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소파에 앉아서 너무 조용히 책을 보고 있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이 귀챦게 누구야 하면서 받았다.
아내다.
어디 갔었냐구 묻는다.
어디가긴 여그 있었는뎅........
네이트온에 자리비움으로 뜬다나. 당근
컴터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렇지.
저녁에 여그에서 사귄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일찍오란다.
썰렁한 연수원이기에 당근 일찍 가야지
글구 오늘은 연수생들이 아무도 없기에 저녁도 없는 날이니까
어쩐일이다냐 천안에서 친구들을 다 사귀고.
아 요즘 나가는 곳이 있어서 거그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나 보다.
다행이다. 친구를 사귀었다니.........
천안에서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딸아이가 전화를 바꾸랜다.
해람 :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여?
나 : 응, 6월 30일이지
해람 : 아니 다른 것?
나 : 음 금요일!
해람 : 아이 진짜!!! 그거 말구요. 잘 생각해보세여?
나 : 글쎄, 아빤 도무지 무슨 날인지 모르겠는데........
해람 : 오늘이 천안으로 이사온 날 이잖아요.
나 : 그래 맞다. 가족이 함께 온 날! 딱 1년되는 날이구나.
그렇구나.
직장으로 인해 이곳으로 가족을 데리고 설을 떠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구나.
작년 1월3일에 천안연수원으로 부임해서 6개월정도를 주말부부로 살다가
가족과 너무 있고 싶어서 모두를 데리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남들은 일부러 아이들 교육 땜시롱 설로 가려고 하는 데
오히려 설을 떠난다고 하니 많이들 만류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울 아버님 말씀은 달랐다.
"젊은 부부가 떨어져 있음 보기 좋지 않아보인다.
글구 아이들도 애미애비가 같이 키우는 것이 인성에 좋으니 만큼 합치는 것을 고려해봐라"
좋지 않을 것이 뭐가 있겠냐마는 여하튼 6개월 주말부부 청산하고 천안으로 모두 데리고 왔다.
길어야 3년!
범석이 중학교는 설에서 보내면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나는 그냥 이곳에 있고 싶어지는 데 주변에서 가만히 놔둘지 그것이 문제다.
아님 다시 가족은 설로 보내고 나만 이곳에 남든지.......
첨에 이곳에 와서 가족들이 적응하느라 무척 애를 먹는 듯 했다.
이곳에 와서 좋은 것은 "당신뿐" 이라고 하던 울 여보.
어느 덧 1년이 지났구나.
이제는 이곳의 불편함과 촌스러움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듯하여 안심이 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