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땅 위를 맨발로 걸어가는
속죄의 여행자처럼
미지에 자신의 몸을 내맡김으로써
시련의 구도자가 된다.
요철이 험한 언덕길을 내려가며
깊은 바람 속으로 빠져들고
승객들이 바람의 기도문을 외우듯
저마다 한 가지씩 입안에서 웅얼거리며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면
비눗방울 같은 포구의 불빛들이
차창에 미끄러진다.
- 배홍배, ‘간이역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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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미지에 몸을 내맡긴 채 여행을 하듯
우리들도 낯선 세상에 몸을 내맡긴 채
생의 여행을 합니다.
때로는 구도자처럼, 때로는 방랑객처럼
삶의 자잘한 간이역에서 쉬고 또 지나갑니다.
그 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정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