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땅 위를 맨발로 걸어가는
속죄의 여행자처럼
미지에 자신의 몸을 내맡김으로써
시련의 구도자가 된다.
요철이 험한 언덕길을 내려가며
깊은 바람 속으로 빠져들고
승객들이 바람의 기도문을 외우듯
저마다 한 가지씩 입안에서 웅얼거리며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면
비눗방울 같은 포구의 불빛들이
차창에 미끄러진다.

- 배홍배, ‘간이역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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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미지에 몸을 내맡긴 채 여행을 하듯
우리들도 낯선 세상에 몸을 내맡긴 채
생의 여행을 합니다.
때로는 구도자처럼, 때로는 방랑객처럼
삶의 자잘한 간이역에서 쉬고 또 지나갑니다.
그 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정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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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6-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어가는 박자가 있어서 다시 달릴 힘을 얻게 되나 봅니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에너지 가동시켜요^^

똘이맘, 또또맘 2007-06-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지의 세계로~ 칙칙 폭폭... 어디로 향하고 있는진 몰라도, 아무래도 제 기차는 완행기차 같아요 ^^

네꼬 2007-06-1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에서 철푸덕 쉬고만 싶으니 그게 문제. (즉, 게으른 게 문제.)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배가 고파요. ㅠ_ㅠ

춤추는인생. 2007-06-1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의 간이역이라. 와 참 멋진표현이네요 전호인님.
잠깐 돌아봐 쉴수 있는 여유. 그때 바라보는 맑은 하늘. 문득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