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만들어 예진이에게 선물한 테디베어다. 사실, 먼저 준 놈은 카키색이고, 얘는 선물한 게 아니고 빼앗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저 뽀샤시한 컨셉을 보라. 황량한 군인 사택에 신혼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5살 말괄량이 조카의 선물에는 야악간 부적합한 색이다. 그런데 이모 집에 놀러간 예진이가 너무도 당연하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인형에는 장난감 이외에 장식이라는 목적도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관계로... 이모와 이모부는 인형 갖고 놀 것 같지는 않으므로, 당연히 자기것이려니, 했겠지.^^;;
하여간 이 예쁜 곰 아가씨, 어제 벽장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그 많던 인형들이 며칠 안 보인다...싶더니만, 모두모두 모아서 벽장 안에 모셔놓은 것이다. 인형뿐이랴. 책꽂이 서랍, 각종 장난감, 스케치북, 엄마 머리띠 등등등... 까마귀 새끼도 아니고. -.- 어린이집 가방에도 맨날 종이들을 잔뜩 채워 온다. 제 작품(?)에 대한 애착도 있겠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추측대로 동생에게 빼앗긴 애정으로 인한 욕구불만일 가능성도 크다. 잘 해줘야 하는데...
여하간, 이 친구는 잘 갖고 노냐는 이모의 안부가 걸려서 구출해 주었지만, 나머지 인형친구들은 구하지 못했다. 하긴, 벽장 속에 그대로 있는 것이 '잘 갖고 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예진에게는 그것이 소꼽놀이의 컨셉일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무슨 컨셉일까? <구치소 놀이?> <감금 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