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형사 I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너무 덥죠? 저는 더위를 별로 안타는 편인데도 요즘같이 심한 더위에는 맥을 못 추겠어요. 책도 잘 안 읽히고요...그저 시원한 맥주만 땡기네여..
어제는 술 마니 마신 다음에, 잠깐 벤치에서 쉬다 갈라구 누웠는데, 핸폰이 바지에서 떨어졌나 봅니다. 집에 가보니 핸폰이 없어져 하루종일 절망 상태였는데 다행히 어느 분이 주으셨더라구여...차비조로 2만원 드렸는데 피눈물이 납니다. 그 돈이면 책이 몇 권인데...요즘 저는 무슨 일에든 돈을 쓰면 그 돈으로 책을 사면 멀 살 수 있는데...몇 권 살 수 있는데...이러면서 기회비용만 따져여...갖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현실적으로 상황이 안 따라줘서 넘 아쉽네여...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데 쩝...-_-;

쓰다 보니 넋두리만 늘어놨군여. 오늘 평해볼 책은 피터 러브지의 <마지막 형사>입니다. 저는 몇 달전에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구했는데, 요즘 고려원이 회생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다행이네여...고려원에서 앞으로 추리 소설을 더 많이 냈으면 좋겠네여...또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_-; 여튼 피터 러브지의 소설은 우리 나라에서 단 3권 번역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항상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작 <가짜 경감 듀>
가 있고요.

크리브 경사가 나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도 있네요...이 작품도 아주 인상깊게 읽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읽은 책은 중간 20여쪽 정도가 낙장, 파본된 책이라 내용 파악이 살짝 안되는 부분이 있어 지금도 아쉽습니다. 다시 구해서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크리브 경사 시리즈는 전술했듯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그 시대 고증이 아주 철저합니다. 제가 전에 학교 수업 시간에 빅토리아 시대를 다룬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시대에 처음 사진 기술이 발명되면서 순진한 젊은 처자들이 호기심에 누드 사진 찍었다가  인생 망친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이 작품도 여주인공이 호기심(?)에 찍어 본 누드 사진이 아주 중요한 모티브였죠... 작가가 자료 조사를 많이 했는지 사진의 발명과 대중화로 인한 사람들의 반응같은 그 시대 풍속도가 아주 정교하게 재현되었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소개시켜 드릴 <마지막 형사>가 있네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나이도 많고, 독불장군식에다 용의자를 거칠게 몰아붙여 자백을 잘 받아내는 피터 다이아몬드 형사입니다. csi를 이 사람이 봤다면 정말 말세로다! 했을 거예요. 과학 수사에 대해 체질적인 혐오감이 있는 사람이거든여...과거의 명수사관은 과학 기술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게 입버릇이구요.
사실 요즘의 범죄 사건들은 거의 과학 수사에 의해 해결이 됩니다. 범인들의 체모 하나에서, 살짝 흘린 침 한 방울에서 유전자 정보가 좍 나오는 시대인걸요...범인의 허를 찌르는 추리가 나오기 어려운 세상인거죠...그런 면에서 과학은 틀릴 수 있지만, 인간을 고찰하는 자신의 눈은 틀릴 리 없다고 고집스레 믿으며, 옛 방식의 수사를 고집하는 다이어몬드 형사는 그야말로
<마지막 형사!>인거죠...이 책의 대부분의 재미는 다이어몬드 형사의 개인적인 매력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부하들을 날카롭게 다루며 용의자들을 거칠게 다루는 등 뭐 이런 꽉 막힌 사람이 다 있지? 이런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피터 러브지는 현존하는 추리 작가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배경이 과거도 좋고 현재도 좋습니다. 수사물도 좋고, 본격물도 좋습니다. 추리 소설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있는 대가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호수에서 나체 시체로 발견된 여자의 죽음의 비밀을 푸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사건이 끝없이 일어나 몰아치는 구성도 아닙니다. 단 하나의 사건으로 끝까지 긴장을 유지시키고, 수사물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주지요. 소박한 이야기지만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중간에는 가장 유력한 두 용의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도 등장하는 등 독자를 지루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듯 보입니다. <가짜 경감 듀>에서 확인하셨던 유머 감각은 역시 최고 수준이구요...

예를 들어볼까요... 발견된 여자 시체는 신원 파악이 안됩니다. 실종자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하는 다이어먼드 형사에게 tv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라는 제보가 잇달아 들어옵니다. 그 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는 드라마 중에서 실종된 걸로 처리됐대여...형사는 분노합니다.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tv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제 정신들이 아니라니까!> 그리고는 여배우는 제껴놓습니다. 그러나 여자 시체의 정체는 그 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가 맞습니다. 너무 위트있죠? ^^; (이건 머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시체의 정체는 초반에 나오거든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수사극은 클라이막스에 법정까지 가면서 법정물 쪽 재미도 살짝 주고요. 마지막에는 반전도 있습니다.(근데 반전은 좀 실망입니다...-_-;) 최고의 재미를 안겨주는 러브지의 수작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출판된 작품의 순위를 매기라면  <가짜 경감 듀-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 마지막 형사> 이렇게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워낙에 대가의 작품인지라 이 작품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당...이 작가의 책을 단 3권밖에 볼 수 없는 우리 나라 국민들은 너무 불행해여..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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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 러브지 책들이 좀 많이 나와 주면 좋겠어요.
마담 타소.. 이 책도 정말 보고 싶은데 구할 수도 없고..

jedai2000 2005-10-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 <밀랍인형> 두 개 판 본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없어요. 빌려서 읽어봤지.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이 더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