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혹은 만족감.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전라남도 목포시의 조그마한 섬 외달도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는 이라면 이 두가지 느낌을 안다. 너무도 조그만 섬이지만 휴대전화도 연결되고 매일 연결되는 배도 하루 여섯 차례나 있는데 무슨 무인도처럼 말하냐고 꼬집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외달도 아름다운 쪽빛물을 바라보며 해변을 걸어도 그 해변이 길게 땅으로 이어져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단절되었다는 고독감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내가 걷고 있는 해변길이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끔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 즐거움으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조그만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매력이다.

◇사랑의 섬

처녀같은 섬은 부끄러웠던 탓인지 불쑥 찾아온 기자에게 인상을 쓰며 위협을 했다. 쉴새 없이 비가 퍼붓는 뾰족한 파도를 주먹처럼 들어보이며 ‘이곳에 오면 너는 곧 갇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육지에서 고작 6㎞ 떨어졌지만 섬은 어쨌든 섬이다. 자신의 이를 드러내며 이방인을 경계했다.

하지만 다음날 비가 걷힌 하늘 아래에 선 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찾아온 길손을 반겼다. 새색시처럼 환한 그 뽀얀 모래 가득한 얼굴로 양귀비꽃 화사한 웃음을 방긋 지어대며. 선착장 길게 뻗은 손을 흔들어 오는 배를 부른다. 아직 이른 아침나절이었지만 선착장엔 팔자 좋은 낚시꾼 서너 명이 맛좋은 세월을 낚고 있다. 장판처럼 잔잔한 물이 배를 반긴다.

선착장을 따라 수줍은 섬에 발을 디디자 ‘사랑의 섬’이라 씌인 푯말이 덜컥 눈에 들어온다. ‘왜 사랑의 섬일까?’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풀린다. 곳곳에 선 하트 모양 구조물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벤치며 꼬불꼬불 오솔길. 깨끗한 해수풀장 너머 새빨간 양귀비꽃이 가득 핀 언덕이 모두 사랑스럽다. 성격 급한 그 누구라도 이곳까지 놀러와서 싸울 자신은 아마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Tell me 섬thing

섬을 가만 돌아보자니 있을 건 다 있고. 오히려 없을 만한 것도 다 갖췄다. 햇살 좋은 날엔 청록으로 빛나는 물색 유난히 아름다운 해수욕장 하나에다 바위투성이 절벽 하나. 산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먼 바다를 보기엔 충분한 64m 언덕 매봉산. 꽃이 피어 있는 해변 산책코스. 휴양림. 맛깔난 남도식 식당. 편의시설이 잘 된 야영장과 국내 최고 크기라는 해수풀장까지.

그리고 덤으로 목포시에서 지어놓은 한옥 민박방을 들여다 보자면 웬만한 콘도처럼 온갖 집기들을 다 갖춰놓았다. 그중에서도 마을 가운데 선 조그만 예배당(교회보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한결 낫다)은 떼다가 배로 실어오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외달도는 저도 조그만 섬인 주제에 정원만한 위성섬 ‘별섬’을 가졌다. 무슨 미니어처처럼 앙증맞은 무인도 ‘별섬’은 표류한 15소년에게는 너무 작고. 대신 로빈슨 크루소가 살고 있을 듯하다.

섬에는 또 낙조가 감탄할만하다는데 돌아가야 할 바쁜 길손은 어느새 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지 않았지만 섬과 사랑에 빠졌다. 간이역 같은 선착장에 배는 다시 멈춰서고. 떠나는 객을 배웅하러 나왔는지. 들어오는 이를 마중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주인 따라 나온 개는 짖지도 않고 다시 돌아가는 배의 궤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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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5-3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이들 너무 즐거워 보여요..하얀 강아지 물속에 빠지면 어쩌나..괜한 염려...

프레이야 2007-05-3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곳이 있군요. 외달도와 별섬... 떠나고 싶어라~~

소나무집 2007-05-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포 외달도 기억해 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