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엄마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잠시 의문을 갖게 하는 영화였다. 이런 감정은 영화가 마지막으로 치닫게 되면서 느끼게 된다. 시골 읍내의 조그만 약재상에 근무하면서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능아 아들인 도준(원빈)과 단둘이 살아가는 엄마(김혜자분)의 이야기이다. 어수룩한 아들 도준은 엄마의 모든 것이지만 지능이 떨어지고 몇 십분 전에 겪었던 일도 쉽게 잊어버리는 증상이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사고로 늘 엄마를 불안하게 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소유자 원빈! 촛점을 잃어버리니 완벽한 바보가 되었다> 

그러던 중 동네에 여고생을 대상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도준이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경찰에 연행되어 옥살이를 하게 된다. 살인범은 여고생을 살해한 후 많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뛸 수 있도록 옥상의 난간에 걸쳐 놓고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아들이 살인을 할 정도의 성격과 행동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갖은 모욕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노력에 대해 관객들은 아들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공감하고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을 유도하는 극흐름의 정점이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내면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국민엄마 김혜자> 

그러나 일반적으로 관객이 상상하는 방향으로 영화의 흐름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살인자를 추적하던 중고물상 영감이 유력한 여고생 살인자라고 확신한 엄마는 그를 만나고,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 날의 목격담을 듣는 과정에서 오히려 아들 도준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그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도준의 엄마라는 것을 눈치챈 고물상 영감이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전화기를 드는 순간 이성을 잃은 엄마는 그를 무참하게 살해한 후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한다.  


<도준의 살인검증 현장사진>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엄마는 다시 읍내의 한약재로 돌아와 모든 일을 숨기고 생활하던 중 여고생 살인의 진범을 체포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범을 만난 엄마는 그 또한 아들 못지 않은 장애(다운증후군)를 가졌고, 가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남모를 울음을 격하게 토해낸다. 여기에서 울음의 의미는 진범은 도준이와 같이 장애를 가졌고, 진실을 밝혀 줄 엄마도 없다는 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의 촬영장소를 세밀하게 그린 콘티> 

결국 도준은 풀려 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던 중 엄마와 여고생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살인자가 여고생을 옥상 난간에 걸쳐 놓은 것은 피를 흘리고 신음하는 그녀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발견해서 병원에 데려갈 수 있게 하려 한 것이 아닐까 라는 말을 하면서 그의 진심을 알려 준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아들의 살인혐의에 대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사랑을 주요내용으로 했지만 끝까지 감상하지 않고는 살인자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가늠할 수 없도록 함으로서 영화내용의 반전을 도모한 점이 인상에 남는다.  


<엄마가 일하는 읍내 한약재상의 영화콘티> 

김혜자의 경륜이 바탕된 엄마의 내면연기가 빛을 발하고, 종전에 우리가 아는 원빈의 크고 똘망똘망한 눈에서 내뿜는 카리스마만을 보아왔다면 이 영화에서는 가장 어리숙한 바보로 비추게 연기하면서 영화배우로 더욱 성숙해 가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늘 자상한 엄마상이었던 김혜자, 눈빛이 Murder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Mother와 Murder! 
한국어의 차이는 별로 나지않지만 영어로서의 해석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이 두단어의 한국어 차이에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난 후 느끼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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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1-0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부분에 김혜자 씨의 그 물음에 '욱'하는 감정을 느꼈어요. "너, 엄마 없어?" 공권력을 지나치게 불신하는 봉감독의 특성때문인지 몰라도, 이제 개인을 보호해주는 장치는 '혈연'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전호인 2010-01-05 11:4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셨군요.
저 또한 뭉클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장애우이고 살인의 누명까지 씌워져 있지만 누구하나 대변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라고 할까요? 뭐 그런 복합적인 면이 교차하게 되더라구요. ^*^

stella.K 2010-01-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이 영화 보고 5천원 따 먹었습니다.
굉장히 인상 깊게 본 영화죠.
<괴물>에서는 그닥 감흥이 없었는데 이건 정말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어요.
저 콘티는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전호인 2010-01-10 16:50   좋아요 0 | URL
ㅎㅎ, 네이버, 네이트 둘 중의 하나의 이미지를 선택한 기억이 있습니다. 끝까지 다 감상해야만 전반적인 윤곽이 나오는 영화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