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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바람 되어
박진섭 지음 / 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퇴근한 집에 시집 한권이 배달되어 있었다.
엥!
누가 보냈을까?
아내가 "박진섭 시집이던데여.
집안어른 아니신가여?" 라고 묻는다.
아하~~~
집안 어른이신 진섭아저씨(아버님 학렬)가 보내주신 시집이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시인이라니......
오랫동안 교편(고딩 국어샘)을 잡고 계시다가
정년퇴임하신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 데
시인이라는 것은 첨 알았다.
에궁~~ 이럴 수가!!!!!
저녁에 "한점 바람 되어" 시집을 읽었다.(감상했다)
책 표지며 간지에 그려진 커리커쳐가 천상 아저씨다.
늘 중후하고, 인자함이 넘치는 외모와 어쩜 저리 똑같을 까?
시 또한 아저씨를 그대로 빼닮은 것 같다.
시인이 살아오신 유년시절이
눈을 녹이듯이 아련히 녹아있고
효성이 가득담긴 시속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아직도 살아계시는 듯 하여 감회가 새롭다.
시인의 동반자와 함께 한 연애시절의
가슴 설레임은 내가 연애시절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절친했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저편에서
기억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야만 만날 수 있는
선배에 대한 애틋함이 또한 심금을 울린다.
선배가 떠난자리에
이제는 세월의 흐름속에
인생의 황혼에 남겨 진 친구들과
후배들이 나누는 대화는 정겨움을 더해주는 듯 하여
푸근하다.
이 시집에는
시인의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유년시절의 동화가 있으며,
청년시절의 애인이 아직도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형제간만이 나눌 수 있는 우애는
너무나 애절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절로 숙연케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古稀가 된 지금!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와 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인생을 후회없이 살아온 시인의 자취가 아닐까 한다.
이렇듯 박진섭시집 " 한점 바람 되어"는
고희를 살아온 시인의 인생과 체취가 묻어있다.
다만, 아쉽다면!!!!!
시집제목의 시 "한점 바람 되어 "는
그를 아는 모든 이들과
사랑과 추억 등을 모두
가슴속에 묻은 체
덧없이 떠나고자 하는 시인의 앞날을 노래했기에
섭섭한 마음과 함께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는 듯 하여
크나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나도 시인의 나이가 되었을 때
시인처럼 이렇 듯 초연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 까?
한점 바람 되어
하늘에
한 점
바람되어
떠다니리
사랑과
미움
온갖 욕정
다 버리고
한 조각
구름 되어
흘러다니리
아름다운 새들과
노래하고
향그러운
풀들과
속삭이고
그렇게
떠돌다가
떠돌다가
이쁜
울엄니 만나면
덥석 안겨보리
우주 같은
울엄니 품안에
포근히 잠들어 보리
-----일흔 다섯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