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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ㅣ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동쪽에 유럽 국가들은 나의 뇌리에는 아직도 사회주의 색채가 두텁게 남아 있고,그들의 언어와 사상은 경직되어 있으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여타 서유럽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일 거라는 인상이 깊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에는 내 선입견이 확실히 잘못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다.문학과 예술,음악,역사가 깊은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3국을 통하여 내 마음 속에는 3국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면모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체코 ’프라하의 봄’은 언제 올것인가?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현재는 동유럽이 그러하듯 1989년 동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러시아의 이념적 지배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추구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을 실감했다.카프카,알폰스 무하,드보르자크,모차르트,베토벤과 끈끈한 연을 맺고,그들의 발자취 또한 여기 저기에서 찾을 수가 있으며,여행을 하는 나그네들에게는 한번쯤 찾아가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전설에 얽힌 ’카를교’의 인산인해로 넘치는 관광객과 멋진 풍광은 저절로 탄식과 발걸음과 숨을 멈춘채 고요한 평온한 시간으로 되돌릴 듯하다.그곳에서 울리는 보헤미안 랩소디도 빼놓을 수 없다.또한 그들은 굴욕의 역사 속에서 꿋꿋이 버티어 낼 수 있었던 저력은 아무래도 그들이 안고 있는 전설의 힘이 크다고 한다.
도도한 역사 속에 체코의 종교 문화 또한 중세 건물등에서 읽을 수가 있는데,로마네스크,바로크풍의 고풍스러운 모습에 장엄함과 경건함을 함께 읽을 수가 있었다.반면 낭만을 상징하는 네루도바의 거리에는 집문앞에 심벌이나 문장을 달아 놓아 개성적이고 멋을 한껏 뽐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길을 가다 유대인의 비석에 비누를 헌납하는 광경에 놀라 물어보니,2차 대전중에 나치가 유대인을 죽이고 뼈가루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고 한다.실제인지는 모르지만 캐나다의 역사 교과서에는 나치의 만행을 그렇게 묘사해 놓았다고 하니,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모차르트는 프라하를 사랑했던 음악가로 알려져 있는데,<돈 조반니>,<피가로의 결혼>,<아마데우스>,장송곡<레퀴엠>까지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후세들에 의해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지만,그의 죽음은 비참했고 묘지조차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안되고 있다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것은 맥주 하면 독일이고 연간 맥주 소비량이 세계 최고일 듯한데,근래 데이터에 의하면 체코가 맥주 소비량 세계 제1위란다.한국은 그들의 1/4밖에 되지 않는다.맥주도 원래 술이라 과음하면 좋지 않은데,그들은 맥주와 함께 억눌린 인생의 비애와 기쁨을 누리고 있는듯 하다.
슬로바키아 체코와 연방국으로 있었지만,하벨 정권시 슬로바키아로 독립되었는데,슬로바키아는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함을 알게 되었다.만일 주변국인 헝가리어를 사용하면 몇 년치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려야 할만큼 그들의 언어 수호에 집념이 강한거 같다.베토벤은 이곳 작은 전원 마을 돌라 크루파에서 <달빛 소나타>를 구상하고 작곡했는데,이 음악은 너무나도 우울하고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는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이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이들이 자살로 우울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평평한 땅 폴란드 우리가 알아야 할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그단스크에 떠오르는 황홀하도록 눈부신 세 개의 태양을 비롯하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쉼보르스카,2대에 걸쳐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퀴리가,낭만파 음악의 거장 쇼팽,로마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생가,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등 폴란드가 낳은 숱한 명사,영웅들이 있음을 알았다.
폴란드는 1,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샌드위치가 되어 러시아,독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면서 많은 피해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특히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유대인 학살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강제로 끌려가 독가스실,굶주림,학대등으로 죽어간 이들이 몇 백만명이 된다고 하니,인종 문제가 무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역사상 폴란드 땅을 최초로 밟은 사람은 구한말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게 위해 폴란드 땅을 거쳐간 민영환,파리에 가던 중 바르샤바에 들른 신여성 나혜석씨였다.김광균의 <추일서정>을 통해 폴란드의 토룬이라는 도시를 묘사하고 있는데 시간이 되면 음미해 보고 싶다.황폐화되고 음산한 토룬의 정경이 눈에 다가오는듯 하다.
동토의 나라로만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던 나는 이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동유럽 3국(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들의 역사,문학,예술,음악의 세계를 알게 된것이 향후 동유럽을 여행하는데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같다.또한 저자는 여행전에 주도면밀하게 해당국의 자료를 건네 받고 조사한 뒤 순례한지라 내용이 단순한 개인여행기가 아닌 배경 지식이 짙게 깔린 멋진 여행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