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복음 - 그들의 삶과 철학
E. T. 시튼 지음, 김원중 옮김 / 두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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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하면 어떤 것이 연상될까. 우리에게 각인된 인디언은 서부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이주민들을 괴성과 함께 공략하는 야만인이다. 미국은 20세기에 재현된 '공장굴뚝시대'의 개척정신에 토대를 두고서 존 웨인을 필두로 수많은 서부영화를 이렇게 채색해버렸다. 인디언은 19세기에 종족이 명멸했다면 이렇게 20세기에 그 문화적 존재조차 명멸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현 문명의 황폐화에 대한 얘기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인디언의 존재나 자연과 조화를 이룬 문명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재조명되는 문화나 문명이 항상 명멸되고 나서 그 흔적을 쫓는다는 데 있다.

물론 문명이 사라지기 전에 그 문명의 존귀함에 대해 미리부터 경고하는 선각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레비 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외치며 20세기 선각자 반열에 오르기 얼마 전에 <시튼 동물기>를 쓴 E.T. 시튼 역시 인디언문화의 탁월성에 대해 설파했다. 그 책이 '그들의 삶과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인디언의 복음>이다.

동물에 대한 기록, 보이스카웃 운동의 창시자 등으로 알려진 시튼이 인디언문명에 대해서도 깊이 천착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스럽다. 시튼의 이 모든 노력은 하나의 궤를 그리고 있다. 그것은 인간성 황폐, 자연 파괴에 대한 경종인 것이다.

시튼은 인디언을 얘기하면서 가장 먼저 그들의 '영혼'을 얘기한다. 이를 얘기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강조일 것이다. 그러면서 시튼은 인디언문명이 또 하나의 존재하는 문화이다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넘어서 인디언문명의 우월성을 얘기한다. 그들의 도덕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인 문명이야말로 실패한 백인 문명의 수혈받아야 할 자산이라는 점을 은연중 밝히고 있는 것이다.

시튼은 인디언의 문화나 생활방식, 도덕적 규율, 그들의 생각 등을 하나 하나 다루면서 거창하지 않으면서 실제적으로 인디언을 얘기하고 있다. 맨 뒤에는 인디언의 선지자들과 그들의 메시지까지 싣고 있다. '우리의 땅은 우리의 영혼이고, 그렇기에 우리의 땅을 살 수 없다'는 드와미쉬-수콰미쉬족의 시애틀 추장의 명연설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찡하게 다가온다.

나는 미국의 옐로우스톤이나 그랜드캐넌을 가게 되면 그 자연 경관에 경탄하지만은 않게될 듯 싶다. 경탄 이전에 숨져간 인디언의 고결한 영혼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될 것만 같아진다. 이 책에 나와있는 웅대한 자연 경관에 대한 많은 삽화들은 느낌이 그저 '처절하게 아름답다'는 느낌만이 든다. 그 자연경관에는 바로 그 '처절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인디언에 조의를 표하고 이 문명을 말살시킨 현대의 문명에 아쉬운 조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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