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방송프로그램이 개편되면서 안방극장에 가히 사극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주말 사극의 지존역할을 했던 KBS 1이 KBS 2로 넘겼던 주말 사극을 원상태로 회복시켜  <명가> 방영을 시작으로 SBS는 월화드라마 <제중원>, KBS2는 수목드라마 <추노>로 시청률 경쟁에 불을 지폈다.

종전 MBC가 <선덕여왕>을 통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가 다시 사극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주중에 방송되고 있는 <제중원>과 <추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드라마를 세밀하게 비교한 글이 있어 옮겨본다.  
 
<제중원>을 통해 사극에 도전하고 있는 박용우(황정역)의 선굵은 연기와 <추노>에서 노비를 추격하는 추노꾼 장혁(대길역)의 강렬한 눈빛, 오지호의 야성미 넘치는 카리스마,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는 남성연기자들의 탄탄한 몸매 등은 또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제중원>에서 한혜진의 럭셔리한 구한말 여성과 <추노>의 이다혜가 보여줄 청순한 여인의 매력과 함께 그들이 펼칠 사랑이야기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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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추노>에게 더 관심이 간다. 매회 영화보다 더 멋진 영상을 제공한다는 것과 야성적인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배우들의 카리스마가 매력을 느끼게 한다. 참고로 옆지기는 벌써 장혁의 눈빛과 몸매에 푹 빠져 있어서 이미 손쓸수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ㅋㅋ
 
<제중원>vs <추노> 전격비교! <추노> vs <제중원>
SBS <제중원>과 KBS <추노>는 모두 사극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두 작품이 사극 안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구한말과 인조 시대의 조선, 혹은 노비를 쫓는 추노꾼만큼이나 다르다. 2010년의 시작과 함께 궁 안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보폭을 보여줄 두 작품은 공통된 테마를 다루면서도 그것에 상이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추노>와 <제중원>의 같으면서도 다른 핵심 포인트 다섯을 비교했다.


<제중원>의 이기원 작가는 “구한말은 사극의 블랙홀처럼 여겨졌다”는 말을 했다. 시청자들이 승리가 아닌 패배의 역사였던 구한말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노>도 조선이 쇠퇴의 시기로 접어드는 인조 시대, 정확히는 소현세자 사후를 다룬다. 하지만 <제중원>에서 구한말은 황정(박용우)같은 백정이나 유석란(한혜진)같은 여성이 신분과 성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반면 <추노>에서 몰락한 양반 대길(장혁)은 신분 복권을 꿈꾸는 대신 노비를 잡으며 희망 없는 인생을 산다. <제중원>은 어두운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을 그리고, <추노>는 곽정환 감독의 말대로 “사회가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세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릴 것이다. 



<추노>와 <제중원>은 일종의 ‘전문직 드라마’다. <제중원>의 중심에는 의학이 있고, <추노>에는 프로페셔널 추노꾼의 이야기가 있다. 두 작품이 묘사하는 캐릭터의 직업은 각각의 영상 스타일을 결정한다. <추노>는 곽정환 감독이 “남자들의 몸이 보여주는 느낌”에 공을 들인다고 할 만큼 선 굵은 액션이 주를 이룬다. 반면 <제중원>은 역동적인 움직임보다 디테일한 영상으로 승부한다. 황정이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에서는 실제의 장기와 거의 흡사한 장기들이 클로즈업 되고, 수술 장면은 마치 MBC <하얀 거탑>의 구한말 버전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시청자들은 두 드라마가 방송되는 월~목까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상을 연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노>와 <제중원>은 모두 두 남자의 대결을 다룬다. 하지만 대결을 다루는 방식은 상이하다. <제중원>은 기존의 사극에서 보여준 두 주인공의 대립 구도를 따른다. 백정에서 구한말 최고의 양의가 되는 황정과 양반 출신 의원인 백도양(연정훈)은 상이한 신분과 이상, 그리고 유석란(한혜진)의 존재로 첫 만남부터 갈등이 격화된다. 반면 <추노>는 쫓는 자 대길과 쫓기는 자 태하(오지호)의 대립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이전에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두 남자는 매번 한 공간에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추적과 도주를 반복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강렬하다. <추노>와 <제중원>은 그만큼 상이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풀어간다.  



<추노>와 <제중원>의 주인공들은 신기할 만큼 똑같이 갑작스러운 신분 변화를 겪는다. <추노>의 대길과 태하는 양반에서 순식간에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다. <제중원>의 황정은 백정의 신분을 숨긴 채 서생 출신 의원이 되고, 백도양은 성균관 유생이었다가 신분제 폐지로 양반의 지위를 놓게 된다. 하지만 두 작품이 신분을 다루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추노>에서 대길과 태하는 매일 쫓고 쫓기면서 삶을 연명한다. 그들에겐 좀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제중원>은 황정이 백정에서 최고의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것은 두 드라마가 이 시대에 전하고픈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추노>가 시대의 한계에 막힌 인간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면, <제중원>은 그래도 그런 세상을 벗어나 개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추노>의 대본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는 영화계에서 이미 그 실력을 검증 받았다. 곽정환 감독도 <한성별곡-正>에서 영화적인 미장센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또한 각각의 인물의 이야기가 진행되다 점차 하나로 모이는 <추노>의 구성 역시 드라마 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반면 <제중원>은 사극의 틀 안에 드라마의 여러 요소들을 용해시킨다. 제중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남자의 대립과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멜로는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시키고, 수많은 난제를 뚫고 의사로 성장하는 황정의 이야기는 MBC <허준>, <대장금>처럼 주인공에게 여러 미션을 부여하며 성장시키는 이병훈 감독의 사극이 떠오른다. 여기에 고증에 신경 쓴 수술 장면은 이기원 작가의 전작 <하얀 거탑>이나 미국식 메디컬 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추노>가 다른 장르의 스타일을 가져와 사극의 폭을 확장시킨다면, <제중원>은 기존 드라마의 요소를 새롭게 결합한다. 사극이면서도 다른 장르의 영역을 넘보는 이 드라마들의 도전은 새로운 사극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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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1-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미는 추노가 좀 더 앞서지 않나 싶어요.
이야기도 남성의 야성미가 한껏 풍기고.
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추노를 봐야하나 잠깐 갈등했는데
영상이 좋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한혜진 보단 이다해가 더 좋고.
대결하고 쫓고 쫓기고는 두 드라마가 비슷한 것 같아요.

전호인 2010-01-18 09:30   좋아요 0 | URL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추노의 영상미가 너무 매력적이라고나 할까요. 시대적 배경이라든지 일치하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매력적인 두 드라마입니다. 모처럼 드라마를 보고 싶은 끌림이 약간 생깁니다. ㅎㅎ

같은하늘 2010-01-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녁시간에 TV를 거의 안보는 편인데 <추노> 한번보니 자꾸 보게 되더군요.
아마도 옆지기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듯 합니다.^^

전호인 2010-01-25 17:2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영상미를 돋보이게 하는 비쥬얼이지요. 남자도 매력을 느끼는 데 하물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