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고독이 있다. 그 사람의 고독까지 그 사람의 마음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서 그것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독거려주기까지 할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진정 이해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미 시인의 최근 산문집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란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최영미 시인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의 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베스트셀러'란 이름에 짓눌려 그 책을 몇 번이나 들쳐 보았지만, 제대로 몇 편을 보지 못했다. 그 시어들이 잘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인을 이해하지 않고, 시를 이해하려 했으니 시어가 잘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마음의 '빚'을 푸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래, 한 사람을 알지 않고 어떻게 그 사람의 작품을 알 수 있겠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 장에서는 최영미 시인의 개인사나 현재의 모습이 많이 들어간 얘기를 가지고 일기 쓰듯 써내려간 글들이고, 두번째 장에서는 그동안 여러 잡지나 신문에 쓴 영화평이나 서평, 그외 산문을 모은 글들이다.

첫번째 장이나 두번째 장이나 글의 내용은 달라 다소 이질적인 묶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번째 장에 실린 글 역시 편하게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써내려가고 있어 그 주제를 통해 최영미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장의 글이 사실 그리 어색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그 직설적이고 둔중한 시어들이 산문으로 펼쳐졌을 때 좀 생명력을 잃은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시인이란 범부가 보지 못하는 사물의 이면을 날카라운 시선을 통해 전달해주는 것이라면 산문 역시 개인사를 쓰든 생활의 일상사를 쓰든 그러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인지(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지) 그리 가슴 절절히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시인 최영미씨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 직설적인 시어들은 거칠 것 없는 자신의 드러냄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녀의 글에 따뜻한 시선 하나를 던질 수 있었다.

이제 새삼 그녀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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