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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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내가 감당해내기에는 사실 너무 어렵다. <장미의 이름>을 두 번 읽어보았지만 사실 두 번이나 읽은 것은 좋은 느낌도 있었지만 요르게의 '웃음론'이 너무나도 어려워, 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재미있는 소설의 맛을 겉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번 읽고서도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에코의 최근 책을 중간에서 집어던지고 말았다. <푸코의 진자>처럼 난해한 책도 상권까지는 어거지로 읽다가 던져버렸는데, 그 책보다 훨씬 쉬운 이 책을 반절도 채 못미쳐 던져버린 것은 벌써 내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푸코의 진자>는 너무 난해하여 덮어버렸다면, <세상의 바보...>는 너무 독설적이어서 덮어버렸다. 나는 이제 독설이라 해서 무조건 좋아하지 않겠다. 독설도 이제는 두 종류로 나누어야만 하겠다. '통쾌한 독설'과 '지독한 독설'. 에코의 이 책은 불행히도 내 기준에 의하면 후자에 속한다.

에코가 서문에 자신의 글 중 파스티슈(패러디와 비슷한데 어떤 대가의 기법이나 양식을 모방한 측면에서 다소 다름)적인 성격의 글을 모았다고 하는데, 내가 이탈리아인이 아니거나, 지적 수준이 이에 못미쳐 그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하여간 처음 몇 편의 글에서부터 비행기 기내식 중 80%는 쏟게 만드는 커피포트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식의 과장된 독설에는 도저히 동조되지 않았다.

다 읽지 못한 내 자신의 씁쓸함과 개운치 못함을 없애려 애써 그 탓을 에코에게 돌리고는 책을 던져버린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서평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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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10
존 하겔 3세, 마크 싱어 지음, 이경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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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겔 3세가 97년에〈Net Gain〉을 쓴 이후, 최근 〈Net Worth〉를 내었네요. 세종서적에서 전자의 책은 2년이 지난 후에야 번역하더니, 후자의 책은 나오자마자 번역하는 발빠름을 보여주더군요..

〈Net Worth〉는 <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Net Gain〉에서 저자들은 가상사회의 발전단계가 4단계가 있고, 이의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파워가 판매자에서 소비자쪽으로 흘러가고, 소비자의 파워가 강성해지는 단계인 3단계 즈음에서 Infomediary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는 이의 생각을 더욱 구체적이고 발전적으로 전개시킨 책입니다. 요즘 각광받는 P2P(Peer to Peer, People to People, Path to Profit 중 People to People) 모델을 Infomediary 모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각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중개상이 사라지지만, 가상사회에서도 Infomediary가 존재하고 더욱 발전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Peer to Peer 모델과 견주어가면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Net Gain〉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컨설턴트적인 접근방식이 약간은 거슬리지만, 모름지기 한 분야에 대해서 접근하려면 이 정도 체계는 갖추어야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 현실과는 약간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례들도 있지만, 또 과연 P2P 모델이 지금처럼 부각되고 있는 마당에 Infomediary가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런지, Infomediary가 과연 대세가 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꼭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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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복음 - 그들의 삶과 철학
E. T. 시튼 지음, 김원중 옮김 / 두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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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하면 어떤 것이 연상될까. 우리에게 각인된 인디언은 서부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이주민들을 괴성과 함께 공략하는 야만인이다. 미국은 20세기에 재현된 '공장굴뚝시대'의 개척정신에 토대를 두고서 존 웨인을 필두로 수많은 서부영화를 이렇게 채색해버렸다. 인디언은 19세기에 종족이 명멸했다면 이렇게 20세기에 그 문화적 존재조차 명멸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현 문명의 황폐화에 대한 얘기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인디언의 존재나 자연과 조화를 이룬 문명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재조명되는 문화나 문명이 항상 명멸되고 나서 그 흔적을 쫓는다는 데 있다.

물론 문명이 사라지기 전에 그 문명의 존귀함에 대해 미리부터 경고하는 선각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레비 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외치며 20세기 선각자 반열에 오르기 얼마 전에 <시튼 동물기>를 쓴 E.T. 시튼 역시 인디언문화의 탁월성에 대해 설파했다. 그 책이 '그들의 삶과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인디언의 복음>이다.

동물에 대한 기록, 보이스카웃 운동의 창시자 등으로 알려진 시튼이 인디언문명에 대해서도 깊이 천착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스럽다. 시튼의 이 모든 노력은 하나의 궤를 그리고 있다. 그것은 인간성 황폐, 자연 파괴에 대한 경종인 것이다.

시튼은 인디언을 얘기하면서 가장 먼저 그들의 '영혼'을 얘기한다. 이를 얘기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강조일 것이다. 그러면서 시튼은 인디언문명이 또 하나의 존재하는 문화이다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넘어서 인디언문명의 우월성을 얘기한다. 그들의 도덕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인 문명이야말로 실패한 백인 문명의 수혈받아야 할 자산이라는 점을 은연중 밝히고 있는 것이다.

시튼은 인디언의 문화나 생활방식, 도덕적 규율, 그들의 생각 등을 하나 하나 다루면서 거창하지 않으면서 실제적으로 인디언을 얘기하고 있다. 맨 뒤에는 인디언의 선지자들과 그들의 메시지까지 싣고 있다. '우리의 땅은 우리의 영혼이고, 그렇기에 우리의 땅을 살 수 없다'는 드와미쉬-수콰미쉬족의 시애틀 추장의 명연설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찡하게 다가온다.

나는 미국의 옐로우스톤이나 그랜드캐넌을 가게 되면 그 자연 경관에 경탄하지만은 않게될 듯 싶다. 경탄 이전에 숨져간 인디언의 고결한 영혼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될 것만 같아진다. 이 책에 나와있는 웅대한 자연 경관에 대한 많은 삽화들은 느낌이 그저 '처절하게 아름답다'는 느낌만이 든다. 그 자연경관에는 바로 그 '처절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인디언에 조의를 표하고 이 문명을 말살시킨 현대의 문명에 아쉬운 조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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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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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짧은 우화다. 이 우화의 주인공은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두 생쥐와 헴과 허라는 생쥐와 비슷한 꼬마인간이다.

스펜서 존슨은 동물과 인간의 행동양식을 빗대어 꼬집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는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양식의 차이를 크게 꼬집고 있다.

동물은 자신의 감각과 본성에 의거하여 위험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은 이러한 동물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의 판단에 의지한다면서 오히려 감성보다 우둔하게 변화에 대처하기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일부) 인간의 진정한 우둔함이 빛을 발하는 것은 변화가 일어났을 때이라고 스펜서 존슨은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치즈가 고갈된 순간, 헴과 허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치즈가 없어진 사실에 대해서 그러한 일이 있어났다는 사실에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대목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읽는 사람 스스로 씁쓸해지도록까지 만든다.

여기서 헴과 허의 대처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의거해서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헴과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서겠다고 결심해가는 허 간에 차이가 극명히 커지기 시작한다.

허가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이 백미다. 그 과정에서 허가 느끼게 되는 두려움, 깨달음, 자신감을 묘사하는 것이 가슴에 콕 다가온다. 대비되어 헴의 대처방안에 대한 묘사 역시 강한 대비가 되어 다가온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간명한 우화를 통해서 현실의 문제를 너무나도 실제적이고 생동감있게 묘사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넣은 1장과 3장은 고리타분한 교과서식 훈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우화에 대한 해석은 책을 읽는 독자 각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직장에서는 어떻게, 가정에서는 어떻게 하는 식으로 꼭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주요 문구를 그냥 한번 쭉 적어본다.

-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 두려움을 없앤다면 성공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
- 치즈 냄새를 자주 맡아보면 치즈가 상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새 치즈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 새로운 치즈를 마음속으로 그리면 치즈가 더 가까워진다
-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빨리 찾을 수 있다
- 빈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미로 속에서 찾아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 과거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치즈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 새 치즈를 찾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행동의 방향을 바꾸라.
- 작은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면 큰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 치즈를 따라 움직여라, 그리고 맛있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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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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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고독이 있다. 그 사람의 고독까지 그 사람의 마음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서 그것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독거려주기까지 할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진정 이해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미 시인의 최근 산문집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란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최영미 시인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의 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베스트셀러'란 이름에 짓눌려 그 책을 몇 번이나 들쳐 보았지만, 제대로 몇 편을 보지 못했다. 그 시어들이 잘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인을 이해하지 않고, 시를 이해하려 했으니 시어가 잘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마음의 '빚'을 푸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래, 한 사람을 알지 않고 어떻게 그 사람의 작품을 알 수 있겠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장에서는 최영미 시인의 개인사나 현재의 모습이 많이 들어간 얘기를 가지고 일기 쓰듯 써내려간 글들이고, 두번째 장에서는 그동안 여러 잡지나 신문에 쓴 영화평이나 서평, 그외 산문을 모은 글들이다.

첫번째 장이나 두번째 장이나 글의 내용은 달라 다소 이질적인 묶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번째 장에 실린 글 역시 편하게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써내려가고 있어 그 주제를 통해 최영미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장의 글이 사실 그리 어색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그 직설적이고 둔중한 시어들이 산문으로 펼쳐졌을 때 좀 생명력을 잃은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시인이란 범부가 보지 못하는 사물의 이면을 날카라운 시선을 통해 전달해주는 것이라면 산문 역시 개인사를 쓰든 생활의 일상사를 쓰든 그러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인지(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지) 그리 가슴 절절히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시인 최영미씨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 직설적인 시어들은 거칠 것 없는 자신의 드러냄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녀의 글에 따뜻한 시선 하나를 던질 수 있었다.

이제 새삼 그녀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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