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묵직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기에도 아까운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글을  읽으면서 20대 초반의 청춘 남녀들의 일상에서 있을 법한 것들로 엮어져 있어서 20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과 그 시대를 훌쩍 넘긴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

비 오는 날,전철 안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서 수경이는 뭇남자의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닿게 되면서 예민하게 받아 들이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는 체념 섞인 생각으로 삶을 살아 가는 듯하다.뭇남자의 끈질긴 스토킹 작전은 성공으로 이어지고,로봇에 빠져 있던 뭇남자는 허무맹랑하면서도 그럴 듯한 로봇 3원칙을 내세우면서 남녀간의 사랑법을 갈파하면서 수경이와의 달콤한 사랑으로 이어지며 자신의 로봇 3원칙을 지키며 그녀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 수경이는 달콤한 슬픔에 잠기게 된다.

<<여행>>

한때 좋아했던 남녀 사이의 이야기로서 한선은 수진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옛정을 못잊는지 결혼식을 얼마 안남긴 상태에서 반강제로 수진이를 차에 태우고 공활한 동해 바닷가에 내려 놓게 되면서,그가 무엇을 원하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투박하고 거칠게 생긴 자에게 재수없게 걸려 한선은 심하게 두들겨 맞아 병원행을 하고,수진이는 깨진 식기를 발밑에 두고 새벽녘에 귀가하게 된다.

<<악어>>

내성적이고 외소한 한 남자는 변성기를 맞고 있는 때에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갈고 닦는데에 여념이 없는데,왔다 갔다하는 음정이지만 주위에서는 매혹적인 목소리라 칭찬을 하게 된다.콘서트를 앞두고 극도로 스트레스에 쌓인 그는 결국 콘서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밀회>>

주인공은 업무차 독일에 들락 날락하는데,7년간 한 여인과 정해진 장소에서 1년에 한 번씩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공허함을 채워 나가는 이야기이다.남편이 레슬링을 하다 뇌출혈을 일으키고 사람을 알아 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러,여인은 결국 타국에 안식처를 구하면서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데,삶을 생각하고 공허함을 채우려는 분위기가 깔린 이야기 같다.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예살인>>

피부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직원이 사장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오다 점점 변하는 피부가 죽도록 싫어져 결국 유서를 남기고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마코토>>

여주인공은 대학 시절 좋아했던 남친으로부터 쿨하게 헤어짐을 당하고,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온 마코토씨를 짝사랑하게 되는데,워낙 성실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마코토 주변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게 되자,여주인공은 어떻게든 마코토로부터 좋은 인상과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발버둥을 치지만 먹히지를 않는 청승스런 존재 같다.대학을 중퇴하고 광고 회사에 취직이 된 그녀는 회사 일로 동경에 가게 되는데,마코토씨를 만나는데에 성공하게 되고,그녀의 마음 속에 내재된 사랑의 불씨를 토해 내게 된다.좁고 밝지 않은 카페 안에서의 농밀한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마코토씨도 그녀를 싫어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IMF의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붙던 시절,동규네 집에는 이물질이 섞여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뭔가를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있었던 거같고,해당 판매회사에서는 즉각 문제가 된 아이스크림을 회수하고 보상으로 초콜릿 상자를 주고 간다.그러면서 동규네는 후라이드 치킨을 먹으면서 재차 튀겨 내느라고 기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의구심을 갖는 이야기이다.

<<조>>

백화점에서 청원 경찰마냥 손님들이 속칭 '스리'행위등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지 감시하는 역할로 나오는데,조는 본업보다는 자신의 경제적,물질적으로 부족한 건지,장내에서 도둑을 잡아 훔친 물건을 여직원에게 보내고 마음의 표시를 하는 '타락한 조의 일상'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결국 장물취득,증거인멸,직무유기로 그는 철창 신세를 지면서 암전같은 구치소에서 눈을 감으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지만 눈을 뜨고 보니 모든게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덧없는 인생 이야기이다.

 <<바다 이야기 1,2>>

*모래속에 파묻힌 사람이 마음에 걸려 모래 사장으로 가보니 그 사람은 온데 간데 없고,호텔에 돌아 오니 부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남편을 의심하는데,평소 얼마나 무심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가 촬영 현장에서 엑스트라로 왔다 갔다 몇 번을  하다 약간의 사례비를 받고,무슨 일인지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혼자서 다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야기이다.

<<퀴즈쇼>>

연히 퀴즈쇼에서 만난 '동국이와 은이'이야기인데,우연치고는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이 동창이었던 것이다.은이는 집에 들어온 강도에 의해 온가족이 죽음을 당하고 혼자 남게 되는데,학창 시절 그녀의 성격이 사이코에 남자 관계 제로,무책임한 탓인지 동국이는 그녀를 선입견으로 바라 본다.하지만 은이의 사연을 듣고 나서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는 동국이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그녀는 가족을 잃는 트라우마를 안고 대인 공포증,공황 장애증이 있던 터라 소심하면서 예민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은이는 동국이와 얘기를 나누면서 외롭고 견디기 힘든 욕망을 '해봤어'와 '소양감댐의 수문이 몇 년 만에 열렸다'라는 농담을 우회적으로 하면서 동국이와의 짙은 정사를 행하게 된다.누구나 사연과 아픔을 안고 살지만 그걸 훌훌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리라는 생각과 진실로 털어 놓을 벗이 있다는 게 참으로 소중하고 훈훈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의 커피>>

우연히 길을 가다 어디선가 본듯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때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게 되죠.그러나 오늘의 커피와 카페라테는 오월동주인거 같네요.당한 사람은 잊지 못하지만 가한 사람은 잊으려 애쓰죠.

<<약속>>

 어느 터미널에서의 웃지 못할 이야기인거 같다.요즘 그런 사람이 있겠냐마는 멀쩡한 사람이 다가와서 "저러한데 돈 좀 빌려 주시면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라든가 전도 목적으로 찌라시를 돌리는 교인들이 있음을 오래 전의 기억에 남아 있다.돈은 받을 목적으로 빌려 줘서는 안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가 있어,나는 상황 판단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13편의 이야기들을 읽어 가면서 과거,현재,미래에 이러한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지금 일을 하고 있는 나의 주변,미지의 세계에서는 인간 군상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을까라고 생각해 본 시간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는 없겠지만,어딘가에서는 아마도 크고 작은 사연들이 일어 나고 그 사연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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