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은 아름다움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이야기의 참신함이나 개연성 같은 중요한 요소를 가차없이 무시했다.
하지만 그렇게 욕심 부리며 만들어 낸 화면들은.....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아름다움이지만, 워낙에 압도적이기에 미처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탐미적인 내 욕심을 꽉꽉 밟아 채우고도 넘치는 그 장면, 장면에 참, 황홀했다.
내가 본 <연인>은 전반 십 분이 압권이었다. 지각해서 5분이라도 늦게 살금살금 들어가보려 한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 장쯔이가 차려입고 술청에 나와 선 순간,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정말 1~2초 쯤은 숨을 쉴수가 없었다. 그녀가 춤사위를 펼치자....이번엔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가 다가왔다. 정말 한 두 방울의 눈물을 동반하고. 그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써 "예쁘다....너무 예쁘다...정말 예쁘다..."를 주워섬겼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의 깜찍함이 김래원의 매력보다 부각되어 버렸듯이, 결코 빠진다 할 수 없는 금성무의 절절한 눈빛도 장쯔이의 선 고운 어깨와 애잔한 목소리에 빛을 잃었다.
자, 머리를 비우고 '구경하러' 가야 할 영화이다. 그리고, 충분히 구경할만한 가치가 있다.
ps. 장쯔이, 금성무를 데리고 <비천무>를 다시 찍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