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승, 희. 沈 昇 憙
한학자셨던 고모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청송 심, 오를 승, 기뻐할 희.
소심하고 조용하던 어린시절에는 내 이름의 속뜻이 저렇게 진취적이라는 것을 알고 꽤 기뻤다.
스무살이 넘고 나자, 뜻풀이를 해주면 일부 몰지각한 음란서생들이
"오르는 것을 기뻐한다고? 우히~ ^___,^"
따위의 반응을 보여서 매를 벌었다만.
심승희, 발음에는 상당히 버거운 구성이다.
조음 발달 상 'ㅅ' 은 가장 늦게 완성되는 발음 중의 하나.(거의 초등 1~2학년은 돼야 완성된다)
그런 'ㅅ'이 연이어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조음 발달이 늦은 울반 아이들은 한때 줄기차게 나를 <짐승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어렵고 부담스러운 발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꼭,
성을 붙여 부른다는 것.
관계가 멀찍해서 그런 건 아닌 듯.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승희야"라고 부르는 대신 "시~임~"하고, 내 성으로 애칭을 만들어 버린다. ㅡ,,ㅡ;;
처음엔 고민되더라.
"심승희!"하고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은, 대개, 야단 맞을 일이 있거나
먼 사이에서 격식을 차리는 딱딱한 표현이기에.
헌데,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 사람이
"심승희야", "이봐, 심!"으로 날 불러대니, 뭐, 이젠 그런가보다 한다.
아무래도 '심'이란게 조금은 희귀성이고, 그 느낌이 강렬해서 그런가부다...하고
헌데 최근, 어떤 사람이 나를 "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르기가 좋다나. 멋지다나. 허허어.......
남의 이름을 갖고 이렇게 장난쳐도 되는거냐.
그러고보니 남편이랑 연애할때도, 그 전에 그 어떤 남친도 나를 다정스레
"승희야~"라고 불러준 기억이 없다.
뭐냐. 뭐냐고요. 나름 이쁜 이름 아니냐고요.
뭐요?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요? ㅠㅠ
PS. 오늘 처음 알았는데, 내 성인 沈에는 '가라앉을 침'이라는 뜻도 있네.
그럼 뭐냐. 가라앉았다 올랐다 하는 걸 기뻐한다는 건가? ㅋㅋㅋ
내 조울증엔 이유가 있었던 거시어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