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노릇 사람노릇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른노릇 사람노릇>을 펼치면 꼬장꼬장한 60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박완서 님이다. 소년소녀기에 일제 시대를 통과했더니 그들의 전성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한국동란이었던 파란만장의 60대다. 가난 속에서 절약과 내핍으로 한국 성장기에 참여하고 버텨왔건만, 이제는 구시대적인 궁상으로 취급되어 버리는 변두리 세대 60대다. 아직까지도 윤리니 예의범절을 질타할 수 있는 우리 시대정신의 보루 60대다.

박완서 님의 과거와 현실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엮어지는 수필들을 통해 60대가 읽히고, 정겨운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현실 정치를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손주들과 신세대의 버릇없음과 몰지각을 질타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시골 자연음과 자연향을 옮겨다 주기도 하고, 과거를 따뜻하게 복원시켜 주기도 한다.

글 하나 하나가 정겹고 감칠맛난다.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되, 자연스럽게 읽는 과정에서 느낌을 준다. 노령이 되면 그 창작열이나 표현력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되던 헛된 추측을 여지 없이 무너뜨린다. 아니, 오히려 된장국은 끓이면 끊일수록 맛이 우러나듯 한 문장 한 문장이 맛으로 우러나고 있다.

사물과 사람을 보는 따뜻한 눈길이 담긴 글이 그립다면, 우리나라 60대 할머니의 꼬장꼬장함과 정서가 생각난다면 한번 <어른노릇, 사람노릇>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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