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연을 끌어안는다 - 내 안의 이야기들이 말을 걸어 온 순간
노지혜 지음 / 바다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책이 고급스럽다. 표지디자인과 차례의 구성도 내 마음에 꼭 들고, 책에 담긴 사진들의 느낌도 좋다.

 

          또 한 번, 나는 계절이 바뀌던 그날의 바람처럼, 나를 스쳐가려던 우연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 여행길의 시작과 끝이 여기에 있다. 진한 성장통을 겪고 온 것 같은 내게 그날들의 하루하루가 나를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주겠지.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들어 주겠지. 나는 믿는다. 예상할 수 없어 더 기쁘게 다가왔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나게 해주었던 우연의 나날들. 그렇게 난 우연을 끌어안으며 살고 싶다. -10p

 

백철현의 <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를 읽고 이미 암스테르담의 매력에 빠졌는데, 그녀 노지혜의 첫 여행지인 암스테르담 사진들을 다시 보니 행복한 기운이 느껴진다. 감미로운 멜로디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꽃가게 앞에 서서 향기로움을 만끽하고,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길모퉁이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있는 연인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림과 책을 좋아하는 내게 네덜란드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초록색 창문이 달린 전통적인 네덜란드식의 4층 집인 렘브란트 하우스 미술관은 정겨운 느낌일 것 같다. 마치 귀족들이 살고 있는 대저택의 느낌이 난다는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그곳에서는 '북유럽(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싶다. 암스테르담 도서관과 성당을 개조했다는 셀렉시즈 도미니카넨 서점에도 가보고 싶다.  책을 읽을 수는 없을테니 사진집이나 화첩, 요리책을 넘겨보는 게 좋겠다. 소설책의 다양한 표지를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다.

 

중 1때 도서관에서 골라 읽은 책이 <안네의 일기>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쓴 그녀의 일기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프리센흐라흐트 263번지. 안네의 집에 간다면 나도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안네가 좋아한 페터와 많은 시간을 보낸 다락방에 올라가보고 싶다. 지금은 열려있다고 하지만 큰 책장으로 막아놓았던 비밀 통로도 지나가보고 싶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곳보다 작고 아담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소도시 에담과 볼렌담, 마르켄이 궁금하다.

 

          관광지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과 냄새, 흔적과 잔영이 남아 있는 거리를 더 좋아한다. -119p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창가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 아래 달콤한 커피 한 잔,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두 할아버지, 혼자서 책을 읽으며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햇빛 산책. 그 모든 것이 평화롭고 여유롭고 정답다. 그녀가 무작정 트램을 타고 헤매듯 거리를 다니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거라는 비밀스런 장소, '암스텔 공원'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엽서를 쓰고 싶다.

 

          어쩐지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일 것 같은 묘한 분위기의 공원, 번잡스러운 암스테르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 -146p

 

 

금요일 오후, 스푸이 광장에서 열리는 헌책방을 친구로 삼고 금요일 밤에는 고흐 미술관으로 고흐를 만나러 간다. 네덜란드의 어느 곳에 가도 만날 수 있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은 행복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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