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
남효창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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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연구소라는 곳이 있다. 숲체험교실, 숲생태 지도사 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곳이다. 인터넷(www.ecoedu.net)으로 신청하면 ‘바람’이라는 소식지를 무료로 보내주는데, 최근의 소식지에서는 전나무를 소개하면서, 내소사 전나무 잎 2장을 붙여보내와 내소사 향기를 전하는 듯 했다.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는 숲연구소 대표인 남효창 박사가 최근 쓴 책이다. 수십 년 동안 숲을 연구해온 결과 위에 2년여의 기간 동안 숲연구소를 운영한 실제 경험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신비한 숲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이끌고 있는 중심축은 학술적 접근이나 경험적 접근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 중심축은 숲에 대한 경이로움과 애정이다. 경이로움으로 인해 숲의 생태계를 존중하게 만들고, 애정으로 인해 숲에 보다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이 책 곳곳에 나와 있는 상수리나무 얘기 역시 재미난 얘기를 전달하는 듯 싶지만, 결국은 상수리나무를 만나고 싶은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도토리 한 알이 거목으로 성장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되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불과 몇 그램의 열매에서 수천 배, 수만 배 크기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 해도 신비로운데, 우리가 보는 거목들이 그 무수한 확률을 뚫고 자라났다니 경이롭기까지 한다.

이 기적이 일어나는 데는 어치라는 새의 역할이 크다. 어치는 겨울 양식을 위해 도토리를 땅 속 여기저기에 묻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어치가 잊어버리거나 귀찮아서 그냥 둠으로 인해 다음해 발아를 하게 된다. 이렇게 발아한 상수리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땅 속 깊이 들어갔기 때문에 많은 물과 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뿌리가 튼튼하여 외부 환경변화에 견디기 쉽기 때문이다. 어치를 통해 거목을 키우는 자연의 순환과정이 놀랍기만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전달하는 여러 숲의 모습들은 지식으로 그치지 않고 호기심과 신비함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숲을 찾으면 이를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책 뒤편에는 숲을 체험하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숲연구소에서 시행해 온 여러 숲체험교실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숲속 놀이도 소개해놓고 있다. 그러한 놀이는 신선하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도 그런 놀이를 통해 숲을 체험하게 된다면 숲의 모습을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겠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한 권에 숲의 모든 것이 나타나 있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으로 숲에 담기에는 한 권은 작다. 그러나 숲에 가까이 가고 싶다는 느낌을 담기에는 한 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이 책 끝 부분에 “가장 큰 대학교는 바로 학교 밖 자연이라고 생각한다”는 인디언 타탕가 마니의 말이 나온다. 매일 출근과 등교한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현대인들이 좀 더 자주 숲으로 출근하고, 우리의 아이들 역시 좀 더 자주 숲으로 등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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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1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에서도 숲의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