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심플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피터 제임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살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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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제목과 표지와 소개글이 눈길을 끌었다. 관 속에 갇힌 지 3일이 지났고,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최고의 스릴러! 스릴러를 좋아하는 난 이 책을 바로 선택했다.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며 소설을 쓰는 피터 제임스의 '데드 심플'을 읽는 동안, 기막힌 반전이 있는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조금만 읽고 얼른 자야지, 했다가도 다음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두꺼운 책이 무거워서 퇴근 후에 읽어야지, 했다가도 출근하며 책을 챙겼다. 오랜만에 읽는 스릴러라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마이클은 사흘 뒤에 사랑하는 애슐리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친구들의 총각파티 때 심한 장난을 쳤던 마이클을 골탕먹이기 위해 네 명의 친구들은 총각파티 중에 마이클을 관에 넣어 땅에 묻는다. 관 속에 위스키 한 병, 손전등 하나, 워키토키 하나, 그리고 고무호스 조각을 넣어준다. 두어 시간 후에 돌아와 꺼내주기로 했던 친구들은 잠시 후 교통사고가 난다. 마이클의 총각파티 계획을 세웠던 마크는 비행기 연착으로 늦게 도착한 덕에 교통사고를 면한다. 교통사고로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죽고, 마이클은 관 속에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관 속에 갇힌 마이클은 풀숲 덤불 속에서 또 다른 워키토키를 주운 데이비와 대화를 하지만 데이비는 정신연령이 여섯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로이 그레이스 경정은 글렌 브랜슨 경사와 함께 마이클 실종 사건을 풀어간다. 

 

마크와 애슐리의 관계, 애슐리와 그녀의 삼촌 브래들리 커닝엄, 몇 가지 관계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생각도 못 했던 사실들이 밝혀지며 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관 속에 갇혀 있는 마이클, 마이클의 행방을 수사하며 오래전에 사라진 아내를 떠올리는 그레이스 등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섬세했다. 하지만 그레이스와 클로딘의 이야기를 꼭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했고, 책을 읽으면서 오타를 몇 군데 발견하여 편집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데드 심플'은 피터 제임스의 범죄 미스터리 시리즈 중 로이 그레이스 형사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전에 한창 읽었던 발란더 형사가 등장하는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의 추리소설도 굉장히 좋았다. 추후에 발간될, 그레이스 형사가 등장하는 피터 제임스의 작품들도 기대된다. '데드 심플'에서 그레이스 경정이 무당의 도움으로 몇 번의 사건을 해결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에 마이클이 어디에 있는지도 무당의 도움을 받는다. 다음 작품들에서도 무당이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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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펀펀 투데이 (교재 + MP3 CD 1장) - SBS 라디오 DJ 김영철의 펀펀한 영어 회화 시트콤
김영철.조혜정.제니퍼 옥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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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매년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영어 공부인데, 길어야 두 달 가는 편이다. 올해 캐나다 한 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가기 전에 영어 회화 좀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연초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참 좋다. 올 한 해 이 책으로 꾸준히 공부하려고 한다.

 

방송인 김영철이 DJ로 활약 중인 <펀펀 투데이>의 인기 코너 '팩스 앤더 피시(Fax and the PC)'를 모티브로 책의 각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시트콤 등장 인물이 친근한 방송인들이라서 대화 내용을 읽는 동안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쓰여진 말투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사무실에서의 일상 대화와 업무 대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 당 다섯 챕터로 되어 있고, 한 챕터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다섯 문장의 표현을 공부한다. 이 표현을 대화로 보여주며 주고 받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 문장과 같은 패턴인 다른 표현이나 비슷한 표현도 나와 있어서 배운 대화 내용 외에 더 깊이 공부하려는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내용과 구성이 알차다. 유명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에피소드 덕분에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다섯 문장씩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출퇴근 길에 반복하며 외우고 있다. 조금씩 공부하더라도 계획 세운 대로 매일 꾸준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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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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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쎈타 앞 에메랄드 빛깔을 자랑하는 협재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 쫄깃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 번 가봤는데 겨울, 봄, 가을에 갔었다. 네 번째 제주 여행은 초여름에 가서 쫄깃쎈타에 머물면 좋겠다. 사실, 쫄깃쎈타에서 묵을 계획이라면 언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부엌의 커다란 창 밖으로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모습을 한 비양도가 보인다. 따뜻한 봄날, 음악을 들으며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도, 장마철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셔도, 보슬보슬 내리는 가을비를 배경으로 두툼한 책 한 권을 읽어도, 함박눈이 내릴 때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쫄깃패밀리와 담소를 나누어도, 무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무엇을 버리려고 오는 곳이었으면, 한다는 메가쑈킹. 그의 말대로 쫄깃쎈타에서는 무엇이든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편하게 술 마시고 얘기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쫄깃쎈타의 '시작'이었다. 홍대에서 제주도로 계획이 급변경되고, 남자 셋은 제주도 쫄깃쎈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본인의 얼굴과 쫄깃 로고가 박힌 티셔츠 500장을 팔아 목돈을 마련해 제주도로 내려갔다. 메가쑈킹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글을 보고 일단 제주도에 오고 싶도록 만드는 거였다. 세 남자가 찾아갔던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과 맛집, 제주도 생활에 대한 본인의 생각들, 쫄깃쎈타를 준비하는 과정을 트위터에 야무지게 올렸고, 그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쫄깃패밀리를 결성하여 함께 힘을 모아 쫄깃쎈타를 짓는 과정이 감동이다. 재주꾼들이 모여 2011년 3월 2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현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트위터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일했다. 중간에 갈등도 있었고, 계획했던 공사 기간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믿음직한 쫄깃패밀리와 공사현장을 방문한 사람들, 온라인상으로 응원해준 사람들이 하나 되어 멋진 쫄깃쎈타가 6월말에 무사히 완공되었다.

 

책의 절반 정도에 걸쳐 쫄깃쎈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더니 더욱 애정이 간다. 그곳에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매일 아침 '메.뚜.기 수프'를 먹고, 거실 벽을 둘러싼 노란 책장에서 맘에 드는 책을 꺼내어 오전 시간 동안 읽고 싶다. 메가쑈킹도 멋진 바다풍경을 눈에 담으며 책과 함께 빈둥거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자.찾.생'의 이야기였다. 메가쑈킹이 트위터에 올렸던 기록들도 재밌고, 자찾생의 말과 행동도 웃겼다. 부모님 뜻에 따라 억지로 쫄깃쎈타에 2박 3일 귀양 온 자찾생은 그곳에서 한 달을 머무른다! 

 

          이제 난 더 이상 재미없는 건 하지 않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진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매순간순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280~281p)

 

 

올레 14코스 끝자락에 위치한 쫄깃쎈타에 들르기 전 '쫄깃쎈타를 이용하는 제주여행자를 위한 안내서(66~68p)'를 꼭 읽어보자.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 말고 사전정보 없이 가서 고독을 만끽하는 여행이 하고 싶다면, 우선 시간을 만들고 쫄깃쎈타를 예약해야겠다. 참! 최소한 4박 5일 이상은 묵어야 쫄깃쎈타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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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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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함께 오키나와에 가기로 한 어느 여름 날, 가오리는 애인에게 버림 받았다. 공항에서 뭔가에 홀린 듯 삿포로 행 티켓을 끊었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전철로 80분, 거기에서 또 버스로 40분쯤 가면 '쓰키우라'라는 곳이 나온다.

 

          "관광객들은 거의 없으면서 푸른 호수가 아름답고,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북유럽에 온 것 같은 멋진 건물이 줄지어 서 있고, 숙소 사람들은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두되 늘 기분 좋은 그런 장소를 알려주세요." (21~22p)

 

그런 장소가 바로 쓰키우라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지는 초원의 한 줄기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카페 마니'다. 목재로 된 단단한 문을 열면 커피 향과 빵 굽는 냄새가 난다. 여주인 리에는 수동 핸드밀로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리고, 키 큰 청년 미즈시마는 고소한 빵 캄파뉴를 굽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주말에 오토바이를 타고 카페 마니로 달려오는 도키오는 처음 카페 마니에 왔을 때 숙박이 가능한 곳으로 착각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카페 마니는 오베르주(숙박시설을 갖춘 레스토랑)가 되었다고 한다.

 

미쿠는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요리 중 유일하게 맛있었던 호박포타주를, 어머니가 떠나고 나서는 영원히 먹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학교를 빠지고 들렀던 적이 있는 카페 마니의 리에 씨가 미쿠와 미쿠의 아버지를 초대한다. 진한 오렌지색을 띤, 약간의 생크림이 뿌려지고 한가운데에 호박 조각이 떠 있는 수프(호박포타주)를 카페 마니에서 먹는다.

 

후미오 할아버지가 스물다섯 살 때, 다섯 살 연상의 아야 할머니를 만난지 1년도 안 되어 프러포즈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때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홋카이도의 우수 역이었고, 이유도 없이 거기서 내렸다. 우수 역에서 쓰키우라 근처를 방황하고 있는데, 아야 할머니와 재회를 했고 거기가 허니문 장소가 되었단다. 50년이 훌쩍 지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 우수 역에 도착했을 때 공중전화에 붙어 있던 유인물에는 '장작 스토브가 있는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지 않으세요? 카페 마니'라고 쓰여 있었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야 할머니는 카페 마니에서 완두콩이 들어간 따끈따끈한 빵을 맛있게 먹는다.

 

겨우 세 번 만났을 뿐인 리에 씨에게 미즈시마는 함께 쓰키우라에 가서 살자고 한다. 리에 씨가「달과 마니」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미즈시마도 한 번밖에 가본 적 없는 쓰키우라의 달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도쿄에서의 리에 씨 얼굴에 불안한 마음이 스며 있는 걸 읽고,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호수가 한눈에 보이고, 희미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며, 민들레가 만발해 주변이 온통 노란색인 초원에 '카페 마니'를 지었다. 리에 씨는 커피콩을 갈고, 미즈시마는 빵을 굽는다.

 

카페 안에 시계가 없고, 밖에서 '조바'라는 양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카페 마니에 가면 빵이 구워지는 냄새, 커피콩을 가는 냄새가 날 것이다.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머무르며 치유 받을 수 있는 곳, 카페 마니에 가고 싶다. 캄파뉴, 크루아상, 호밀빵 등 소박한 빵에 과일잼을 발라 먹고, 샤워한 뒤 차가운 카페라테와 시나몬롤을 먹으며 기분 좋아진 채로 눈부신 쓰키우라의 노을을 보고 싶다. 전에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 읽고 영화로 보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홋카이도의 조용한 마을 쓰키우라에 가고 싶어졌다. 쓰키우라에 가기 전에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도 보고 싶다. 홋카이도 아부타군 도야코초 쓰키우라 1678번지의 '카페 마니'에 가면 단골 손님인 바가지머리의 우편배달부 청년과 큰 가죽 트렁크를 들고 다니는 아베 씨, 귀가 엄청 밝은 유리공예가 요코 씨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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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Pai]: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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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며 보름, 제주도에서 한 달,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일주일, 서해안을 따라 오토캠핑장과 템플스테이를 하며 일주일을 보내는 등 아내와 여러 번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저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찾아 배낭 짊어지고 홀로 사전 답사 여행도 한 달간 다녀왔단다. 그의 아내가 부러웠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 봤다면 좋겠다.

 

'빠이'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3박 4일 머물렀던 빠이에서의 여행에 변화가 있었을까? 빠이에 도착하자마자 서점 씨암북스에서 <빠이 이벤트 플래너>가 있는지 물어보지 못한 것과 아야 서비스에서 무료 빠이 지도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책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간에 여행은 비슷했을 것이다. 아! 대나무통에 차를 담아 파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처음에는 1,000원, 대나무통을 재활용하면 300원에 맛있는 길거리 허브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박준의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을 읽고, 태국에 간다면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꼭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읽었던 <일주일 해외여행>에서 6박 8일 태국 여행 소개에 눈길이 갔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게으른 히피 여행 콘셉트였다.

 

          카오산은 방콕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이고, 빠이는 태국 북부 산속에 위치한 마을로 예술가들과 히피들이 숨어 살던 슬로우 타운이다. 이 두 곳에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세상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가 흐른다. (중략) 카오산은 좀 더 왁자지껄하고, 빠이는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다.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걸 거다. 자유. 게을러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저 그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유 없이 충만해지는 기분. ─ <일주일 해외여행> 비타북스. 145p

 

 

빠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책에 나온 단 몇 줄의 설명만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하루 만에 항공권을 예약했다. 원래는 '카오산-빠이-치앙마이' 일정이었다. 그런데 빠이에 도착한 날, 빠이에서 카오산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그리고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치앙마이를 경유해서 빠이에 온 것보다 버스비가 훨씬 저렴해서 바로 예약해버렸다. 치앙마이에서 1박하기로 했던 계획 대신 빠이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빠이에서 3박 4일을 보냈지만, 사실 며칠 더 머물고 싶었다. 한국에 바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면,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눌러앉아 지냈을지도 모른다.

 

치앙마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S자도 아닌 8자 도로를 4시간 동안 가야 빠이에 도착한다. 치앙마이 터미널에서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걱정했던 멀미는 하지 않았다. 단지 버스 안에서 자는 동안 창문에 머리를 수없이 부딪힌 기억만 난다. 오후 두 시쯤 빠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해서 여러 군데의 숙소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간기차를 12시간 넘게 타기도 했고 무척 피곤한 상태여서 숙소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첫 날은 빠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Pai Park'에 묵었고, 둘째 날 중심가에 가까운 'Breeze of Pai'로 옮겨 이틀을 묵었다.

 

방갈로 형태의 숙소가 새로웠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쉬러 왔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빠이와 방갈로, 잘 어울린다. 뜨거웠던 여름날, 배낭과 카메라만 짊어지고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마을, 빠이에 갔다. 혼자서 시간 보내기 좋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딸기 스무디로 목을 축이며 창밖으로 바라보던 그들의 일상, 내가 가장 좋아한 볶음국수 '팟타이'와 수박 셰이크 '땡모반', 빠이에 하나 뿐인 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예쁜 미소의 아이들과 눈인사, 디저트로 먹은 망고찰밥, 비가 그친 뒤 하늘에 살짝 비친 무지개, 그 아래 지나가던 오토바이에 탄 세 남자의 무지개만큼 환한 미소, 그리고 빠이에서의 마지막 밤, 재즈바에서 칵테일 한 잔 …. 빠이에서는 먹고 걷고 쉬기만 반복했다.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책에 온전히 '빠이'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빠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 안 가득한 빠이 사진을 보며, 4개월 전 빠이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책 속 이야기 중에는 빠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빠이가 어떤 곳이냐는 물음에 '천국',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 '오래된 친구처럼 푸근한 곳'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는 대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언제 즈음의 빠이가 가장 아름답냐는 물음에는 '적당히 따뜻하고 습하지 않아서 기분 좋은 11월에서 1월 사이', '해 질 무렵', '풍등 축제 때', '온 들판이 황금빛인 10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새해를 맞이할 무렵', '10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 그리고 '우기', 크게 두 가지로 답했다. 다음에는 10월부터 2월까지 빠이에서 5개월간 머무르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느리게 움직여야 제맛을 알 수 있고,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마을. 그곳에서라면 마음 편히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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