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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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관한 가장 유명한 잘못된 상식은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뇌의 10%도 채 못 쓰고 죽는다는 것일 게다. 이 얘기는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뇌를 15%밖에 못 쓰고 죽었다는 얘기가 덧붙여지면서 설득력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이 뇌 촬영 영상기술로 밝혀졌다. 아주 단순하게 뇌를 움직이는 활동을 할 때도 뇌의 다양한 영역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뇌 전체가 골고루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많을 것이다. 또 하나 든다면 좌뇌와 우뇌의 역할분담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뇌의 한쪽 반구가 분석을 담당하고 다른 쪽 반구는 감정을 담당한다거나, 한쪽이 언어를 처리하고 다른 쪽은 비언어적 기능을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뇌 과학자들은 그렇게 결론지을 수 없다고 한다. 좌우 반구의 차이가 절대적 구분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우리는 뇌의 특정 부위에 고정된 역할을 부여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특정한 정신 작용을 담당하는 하나의 센터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단어 하나를 말해도 대뇌피질 전체에서 독특하게 잔물결이 인다고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잘못된 상식의 결론은 모두 다수의 두뇌 영역이 놀라운 수준으로 협동한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는 잘못된 상식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뇌는 아직도 신비의 영역이다.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그래도 뇌의 영역은 여전히 안개에 뒤덮여 있다. 이 안개가 걷히는 시점이 인간의 이해에 대한 종착지에 도달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뇌의 기능을 밝히려는 신경과학자의 노력은 결국 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브레인 스토리』는 지난 2000년 영국 BBC에서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어 주목을 받았다. 저자인 수전 그린필드는 파킨스병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로 유명한 뇌 과학자이다. 이 책은 전문적인 서술방식은 자제하고 다양한 임상사례를 중심으로 일반인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있다. 복잡한 뇌의 신비가 밝혀질 때는 신비롭지만, 너무나 밝혀진 것이 막연할 때는 때로는 답답해지기도 한다.

동물의 뇌는 운동을 돕기 위해 필요하다. 식물이나 움직이지 않는 동물은 뇌가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우렁쉥이는 바닷속을 헤엄치는 유생 때만 뇌를 가진다고 한다.

많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간은 약 1조개나 되는 뇌세포를 가지고 있다.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연료(산소와 포도당의 형태)를 소비한다.
뇌의 신비에 이르는 미로의 험난함은 단지 어마어마한 뇌세포의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뇌세포 중에서도 뉴런은 가장 중요하다. 다른 뉴런에게 신속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수만 해도 무려 1천억개나 된다. 하나의 뉴런은 무수히 많은 수상돌기를 통해 무려 수만 개의 정보를 입력받는다. 이렇게 다량으로 입력된 정보는 세포체에서 처리되어 단일한 정보를 만들어 다른 뉴런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단지 다음 뉴런에 모이는 수만 개의 입력 정보 가운데 하나가 될 뿐이다. 뉴런 중에는 수상돌기가 최대 10만개까지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것을 감안하여 인간 뇌의 신경결합의 수를 계산하면 대략 100조개가 된다고 한다. 뇌의 미로가 얼마나 험난한지 어렴풋하게 짐작이 갈 뿐이다.

뇌의 신비를 쫓는 것은 생명의 신비를 쫓는 것과 동일시되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의 태도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우선시 되어야지 진리에 대한 오만함이 앞서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뇌의 신비를 얘기하는 것이, 그렇기에 인간이 우월하다는 결론으로 쉽게 이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침팬지가 인간의 뇌보다 용량이 3분의 1이고, 뇌의 주름살도 인간만 못하다는 것을 예로 쉽게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행동양식을 종착지로 귀결지어놓고 논리를 꿰어 맞추는 것일 뿐이다. 뇌는 고도의 신비한 기능임에는 틀림없지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필요 이상으로 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모든 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뇌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뇌를 가지지 않고 있는 것 뿐이다. 신비를 쫓는 것과 우월감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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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林火山 2008-12-26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Naver Opencast의 "風林火山의 분야별 대표 도서 소개"(http://opencast.naver.com/BK175)라는 캐스트의 캐스터 風林火山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제 캐스트에 발행했는데, 혹시라도 발행을 원치 않으시면 '캐스터에게 한마디'에 적어주시거나, itmedusa@gmail.com으로 메일 주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