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욱 오산시장이 TV특강에서 말한 아버지에 대한 단상이다.
늘 무뚝뚝하신 아버지께 살가운 정을 못느꼈던 내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글이라서 옮긴다.
오늘 날씨가 유난히 차갑다.
시골에 계신 아버님께 드리는 전화한통이 날씨에 얼어붙은 아버지의 차가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드리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의 학교 성적이 기대한 만큼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한 유리로 되어 있다.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가는 직장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 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 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 늦게 돌아 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찍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는 그럴 듯한 가르침을 주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이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다음과 같다.

 

- 4살 때 :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 7살 때 : 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 8살 때 : 아빠와 선생님은 누가 더 높을까?

- 12살때: 아빠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 14살때: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 25세때: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 30세때: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 40세때: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어버지의 의견을 들어 봅시다.

- 50세때: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 60세때: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할 뿐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울음은 그것의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고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 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한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 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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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2-01-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요즘 40~50대 아버지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운것 같으시더군요.직장에서 치이고 자식들한테 치이고....
자식들이 위의 40~60세의 아버지의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버지들도 상당히 힘을 얻으실텐데 그건 불가능하겠지요.
대한민국 아버지들 모두 화이팅 하세요~~

전호인 2012-01-30 15:48   좋아요 0 | URL
어느 덧 아들로만 살줄 알았는데 40대 중반이 넘어 지천명을 향해 과속으로 달리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때론 서글픕니다.
직장에서 명퇴니 어쩌니 하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이젠 내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도 그렇고요.ㅜㅜ
쌩유^^

차트랑 2012-01-14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이 들고나면
진정한 아버지의 존재를 새삼 깨닫곤하는데
많은 분들의 깨달음은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위의 페이퍼를 보시는 분들은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 이구요 ㅠ.ㅠ

전호인 2012-01-30 15:49   좋아요 0 | URL
풍수지탄이겠지요,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만 바람이 가만 놔두질 않는거죠.
결국은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을 터 순응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밀려 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