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머리에 나는 새치를 보면서 나이가 먹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을 경험하면서 나이가 먹어 간다는 것을 느끼는 지 사뭇 궁금하다.
원래 우리 집 남자들은 체질적으로 동안이다. 아버님, 숙부님 그리고 나 또한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계시는 아버님 친구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아버님이 올해 칠순이신 데 친구 분들은 아버님보다 10살은 더 들어 보일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난다. 머리카락 또한 흰머리가 거의 없이 까맣다.
착각일런지는 몰라도 선천적인 영향에 의해 나 또한 또래에 비해 10년 정도는 젊게 보인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동안인 점도 있겠지만 머리가 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새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말 나이가 먹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다.
5~6년전 상품개발업무를 할 때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로 인해 새치가 발견되었고, 연수원으로 내려와 3년간의 생활동안에는 새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친환경 속에서 스트레스없이 생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서울로 올라온 날부터 늘어나는 새치로 인해 속이 상한다.
흐르는 세월 앞에 어쩔 수야 없지만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일을 직접 겪어 보니 마음이 무척 심란하다.
어제는 늘어나는 새치를 뽑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동원했다.
새치 한 올을 뽑는 데 100원을 주기로 하고 대대적으로 새치 소탕 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저녁을 먹고 두 녀석이 달려들어 뽑은 것이 100올이었고, 약속대로 뽑은 숫자에 맞게 10,000원을 지불했다. 녀석들은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저 꽁돈이 새기니 이게 웬떡이냐는 듯 희희낙낙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날 텐데 어쩌랴 내가 참아야지.
나쁜 시끼들.......
새치가 가마를 중심으로 많았는 데 녀석들에 의해 거의 다 뽑혔으니 작전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했다. 개운하고 시원한 마음에 거울을 들여다 보며 흐뭇해 할 즈음 이마 부분에 희끗희끗한 것이 눈에 띄어 머리를 들셔보았더니 이쪽까지 서서히 물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마를 중심으로만 포진하고 있는 줄 알았는 데 어느 새 이마 부분을 비롯해서 머리 전체에 적게나마 고루 분포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다 뽑으면 머리카락이 남아 나지 않을 테니 뽑아 버리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뽑는 것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염색을 할 날이 그리 멀지 않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 데 새치가 늘어나니 이래저래 심란하다.
그래도 머리가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보다야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