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우리 나무』가 출판되었을 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나무들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다. 그 책을 통해서 나무도 알아야지만 사랑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게 그렇다. 그 사람이 어떤 사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방법은 그 사물에 대해 얼마나 세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로 대별될 수 있다. 그 분야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꿰고 있다는 것, 이것은 단순한 지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대개는 많이 안다는 것은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동일어가 되기 십상이다.
『궁궐의 우리 나무』의 저자 박상진씨가 이번에는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를 내놓았다. 전자의 책이 나무도감류에 가깝다면, 신작은 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쪽에 가깝다.
저자가 이 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약 30년 전에 우연히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들과 만나기 시작하면서였다고 볼 수 있다. 그 뒤 아주 작은 표본과 현미경으로 씨름하면서 무령왕릉에서 나온 관 나무가 일본에서 가져온 금송이라는 것을 밝혀내 백제와 일본 간의 관계 조명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으며, 팔만대장경이 해인사 인근의 산벚나무와 돌배나무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느낀 것은 나무야말로 선조들의 삶을 지켜온 ‘현장목격자’라는 것이다. 단지 나무가 묵묵히 역사를 지켜보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예를 들면 나이테만 해도 그렇다. 나이테에는 단지 그 나무의 수령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몇 백년에 걸친 기간 동안의 기후변화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이는 나이테가 나무의 삶의 애환을 기록한 일기장이자 ‘대자연의 하드디스크’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현미경으로 들여봐야 하는 아주 미세한 조각에 의지하여 나무도 복원하고 역사도 복원해간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천마도의 캔버스, 반가사유상, 팔만대장경, 거북선, 그리고 신라의 쇠망의 빌미를 제공한 숯 등에서 새롭고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가 길러 올려진다. 마치 작은 공룡뼈 조각 하나에 의지해 공룡을 복원해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이 단지 나무를 통한 역사의 복원 이야기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복원 이전에 친근한 우리의 벗으로서의 나무의 복원 이야기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소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우리의 삶에서 나무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집 짓고 음식 해먹고 살림살이를 만드는 인간생활 모두에 나무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다. 그런 나무들이었기에 5천년의 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얘기를 남겼다. 어느 얘기는 고전 속에 남겨졌고, 어느 얘기는 역사책에 남겨졌고, 어느 얘기는 지금도 남아있는 오래된 나무 자체에 담겨져 있다. 그러한 얘기를 찾아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무가 우리의 오랜 벗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얼마전 고궁에서 『궁궐의 우리 나무』 책을 들고서 나무를 세밀히 관찰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다. 『역사가…』 역시 나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벗으로서의 나무’를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