구 던지기등으로 큰 소리가 땅을 뒤흔들고 자라나는 아홉살의 여민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어떻게 보았을까? 또한 무허가로 집을 지어 세를 놓고 있는 풍뎅이영감은 매달 아니 며칠에 한 번씩 산꼭대기 집들을 다니며 월세를 수금하려 들지만,기종이네처럼 오누이만 사는 집에 나타나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볼때에는 몰염치,몰양심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여민이 아버지의 설득과 회유에 의해 기종이네만은 월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하니,법적인 문제로 나올 때는 무허가에 착취라는 혐의가 두려웠던게 틀림없다.

 전설처럼 토굴 속에서 흰 머리 휘날리며 단신으로 연명하다 생을 마친 불쌍한 토굴할매,고시공부 한다던 골방청년은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비관적이 되어 숲 속에서 목을 메달아 생을 마감하고 남게 된 홀어머니는 얼마나 낙심하고 환장하겠는가?!,비록 처음은 좋지 않았지만 가장 가깝게 지낸 기종이는 누나와 뻥까기대장 한 상사와 결혼하게 되면서 이별을 고하고,여민이도 공부도 싫고 세상이 재미가 없어 숲 속에서 방랑을 하게 되는등 이런 저런 경험과 접촉을 하게 된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훈육한답시고 체벌을 가하면 체벌교사는 십중팔구 학부모에 의해 신고를 받고 징계나 전근발령을 받을지도 모르는데,1970년 당시는 말그대로 선생님은 하늘과 같은 존재였으리라.숙제를 안해 온다든지 품행이 단정치 않다든지 말썽을 피우는등 눈에 가시같은 학생은 가차없이 주먹,고무로 제작된 검정 스리퍼등으로 퍽퍽 얻어 터지며 가녀린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코피가 보일때까지 흠신 두들겨 패는 모습은 공포스러운 학교생활이 아니었나 싶다.그게 비단 '월급기계'로 불리워졌던 여민이의 담임선생님의 빗나간 훈육관이었는지 교사로서의 자격미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숲 속에서 방황하다 산지기에 들켜 여민이는 산지기에 의해 말도 안되는 혐의를 받으며 눈에 별빛이 보일정도로 두들겨 맞는데,여민이는 아마 풍뎅이영감이나 산지기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교활'해지기 위한 궁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홉살 인생을 읽노라니 산꼭대기에 붙어 있는 집들도 얼기 설기 없는 사람들 위주로 살아 가는 빈민촌의 모습이 연상되고 이웃들의 살아 가는 모습도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전형적인 밑바닥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같다.골방철학자 청년의 순애보적인 짝사랑 이야기,여민이와 짝 우림이의 싫었다 좋았다하는 소꿉장난 같은 이야기등이 어린 시절 그 맘때에 있을 법한 일상이 아니었다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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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와룡동의 아이들 1
전하리 글.그림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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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대말 서울 와룡동은 어떠한 모습이었을지 잘은 모르지만,아마 겨울이 되면 연탄으로 방을 따뜻하게 하고 방을 짓고 대문 앞에는 연탄재가 층을 이루어, 눈이 오면 연탄재를 찝개로 탁탁 때려 가루어 만들어 빙판길이 되기 전에 보행자들의 안전을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제가 살던 1960대말은 사방이 남쪽만 확 트인 공간이고 서남북이 산으로 뒤덮혀 산과 들판을 바라보며 유년의 꿈을 키워 나갔던 시절에,겨울이 오면 소리 없이 오기도 하고,싸락눈은 사각사각 초가지붕의 처마 밑을 간지럽힌다.요근래는 사시사철 내복을 입지 않고도 거뜬하게 겨울을 나기가 가능하지만,지구 온난화가 덜 되었는지 겨울은 말 그대로 겨울답게 매섭고 덜덜 떨게 만들기에 오바로크로 안쪽을 박아낸 두툼하고 튼실한 내복을 입어야만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함박눈의 푸근함과"’내년 농사는 풍년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며 세차게 내리는 듯하다 조용한 자태로 바뀌어 1시간 정도만 내려주면 금세 산과 지붕,앞 마당,들판은 하얀 솜옷으로 변해 마치 은세계를 연상케 하고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갖게 된다.꼬맹이,강아지들은 눈만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뜀박질을 해가며 눈사람을 만들고,한쪽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황량하게 변한 논바닥 위에서 신나게 눈싸움을 하며 서로의 기세를 앞다투게 된다.
아주까리 나무 둥지 한 켠에서는 까치마저 눈이 온 세상을 알리기라도 하듯 까~악 까~악 목청껏 소리를 내며 다음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을 암시라도 하는 거 같다.

 연탄불에 올려 놓은 찌개와 밥이 어느 정도 되어갈 무렵,따뜻한 아랫목에서는 아들은 실타래를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돌려가며 실타래를 풀어주고 어머니는 실을 감는다.털옷과 털장갑,털목도리를 손수 어머니의 손으로 만들어 놓으면 모양도 좋고 따스한 감촉마져 드는 것이 명품은 저리가라일 것이다.6남매를 둔 어머니는 지극히 자애로운 심성으로 몇 날 몇 일을 손이 얼까봐 손장갑을 짜시고 밤잠도 고사하는등 자식들의 건강을 챙겨 주신다.

 고무신만 신고 맨손과 맨발로 추운줄 모르고 눈사람,눈싸움을 마치고 집에 온 아이들은 바깥의 매서운 기온과 방 안의 따뜻한 기온이 만나 언 손과 언 발은 어느덧 냉동실에 나온 아이스크림처럼 피부 겉면이 사르르 녹는듯 하더니 가렵고 빨갛게 변한 손.발등을 어머니는 안스럽게 바라보며,"추운데 누가 나가서 고생하라고 했니?"하면서 가벼운 질책을 한다.

 1970년대초 서울 와룡동의 첫눈 오던 모습은 시골이나 별차이가 없었을거 같다.핵가족시대에 접어 들기전이기에 대략 방2개 많은 집은 3~4개였을테지만 대부분 2개 정도에 어두침침한 부엌 한 켠,대문 쪽에 나있는 재래식 변소등이었을 것이다.그나마 연탄불의 기운이 흘러가는 방은 6남매의 체온과 숨소리로 모여 비좁지만 서로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미운 정,고운 정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니었나 싶다.

 명호네는 그리 부유한 집은 아니었나 보다.아버지는 하루 벌어 생계를 근근히 이어가는 빈민중의 하나였나 보다.일 갔다 온 남편의 신발이 눈에 젖어 연탄불 언저리에 올려 놓았는데,그만 피곤했는지 연탄불이 다 타고 없어진 것을 알아채지 못한 어머니는 다음 날 아침 연탄이 떨어지고 덜 마른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하는 남편을 바라보며,어머니의 머리칼은 눈빛처럼 하얗게 물들어 갔을 것이다.

 흔히 ’노가다’라고 하는 곳은 일당제이기에 십장이나 현장소장이 제 날짜에 급료를 주지 않으면,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 될수도 있고 서러움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아버지는 어떻게든 가족의 생계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연탄을 마련해 온다는 출근길의 인사말로 가난함 속에서 부모님의 온정과 책임감등을 느끼게 된다.

 6남매는 어찌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냥 눈이 온 세상이 신이 나고 뛰놀며 성장하는 자체가 그들의 희망이고 낙이었을 것이다.제법 묵직하게 내려 앉은 처마에는 맑고 투명하게 역삼각형으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고드름은 그 당시 입안이 칼칼하고 심심할땐 차갑고 시린 고드름을 입안에 질겅 집어 넣고 한참을 혀끝으로 돌돌 말아가면서 녹이고 청량감을 맛보곤 했다.

 그런데 딸이 많은 6남매의 맏이 ’명호’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된것이다.하루 종일 내린 눈이 날이 저물어 갈무렵엔 살을 에는 한파로 변해 어머니는 ’명호’때문에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을 못한다.명호는 맏이로서 연탄이 없어 밥도 못짓고 추위에 떨것을 생각하니 안됐다라는 생각이 한 모양이다.그간 받은 용돈과 모아 놓은 신문지를 팔아서 하룻밤이라도 따뜻한 방 에서 지내고 엄마,아빠께 대견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눈발이 휘날리는 골목길을 헤치고 연탄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온것이다.어머니는 아들 명호의 생각지도 않았던 행동에 얼마나 감동을 했을 것이며 가난하지만 착한 심성을 갖은 아들의 행동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 것인가? 아마 아버지는 그날도 목수 일을 하고 나서 받는 급료를 받지 못하고 자책감 때문에 밖에서 서성거리고 배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지나간 어려웠던 시절을 첫눈이 오던 1960년대말을 회상하면서 그린 이 글은 살아왔던 환경에 따라 받아 들이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갖은 거 없고 고단했던 시절에는 그나마 우애가 있고 인정이 살아있었다고 생각한다.물질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돈과 명예등이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돈과 명예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살아있는 따뜻함과 가족을 사랑하는 가족애가 물씬 전해져 오는 어른들이 봐야만 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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