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박완서 씨가 일곱살 시절부터 6.25 와중의 스무살까지의 기록을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쓴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긴장감 있는 줄타기이다라고 박완서 씨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데 박완서 씨는 이 팽팽한 현을 끊고 그냥 기억에 의존하여 부담없이 이 책을 써 나갔다. 기억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자서전이지만, 기억과 기억의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상상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는 소설이다.

소설에 작가의 삶이나 생각이 투영된다는 것은 무수한 작품에서도 확인된다. 박완서 씨 역시 자신의 삶의 기록에서 여기저기 따다가 다른 소설에서 울궈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재는 과거의 한 단편에서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그 소재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소재로 했다 해서 이 책이 그저 평범한 인생역정을 담은 책으로 분류될 수는 없다. 이른바 사물을 인지하는데 있어 취사선택이라는 게 이루어지기 마련이고, 느낌도 천양지차일 것이다.그렇기에 구성하는 이에 따라 똑같은 과거의 삶의 기록일지라도 이는 평범한 인생역정이 될 수도 있고,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박완서 씨가 묘사하는 오빠, 어머니, 할아버지라는 인물은 너무 생생하다. 여느 소설 주인공의 인물 묘사 이상의 감으로 다가와, 기억에 의존한다지만 역시 작가의 감수성이란 장삼이사의 기억과는 얼마나 질적으로 다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