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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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완서 씨가 일곱살 시절부터 6.25 와중의 스무살까지의 기록을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쓴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긴장감 있는 줄타기이다라고 박완서 씨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데 박완서 씨는 이 팽팽한 현을 끊고 그냥 기억에 의존하여 부담없이 이 책을 써 나갔다. 기억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자서전이지만, 기억과 기억의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상상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는 소설이다.

소설에 작가의 삶이나 생각이 투영된다는 것은 무수한 작품에서도 확인된다. 박완서 씨 역시 자신의 삶의 기록에서 여기저기 따다가 다른 소설에서 울궈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재는 과거의 한 단편에서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그 소재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소재로 했다 해서 이 책이 그저 평범한 인생역정을 담은 책으로 분류될 수는 없다. 이른바 사물을 인지하는데 있어 취사선택이라는 게 이루어지기 마련이고, 느낌도 천양지차일 것이다.그렇기에 구성하는 이에 따라 똑같은 과거의 삶의 기록일지라도 이는 평범한 인생역정이 될 수도 있고,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박완서 씨가 묘사하는 오빠, 어머니, 할아버지라는 인물은 너무 생생하다. 여느 소설 주인공의 인물 묘사 이상의 감으로 다가와, 기억에 의존한다지만 역시 작가의 감수성이란 장삼이사의 기억과는 얼마나 질적으로 다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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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같은 도시 도시 같은책
황기원 지음 / 열화당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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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사장, 꽃가게, 가로, 자동차 매연.. 우리가 매일 접하는 환경이다. 잠시 시골로, 자연으로 떠날 수 있어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도시 환경의 일부다. 이 안에서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부대끼고, 1년 거의를 생활해야 한다.

도시는 근대화가 만들어낸 멋들어진 말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의 백태와 그 백태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기재가 복잡하게 숨쉬고 있다. 도시는 거대한 그릇 같다. 수많은 인간과 그 인간의 생산물이자 폐기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이 그릇은 인간의 반영이자, 인간을 규정짓기도 하는 환경인데, 정작 우리는 인간은 볼지언정, 자연은 그리워할 줄 알지언정, 우리가 하루 종일 숨쉬어야 할 이 그릇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선을 보낼 줄 모른다.

이제 이 도시에도 우리의 눈길을 한 번쯤은 돌려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도시를 하루 종일 쏘다닐 수 없다면 황기원 교수의 이 책을 보는 것도 좋다.

황기원 교수는 빛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도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도시의 회색과 잡색은 결국 우리 삶이 만들고 비추는 빛깔일 뿐'이며,'그처럼 어두우 회색 속에서 밝은 흰빛을 밝혀낼 수 있다면 고단한 우리 삶에도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음에서 도시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황 교수가 서문에서 얘기한 프리즘 얘기를 꺼내고 싶다. 황 교수는 프리즘이 햇빛의 다양한 색깔을 꺼내 놓을 뿐 아니라 이를 다시 모아 흰빛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사물에 대한 시각도 이래야 되지 않을까 싶다.

프리즘처럼 사물의 모든 성격을 꺼내 놓더라도 다시 이를 모아 사물을 복원해 놓아야 할 것이다. 그 때 복원되는 것은 이미 다른 차원에서 보이는 사물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복원하는 시각이 따뜻해야 할 것이다. 이 복원은 대안이 될 수 있고, 시각의 교정일 수 있고, 사물에 대한 애정의 회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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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노릇 사람노릇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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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노릇 사람노릇>을 펼치면 꼬장꼬장한 60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박완서 님이다. 소년소녀기에 일제 시대를 통과했더니 그들의 전성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한국동란이었던 파란만장의 60대다. 가난 속에서 절약과 내핍으로 한국 성장기에 참여하고 버텨왔건만, 이제는 구시대적인 궁상으로 취급되어 버리는 변두리 세대 60대다. 아직까지도 윤리니 예의범절을 질타할 수 있는 우리 시대정신의 보루 60대다.

박완서 님의 과거와 현실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엮어지는 수필들을 통해 60대가 읽히고, 정겨운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현실 정치를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손주들과 신세대의 버릇없음과 몰지각을 질타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시골 자연음과 자연향을 옮겨다 주기도 하고, 과거를 따뜻하게 복원시켜 주기도 한다.

글 하나 하나가 정겹고 감칠맛난다.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되, 자연스럽게 읽는 과정에서 느낌을 준다. 노령이 되면 그 창작열이나 표현력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되던 헛된 추측을 여지 없이 무너뜨린다. 아니, 오히려 된장국은 끓이면 끊일수록 맛이 우러나듯 한 문장 한 문장이 맛으로 우러나고 있다.

사물과 사람을 보는 따뜻한 눈길이 담긴 글이 그립다면, 우리나라 60대 할머니의 꼬장꼬장함과 정서가 생각난다면 한번 <어른노릇, 사람노릇>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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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20가지 과학 이야기
B.E.짐머맨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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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20가지 과학 이야기>는 생물의 성, 알레르기, 유전, 시간의 역사, 클론,카오스,초전도 등 20가지 주제가 한 주제당 15페이지씩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교과서가 이런 서술식으로 기술되어 있다면 얼마나 재밌게 과학을 공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시작하다가, 원론적인 주제를 다루고, 그리고 마지막 편에서는 현재의 초미의 관심사나 현재 진행형의 과학적 과제를 다루고 있다.

초전도 물질을 최대한 가장 높은 온도에서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읽을 때는 그러한 개발 과정에 있는 과학자들의 숨가쁜 노력이 읽혀지고, 어떻게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물질을 만들 수 없겠는가 하는 조바심도 났다. '살인유전자' 부분을 읽을 때는 과학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밟으면서 미지의 세계를 추적해 왔는지 실감이 났다.

교과서에서도 이렇듯 인류의 진보역사의 숨결과 감동, 그리고 호기심과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어느 학교에서 주 강의용으로 택한 과학 참고도서 첫 페이지를 열었더니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섹스를 한다. 이른 봄 연못가에서, 숫개구리가 암개구리 위헤 올라타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면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의 역사를 기술해간다면 이 또한 훌륭한 한 방법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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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페르시아 왕 느낌이 있는 동화 1
선안나 / 동아출판사(두산)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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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사이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인기가 있는 편이다. 이솝 이야기 원본이라는 책도 그렇고, 아마 시류를 타나보다. 동화는 잔잔하면서 여운을 남겨준다. 굳이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해서 나온 동화책 보다는 진짜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제목으로봐서는 서구적인 동화일 듯 싶으나 실제 내용은 전혀 아니다. 19편의 동화가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새록새록 다가오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그림 속의 문'이란 동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어떤 아이가 하늘 가운데 문을 그리는 것을 보고 엄마가 문은 꼭 집에다가 그리는 식으로 지도하다가 아이 나름대로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인데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동화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화책에 대한 그 동안의 선입견을 버렸다. 동화책이라면 어쩐지 신데렐라 같은 내용을 떠올리고, 아이들의 세계를 심도있게 그려내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말이다. 이런 동화책이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설적으로 현실의 세계를 비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보다, 이런 동화를 통해 숨겨져 있는 여백을 찾아내고 동화작가의 심성을 읽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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