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꼬르뷔제의 손
앙드레 보겐스키 지음, 이상림 옮김 / 공간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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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탄생 100년을 맞아 앙드레 보겐스키가 집필했다. 저자 역시 프랑스
건축가로 스무 살에 무작정 파리의 르 꼬르뷔제의 스튜디오를 찾아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날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된 인연을 갖은 사람이다. 그때부터 20년간 함께 일했으며 30년간 우정을 나누었
다.

 건축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며 지금도 끊임없이 추종하는 사람이 많은 건축가가 바로
르 꼬르뷔제이다. 그만큼 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흔히 일컬어지는 주상복합건물의 아버지로
도 불린다.

 나는 르 꼬르뷔제의 건축물을 보아도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어째서 이토록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그
를 되새기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그에 관한 책을 꼭 읽고 싶던 차에 이 책과 만났다. 그
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만날 수도 없었으며 다만 그의 주변인이었던 사
람을 통해 그가 얼마나 건축에 몰두했었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건축가 르 꼬르뷔제이기보
다는 인간 르 꼬르뷔제를 만난 셈이다. 게다가 그역시도 지중해와 관련이 있었다. 지중해와 관련된 인
물만 보면 관심이 간다는 것이 우습지만 말이다. 그는 남프랑스 지중해에서 수영중 사망했다.


때가 되어 수면을 다시 높이기 위해 바다는 간조 때 낮게 내려간다.
새로운 시간은 새로운 국면, 새로운 주기, 새로운 교체를 맞이한다.
이때 우리는 삶의 한구석에 그대로 앉아 있으면 안 된다. (26쪽, 르 꼬르뷔제.)



행위의 결과는 행위의 질적 가치에 있다네.
우리 직업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그 결정 자체는 결과의 가치나
우리가 작업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 하게 되는 요구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네. 일을 잘 하고
자 하는 노력은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형성하게 되어 있다네.
결과의 가치는 자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네. (31쪽, 르 꼬르뷔제.)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이어지며 생의 마지막까지 드로잉과 관찰, 아이디어를 수많
은 스케치북에 채웠다. Open Mind! 그의 모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
쩌면 타고난 것이기보다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가 주의 깊게 지켜보던 동시대인 중 한 명인 피카소와의 만남에서 이들은 서로 배려하고 자신을 낮
추었다. 역시 통하는 것이 있었던 것일까. 특히 르 꼬르뷔제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었다가 건축에 들어
섰기에 피카소에게 더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성적이며 내면세계에 빠진 사람으로 자기방어적이었던 그의 건축물을 보노라면 왠지 적막하고 고독
한 현대인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다고 찬사받는 빌라 사보아의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
다. 기능이나 구조, 재료 등을 떠나 느낌만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명의 창조적인 사람의 내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열정이 부
럽기도 했다. 그에게는 건축이 있었다면 내게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건축은 다른 모든 예술처럼, 사유된 형태를 유형의 것으로 변화시킨다. 구체화된 생각인 것이다.
사유가 깊고 강할수록 건축적 형태는 더욱 아름답다. (80쪽, 앙드레 보겐스키.)



 책의 소제목은 주제끼리 이어져 있으며 르 꼬르뷔제의 손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불어판이 아닌 미국 출
판본을 번역해서인지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또 전문 번역가가 아닌 건축가가 번역을 했기에 건축에 관
심이 없는 일반인이 읽기에 지루할 수 있다. 그의 건축사진을 넣고 더불어 불어 전문 번역가가 원본을
함께 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렇더라도 르 꼬르뷔제를 좋아한다면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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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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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이 넘은 나이에 자전거 풍륜(風輪, 자전거 이름)과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인 <자전거 여행>. 그가 밟아서 돌린 페달은 자전거 바뀌뿐이 아니라 삶의 페달
이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밟아야만 돌아가는 고단한 여정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
레 녹아나온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축복이라고 말할 만큼 내게는 애착이 가는 책이다. 작가와 함께
굽이굽이 페달을 밟아가며 빠져들어 본 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 김훈은 정말로 글맛 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자전거에 대한 표현을 보면 그 관찰력과 은유
에 일정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저 좋으려니가 아닌 이를테면 집요함 같은 느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미쳐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이 순간처럼 그 말이 딱 맞을 때가 없을 것
이다.

김훈의 글은 묵묵한 느낌이 가득하다. 간결함도 마음에 든다. 그의 글처럼 서늘하다고 느껴지는 작가지
만 마음 어디에선가 분출되는 뜨거움은 그의 의식과 글을 거쳐 독자에게 뜨거움보다 서늘하게 다가오
는 것이다. 뜨거운 동시에 서늘하다는 느낌이 잘 조화되었다. 그가 말한 대나무의 품성처럼 '그 성질
은 차고 단단하다.' (44쪽)
그 안에 모든 국면을 다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럽다. <칼의 노
래>등의 작품보다 풍요로운 글투를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역사부터 ㅡ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칼의 노래>를 비롯하여 최근의 <남한산성>까지 봐도 알
수 있다. ㅡ 인류, 지리, 자연 등의 박학다식함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 자연 속에서 성찰하는 작가의 마
음은 깊고도 서늘한데 이 시대 진정한 지성이라 생각된다.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을 내적 성찰을 통해 담아내며 길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도 따뜻하다. 그의 간결
한 문장이 때로 딱딱 끊어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전혀 흠이 되지 않았다. 역시나 인문학적 깊이가 고수
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실 이 책에서 비판을 이끌어내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아니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즉, 비판
의 능력을 상실했다고나 할까. 김훈에 취했기 때문이며 이 책에 취했기 때문이다. 한 잔의 술로만 정신
을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한 권의 책이 정신을 혼미하게 할 지경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
명의 힘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
패할 것이다. ㅡ 책 머리에서.



첫 장소인 여수 돌산도 향일암 이야기에 여러 해 전 다녀온 향일암을 떠올리며 그때 찍은 사진을 꺼내
들어 보았다. 작가의 설명과 똑같은 사진을 찾아내었다.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비집고 한 사람씩 겨우
지나 갈 수 있다.', '절 마당에 이르면 갑자기 남해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서, 이 절 마당은 수
직적인 고양감과 수평적인 무한감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이 쉽게 다가왔다. 광주의 무등산과 소쇄원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소쇄원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이라 잘 기억해 두고 싶다.


정자와 세상과의 관계의 본질은 서늘함이다. 정자는 그 안에서 세상을 내다보는 자의 것인 동시에, 그
밖에서 정자를 바라보는 자의 것이다. 정자는 '본다'는 행위가 갖는 시선의 일방성을 넘어선다. 시
선의 일방성에는 폭력이 숨어 있다. 이 폭력은 근대성의 일종이다...(생략)... ㅡ 39~40쪽.



작가의 미학이 담긴 글과 함께하는 시간이 값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훔치고 싶은 문장도 있었으며
이미 다녀온 장소를 만날 때면 새로운 느낌과 공감의 시간을, 미지의 곳은 가보고 싶어져 가볼 곳이 늘
어만 갔다. 이상문학상 작품 수상집에서 이미 읽은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는 다시 읽어도 좋았다.
또 그의 몇몇 문장에서는 다른 작품 <밥벌이의 지겨움>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詩)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 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ㅡ 96쪽.



한 모금의 차에서 낙원을 찾는 작가의 글에서 그의 여유가 묻어난다. 도서전에서 뵌 작가의 모습은 잊
을 수 없을 거 같다. 굳게 다물고만 있을듯했던 입에서 흘러나오는 또박또박한 말소리는 그의 글처럼
차분하고 서늘한데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사실 작가의 인터뷰나 주변인의 말을 들으면 꽤 유머도 있고
입담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으로 만나는 독자이기에 그의 글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기억하고 싶
다. 언제까지나 내게 그저 글쓴이가 아닌 작가로 남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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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6-15 10:35   좋아요 0 | URL
2007년 책읽기의 첫 시작을 알린 책이지요. 김훈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전 서늘하다 라는 표현이 제일 맘에 들더군요. 이 책, 가슴에 남는 구절이 참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자전거에 빗대어 삶을 비유한 부분들이 오래가더군요.

은비뫼 2007-06-18 03: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자전거를 잊을 수 없더군요. 제목에 들어가서이기보다 은유 때문에요.
서늘하다는 표현이 참으로 어울리는 작가라 생각됩니다. 이 책의 풍요한 글투도 좋았고요. 역시 좋은 느낌은 통하나 봅니다.

2007-07-22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비뫼 2007-08-22 02:0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김훈의 다른 작품보다 아니 작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 자전거 여행 같아요. ^^*
 
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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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는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했다. 홈즈와 괴도 루팡 등의 이야기는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 어린
나를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조금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관심분야가 아니
라 찾아 읽지는 않았다. 우연히 눈에 뜨인 제목으로 이 책과 만났다.

 여름이면 에드거 앨런 포우의 책이 떠오르듯 슬슬 공포영화가 물밀듯 쏟아지는 시기에 만난 추리물은
쉽고도 재미있었다.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로 불리는 니키 에츠코 작가의 미스터리 데뷔작이다. 그녀
는 동화를 썼다고 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양이 + 공포의 공식은 사실상 관계없다. 말 그대로 고양
이는 알고 있다로 생각하면 된다.

 미스터리성 책으로 살펴보자면 일단 상당히 평이한 작품이다. 긴박감이 없으며 좀 싱거울 수도 있다.
남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는데 남매탐정이라는 것은 사실 어린 시절의 내가 읽었다면 퍽 재미있어 할
소재이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1957년 작품으로 그녀가 29살 때 썼는데 이렇게 오래전 작품이 전혀 괴
리감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신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거나 무서워서 주저하는 독자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읽고 난
후 오싹함이 아닌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한 점 남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탐정남매의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필시 재미있어 질 것이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

 범인과 사건의 내막을 알고서도 이들 남매는 전문가인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고 먼저 고민한다. 한 가족
을 지키기 위해서 또 상처를 주지 않으려 걱정하기 때문인데 남매의 수사방법 또한 곳곳에 상대를 배려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아직 아마추어이며 어리고 순수해서 일지 모르겠다. 물론 이들은 20대다.

 작가 니키 에츠코는 어릴 때 척추 가리에스라는 병에 걸려 누운 채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후 여러 번의
수술로 휠체어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평생 입원과 퇴원이 반복되는 고단한 삶이었다. 작품노트(작가 후
기)서도 느껴지는 열정 그리고 얼마나 고심하며 썼는지 알 수 있다.

 단숨에 읽어버려서 일부러 끝 부분은 천천히 읽어갔다. 시간이 제법 있을 때 손에 들려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부담없는 책이라 그럴수도 있다. 잘 짜인 긴박한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동화 같은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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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 - 전예원세계문학선 셰익스피어 전집 1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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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그렇듯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이야기도 오래전부터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
었으나 책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클레오파트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은 단발머리, 짙은 화장, 도도한 콧대 높은 여왕, 독사 그리고 비비안 리!
그녀만큼 클레오파트라에 잘 어울리는 역할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와 달라서 처음에는 싱겁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도도
하고 차가운 열정의 소유자로 카리스마 있는 여자로 생각했던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까지 그렇
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온 이미지
는 영화와 말로 전해지는 그녀의 콧대 높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미 만들어진 그녀의 이미지만
을 나는 주저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간과한 것은 아무리 영
웅이더라도 사람인 이상은 다양성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역시 클레오파트라 하면 도도함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래서 인물 탐구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그려진 클레오파트라는 도도함보다는 사랑에 빠진 여인인 동시에 교활한 기회주의자의 모습도
있으며 상대방 앞에서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온 힘을 다하는 열정적인 모습이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
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나는데 그들이 순수한 청춘의 사랑이었다면 이 작품은 풋풋함보다는
성인의 일반적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일반적 사랑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
체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
다고 이들의 사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순수하지 않다거나 성숙하다고만은 말하지 않겠다.

 내가 여기서 중점을 둔 것은 이들의 태도나 심리이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며 헐뜯기도 하는
과히 어울리는 한 쌍이다.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두 인물의 갖가지 성격을 들여다 보는 것이 관건이었
다. 안토니는 영웅이며 용맹하고 호탕하며, 클레오파트라는 도도하고 지혜로우며 아름답다. 이들의 공
통점은 불같이 이글거린다는 것이다. 이들의 대사에서 때로는 용맹함과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동시에
영웅이나 여왕이기보다 사랑에 빠진 남녀임을 볼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사랑을 택하고 기꺼이 죽는
모습에서 그녀의 고결함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가 사랑을 선택하고 독사에게 물렸다고 생각
한 적이 없었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견해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참고
해도 될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에 환상을 품고 있는 나이가 지나서일까. 내게는 이들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이나 질투와
의심까지도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한 세기의 영웅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사실 영웅이라고 화내지 않는
다거나 미인은 이슬만 먹고산다는 식의 따분한 이야기는 싫어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집트의 이 억센 족쇄를 부숴 버리지 않는 한 사랑에 넋을 잃어 내 일신을 망치고 말 것 같다.
ㅡ 31쪽, 앤토니의 대사.



인간의 분별력이란 운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인가 보다. 외면이 내면을 질질 끌어 그만 운명이 곤
두박질하면 분별력도 맥을 못쓰는가 보군. 시저여, 당신은 앤토니의 분별력마저 정복하셨군!
ㅡ 127쪽, 이노바버스의 대사.



 앤토니가 말한 이집트의 이 억센 족쇄는 바로 클레오파트라이며 결국 그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게 느껴지기보다 처연하다고 느껴졌다. 여장부의 모습을 기대한 편견 때
문인지 생각만큼 집중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다 보면 늘 느끼지만 등장하는
여성들이 과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시대가 다르기 때문일까? 그렇더라도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언어유희는 언제까지라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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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온 서울국제도서전.
역시 시간이 없어 두 번을 다녀왔으나 제대로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들어서면 보이는 책으로 덮인 안내문. 앞면은 동화위주이고 뒷면은 동화와 한국문학 등이 섞여있다. 작년에 책을 쌓아 태극기를 만든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쌓았던 책들을 마지막 날 끝나면서 무료로 주었다.
올해는 마지막 날 다녀왔지만 시간이 없어서 6시 30분경 발길을 돌아섰기에 이 책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래도 좋았던 것은 작년에는 마지막 날 5시까지만 전시를 해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마지막날도 7시까지
전시를 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전시회에 간 날은 일요일(6월 3일)이었다.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가서 작가 사인회가 열리는 줄도몰랐는데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작가 이인화씨의 사인회가 있다고 소란스러웠다. 서둘러 줄을 섰는데 좀
좀 기다렸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의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는 온몸을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영원한 제국> 1권에 사인을 받았다. 정보를 확인하고 갔어어했다... 그래야 책을 갖고 갔을 텐데. 그래도 편하게도 전시회에는 각 출판사에서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바로 구할 수가 있다. 어떤 분은 오래된 
책을 갖고 와서 작가에게 사인받기도 했다. 부러운 광경이었다. 
 이인화 작가의 사인회를 연 세계사 부스는 마지막 날도 들렸다. 시집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나 마음 에 드는 시집을 찾지 못해 돌아섰다. 박완서 작가의 책 앞에 몰려있는 독자들의 모습이 흐뭇해 보인다.



   다음 사인회는 작가 김훈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었으나 적당히 둘러보고 40분 전에 생각의 나무 부스로 갔다. 생각의 나무는
무조건 5,000원으로 판매하는 책들이 꽤 인기가 있어서 사람이 항상 붐볐다. 게다가 김훈 작가 사인회 때문에 더 몰려있었다.
내가 40분 전에 왔는데 이미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선두그룹에 속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독자의 이름을 불러주
시며 사인을 해주셨다. 건강하십시오, 선생님.

두 작가의 사인회가 끝나고 각 출판사 부스를 대충 둘러보았다. 작년보다 나아진 것인가?
서울국제도서전이란 이름에는 걸맞는지... 국내 출판사들의 판매회 같은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많은 독자를 상대하느라 각 출판사 직원들은 지쳤을지도 모른다. 친절한 곳도
있었으나 계산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들도 있었다. 볼거리도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구매
하러 온 독자에게는 좋겠지만(저렴하게 말이다) 전시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날도 사람들로 붐빈 생각의 나무 부스. 작년에는 열린책들에서 책을 몇 개 구입했는데 올해는 생각 의 나무에서 가장 많이 구입했다. 그래 봐야 몇 권 안된다. 그리고 범우사를 둘러보았다. 이런! 범우사가 이렇
게 한산하다니. 각 1,000원에 판매하는 책들을 뒤적이다 몇 권 구입했다. 예전부터 사려고 했던 것들이었다.
마지막 날 복잡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간 시간만 그랬을지도 모른다. 4시 이후에 가서
6시 반경에 돌아섰으니 말이다. 작년에는 같은 시간에 사람이 훨씬 많았는데...



 책세상 부스가 깔끔해서 사진으로 담았다. 작년에도 구입할지를 고민한 책들이 올해도 보였고 이미 구입한책에도 눈길이 갔다. 카뮈의 담배 문 사진은 언제 보아도 인상적이다.



위즈덤하우스 부스. 그림으로 예쁘게 만들어서 이곳에 서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동참했다. :)



작년에 이어 열린책들 부스는 올해도 시선을 잡아끈다. 나비 그림 앞에서 사진 찍는 이들이 역시 많았다.

이 밖에도 많은 출판사가 참여했다. 민음사, 김영사, 을유 문화사, 청아 등.
민음사는 작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계단식으로 세계사전집을 쌓아두었었는데 올해는 확 트이게 정리되어
있었다.  김영사나 을유 문화사도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웠으며 청아 출판사를 보니 새로웠다. 또 종교관련
책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성경의 경우 예쁜 다이어리식으로 나와서 사람들이 좋아했다.
 
 총 11권의 책을 구입했다. 세계사, 생각의 나무, 범우사에서만 구입했다. 솔직히 책은 이곳이 아니어도 구입
할 수 있다. 책들의 잔치가 마냥 즐거웠기 때문에 발걸음이 간 것이다. 더 풍요로와질 필요가 있다. 내년을 기
대하며.. 다시 코엑스를 찾아올 때는 마음까지 벅차기를.
 
 
-4340.06.06.도서전 마지막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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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7-26 03: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서울국제도서전 재밌게 봤습니다. 전 파리에 살고 있고요. 내년에 여기 도서전 열리면 게으름 피지말고 소개해봐야겠네요. ^^

은비뫼 2007-08-22 02:01   좋아요 0 | URL
파리에 계시는 군요. 내년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누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