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효도 해야 하는데....효도는 커녕 아이들 맡겨 놓고 여기서 이러고 있군. -.-
결혼식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서클 커플인데, 남편에게는 후배고 내게는 선배인 사람이 오늘 장가를 갔다. 결혼식장에 갔다가 한남동으로 뒤풀이를 왔는데...술먹기는 일러서 남자들은 당구 치러 가고, 나는 아이스크림 사들고 신이 나서 피시방 행.^^ (배스킨 라빈스의 신제품, I am sam이란 독특한 이름인데...우와, 무지하게 달다.)
그나저나, 나는 심각한 길치인데...오늘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아니, 이건 길치와는 상관 없이 그냥 넋이 나갔을 뿐인지도. 어린이 회관 예식홀이었던지라 <어린이 대공원>역에 내려야 했다.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가 아파 세 역 전에 일어나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어라? 책 읽고 음악 듣다가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자 무심히 내려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내가 알았느냐...그것도 아니다. 2번 출구로 나가서 주욱 걸으라기에 걸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예식홀은 나오질 않고. 전화로 남편에게 묻는 것과 노점상인들이 가르쳐 주는 건 정 반대이고. 내가 대공원 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 내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전화기 속의 서방님께 있는대로 짜증을 부렸다. 결국 택시를 타려고 세우니....기사 말이 반대편에서 타란다. 어.....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길을 건너서 택시를 타고 가며 정황을 파악해 보고야 내가 한 개도 아닌 두 개나 먼저 내려버린 것을 깨달았다. TT
웨딩홀에 들어서자 서방님, 인상이 상당히 험악하다. "내말이 맞지!" 소리를 지르는데, 어, 장난이 아니다. 원체 화내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순간 눈물이 주룩....내 눈물을 보자 서방님도 허걱! 결국,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소리를 질러서 사람을 울리냐!"고 나한테 투정까지 들었다.^^; 우리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아니 사귀고 나서 지금까지(햇수로 10년이네!) 한/번/도 싸우질 않았다. 둘 다 성격 좋아서 그러는 척 자랑하고 다니지만, 사실은 그런 것보다도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나는 옛날옛적부터 싸우려고 들면 눈물이 앞서는 타입이고, 남편은 눈물을 보면 당황해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는 것. 싸움이 될리가 없다. 이것도, 일종의 천생연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