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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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고전과 제대로 만나다.

 글쓰기의 고전으로 칭송되는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제대로 읽어보기로 다짐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
다. 그러나 사실 글쓰기나 책읽기에 관한 책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늦게 잡았다.
그러나 많은 후회를 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었던 것이다.

쫓기는 생활 속에서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서평만은 항상 늦어졌다. 지난달에 읽고 이
제야 쓰려니 조금은 걱정이다. 또 그야말로 마구잡이식으로 갈겨서 정리하고 있던 차에 가뭄에 단비오
듯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차근히 써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쓰기로 한다.


예문의 풍부함과 우리글의 아름다움.

 이태준은 구인회의 한 명으로 구보씨인 박태준, 독특한 이상, 김기림 등과 함께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구인회 멤버들의 글을 예문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로 예문의 풍부함을 결
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손에 잘 잡히지 않았던 우리 고전을 돌아보며 시나브로 읽어야겠다는 생각
아니 읽고 말아야겠다는 의욕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박태원을 읽으면서 이상의 소설도 만나야겠다고
계획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다시 자극이 되었다.


우리 고전(古典)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이유.

 또한,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이 극명하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되새겨 보았다. 나부터도 관
심이 있다 하면서도 정작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내가 편독이 심해서가 아니었다. 현대적인 시도가 과
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조차도 읽지 않는 고전을 세계로 번역
해서 나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글의 아름다움이야 세계인들도 알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되도록
번역하는 작업은 작가가 창작하는 것만큼 뼈를 깎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책에 예로 나온 <춘향전>을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이태준은 지적한다. 왜 춘향전이 널리
읽히지 못하는지를.


한 사람이 목청을 돋우어 멋지게 군소리를 넣어가며 읽으며, 여러 사람이 듣고 즐긴다. 독자가 아니라
연자(演者)요 청중이다. 독서와는 거리가 먼 낭독 연기를 위해 씌어진 대본이다. (105쪽)



 운문과 산문의 구별이 되지 않게 3·4조, 혹은 4·4조 글이 대부분인데 산문보다는 운문 쪽에 가깝게,
또 운문은 아니고 낭독문체에 가까운 글이나 의식적으로 다듬어졌기에 독자와 거리가 먼 글이 되었다.
또 과장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마치 극과 비슷한 점이다. 극도 생각보다 많이 읽히지 않는다
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그 과장이 특징이기에 독자에게 약간의
 거부 내지는 낯설음을 주는 것이다. 현실감이 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신 그를 지지하는 마니아
에게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매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그 특징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좀 더 쉽게 풀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글이란 것이 어렵기
만 하다면 또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면 이미 그것은 글의 죽음을 면할 수 없다. 우리의 고유문화인 고전
을 높이 평가하면서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우리부터 손이 가게 하여야 된다는 말이다. 그때
가 오면 세계에서도 인정할 것이다. 세계의 기준 정확하게 말한다면 서양의 기준에 맞게 맞추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바로 우리만의 글을 있는 그대로의 원형에서 자꾸만 풀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태준이 말하는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태준이 이 책을 쓰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
쓰기란 허투루 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내용이 많아서 공부하듯 읽고
싶었다. 옆에 두고 열심 익혀야 하는 책이었다. 포스트 잇에 깨알처럼 적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팔
이 아프겠다는 생각도 했다. 적은 것은 책상 안쪽에 붙여두었고 간단한 한 줄의 글은 탁상달력에 써두
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문장법이란,


첫째, 말을 짓기로 해야 한다.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둘째, 자신만의 문장작법이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이어야 한다.



 물론 책 몇 번 읽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방향을 제시했으니 그에 따른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겠
다. 그리고 저자가 강조한 것 중 퇴고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안도현의 유명한 짧은 시 <너에게 묻
는다>는 석 줄이지만(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강렬하다.
이 시는 안도현이 100번 이상을 고쳐 써서 지은 결과이다.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않고 다만
시만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시는 그렇게 느끼면 되나 글쓰기에서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새
겨볼 일이다. 나 역시도 글을 쓰면 다시 확인하기는 하나 지나고 나면 고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수필의 요점 중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음영을 관찰해야 한다. 어떤 보잘것없는 사람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다 인생의 음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음영으로 움직이는 것을 표현해주는 데 현묘한 맛이 있다. (217쪽)



 개인적으로 수필에 관심이 있다. 수필이란 굳이 작가가 아니어도 일기나 웹상에서 적는 글로 표현된다.
결국, 내면을 돌아보는 것만큼 음영을 관찰해내는 일도 중요한 것이다. 억지로 꾸민 글은 잠시다. 늘 관
찰하는 태도만이 나만의 것으로 쌓여갈 수 있다.


글쓰기의 하찮음 혹은 어려움.

 글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뜻밖에 많다. 그리고 누구나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
리는 그만큼 관심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당한 도움이 됨을 인정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꼭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 아마도 읽게 되면 꼭 한 권쯤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날 거로 생각한다.

 끝으로 글쓰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다소 상투적인 말이 떠오름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
지만 그래도 책의 겉표지에 있는 지우개 달린 노란 연필을 보며 필승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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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8 13:4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연탄재, 저 시가 100번이상 고친 시라니...
전 요즘 한번 쓰고 업댓하고는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는데 ㅠㅠ...
이래서야 좋은 글쓰기랑은 거리가 멀겠죠.
늘 관심있다고 외치면서 행동은 정반대.
저도 필승! 외치고 갈게요. 인생의 음영을 잘 관찰하고 그리는 성숙한 글을 쓸수 있도록!

은비뫼 2007-07-20 04:32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역시 글쓰기란 어렵구나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노력 없이는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런 글을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한 걸 후회했죠. :)
체셔고양이님, 만세입니다~
 



한동안 블로그 메인그림이었던 이미지.

책을 쌓아 만든 등대를 만들어 내 마음을 밝힌다.

불안하게 많이 쌓기보다는 탑처럼 정성을 담아 제대로….

그렇게 올려가고 싶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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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6 09:18   좋아요 0 | URL
이 분의 일러스트 참 좋아해서 예전에 싸이같은데 엄청 많이 모아놨었어요 ^^;
지금은 다 날려버렸지만, 따스하고 독특하고 좋은 일러스트가 많죠.
책에 관련한 것도 유난히 많고요 ^^

잉크냄새 2007-07-16 20:30   좋아요 0 | URL
아, "책등대"로군요.

은비뫼 2007-07-18 04:11   좋아요 0 | URL
:체셔고양이// 저도 한눈에 반해버렸답니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따뜻하고 책에 관련된 것 때문에 종종 기억이 납니다.

:잉크냄새// 네, 정말 멋진 등대라 생각됩니다.
 
고흐 Art & Ideas 16
주디 선드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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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고흐 바라보기.


 고흐에 관한 여러 책 가운데에서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준다. 모두 읽어보지 않았기에 더 나은 책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내가 읽은 책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대중에게 강조해서 알려진
그의 광기를 의식적으로 배제하기로 한다고 못받고 시작한다. 바로 내가 찾던 책이다. 내 생각과 닿아
있는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고흐를 중심으로 주변을 서술하지 않으며 시대와 상황 그리고 당시 예술사조 ㅡ 미술뿐 아니라 문학 등
ㅡ 등을 통해 그 속에서 고흐가 영향받고 펼쳐간 그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내용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만을 원했다면 지루할 수 있겠으나 한 두 권쯤 고흐의 책을 읽
었다면 이 책도 읽어볼 만하다. 처음부터 이 책을 잡고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너무도 친절한 글
자체가 지루할 수 있겠다 싶다. 대신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는 이 책의 장점이다. 고흐의 그림 중 처음
보는 작품이나 잊고 있던 작품도 꽤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인물화의 경우가 그랬다.

 또한, 고흐가 모작한 그림도 함께 실려있는데 밀레 등의 화가 작품이 그러했다. 고흐와 동시대를 살았
던 화가들의 작품도 있어서 시야가 넓어진다. 고흐는 언제나 그림을 그렸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붓을 놓
지 않고 연습을 했던 것이다.


고흐의 일반적인 모습과 색다른 모습.

 그렇다면, 고흐의 일반적인 모습은 어떤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고흐 하면 광기, 열정, 해바라기, 일본풍에 관심, 권총자살, 테오와의 편지, 정신병, 우울하고 괴팍
함. 이런 것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모습을 역시 확인해본다면,
화상으로 미술사를 접했으며 그래서 당연히 미술사를 많이 안다. 에밀 졸라의 책을 읽고는 졸라의 모든
작품을 읽겠다고 말했듯 책도 좋아했다. 빅토르 위고 등도 좋아했다. 그를 천재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의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늦게 시작한 그림 그리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미쳐서 요
양원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ㅡ 그 안에서 쉬며 그림을 그리고자 ㅡ 들어갔으며 실제로 가끔만
정신을 잃고는 했다. 살아생전에 빛을 본 보았다고 하지만 그가 죽기 전쯤부터 이미 주목받고 있었다.

 이렇듯 고흐는 집안이 예술계와 연관이 있었으며 동생 테오라는 든든한 후원인도 있었으며 죽기 몇 달
전부터 작품이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절대비운의 사나이만은 아니다. 비운의 예술가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

 사후 고흐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분명히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게 인식되었
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그림이다. 그림이 진정으로 관심 받지 않았다면 후대에서 고흐라는 이름은 묻
혀 버렸을 것이다.

 사실 예술가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수많은 이론가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두고 많은 의미를 부여
한다. 끊임없이 말이다. 그러니 무엇이 예술가가 진정 원했던 바인지 모를 수도 있고 혹은 우연한 산물
일지도 모르는 것에 큰 의미를 갖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순
간 멈추면 그 이상은 얻지 못하며 그전까지 알고 있던 것마저 잊기 때문이다. 즉, 공중파나 대략적으로
조각된 이미지를 의심 없이 믿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의심이 없다는 것은 순진한 것이기보다 이미 계산되어 나온
영수증의 마지막 총액숫자만을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숫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사실 주위의 친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관심 있는 화가나 작가
등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느낌만으로 풀어가는 것도 좋지만 객관적인 내용을
참고하는 것도 책읽기의 장점이니 해볼 만하다.


고흐, 그 끝없는 열정에 바치다.

 고흐의 그림은 불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가 밤하늘 별의 움직임을 과학이 아닌 마음의 눈만으로
느꼈듯 또 바람에 하늘거리는 나무를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붓터치로 그렸듯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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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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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화를 원한다면 켈트신화를.


 어린 시절 만화와 책으로 접한 아더왕 이야기는 켈트신화였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었는데 요즘 북구신화 등에 관한 책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제 사람들은 또 다른 신화를 원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나온 이 책은 장 마르칼이 여러 판본을 통합해서 쓴 책이니 신화 모음집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국에 살았던 켈트인의 신화. 즉, 누구나가 알고 있는 아더왕 이야기를 통해 많은 재미
를 선사한다.

 켈트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예쁘고 낭만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우리
는 켈트인을 야만인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기독교가
섞여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 속에서 개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켈트족은 기독교 이전
에는 문자를 남기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독교의 역사와 합쳐진 부분이 있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더 다채로워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더왕에서 원탁의 빈자리 하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공석으로 두기로 하는
데 이는 마치 예수가 요셉에게 잔을 주며 식탁을 만들고 그중 한 자리는 자격이 있는 순결한 자가 올 때
까지 비워두라고 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나는 성경을 정독하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말하지 못하겠
지만 대략 그렇다는 말이다.


아발론과 아더 그리고 엑스칼리버.

 제목의 '아발론'은 '사과나무 섬'이라는 뜻으로 저승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낙원을 의미한다. 이
아발론의 주인은 아더(기원후 500년경 살았던 실존인물)의 누이 모르간이다. 신화에 따르면 아더왕은
이곳 아발론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는데 세상이 그를 다시 필요로 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유명한 검 '엑스칼리버'는 '위험한 번개'라는 뜻이며 아더왕의 검이다. 그가 이 검을 뽑은
장면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대로이다.


1편 마법사 멀린은 누구인가.

 마법사 멀린도 아더처럼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아더와 동시대를 산 것이 아니라 육십 년 정도 뒤의 인
물이라 한다. 즉, 멀린도 신화가 따로 있으나 아더왕 전설에 통합된 것이다. 그의 탄생을 보며 예수의
탄생이 절로 떠올랐다. 순결한 처녀였던 멀린의 어머니는 악마의 술수로 임신이 되었고 악마와 인간사
이의 아이가 마법사 멀린이다.

 그렇다면, 왜 1편은 멀린의 이야기일까. 생각해보니 실제로는 멀린은 아더보다 후대의 인물이나 신화
가 통합되면서 아더를 이끌어주고 지지해줄 절대적인 인물이 필요했으며 그래서 멀린을 택한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떠올려보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영화의 백색의 마법사 간달프처
럼 멀린은 위대한 마법사이며 아더의 탄생을 처음부터 보는 인물이다. 예언자 멀린!

 또 재미있는 것은 아발론 연대기에서는 다른 신화처럼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이지만
신과 대등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감정의 기복이 있다. 현명한 마법사 멀린조차도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미쳐버린다. 멀린의 탄생부분부터 더 흥미롭게 읽었는데 사실 이 책은 두께에 비해 아주
빨리 읽을 만큼 재미있다.


신화가 갖는 의미.

 이 책은 외형적인 줄거리와 사건, 인물만 따라가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가끔 멈추게 되는 페이지를
만난다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거나 부여하는 때일 것이다. 신화를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신화, 그 이름만으로도 내면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사실 신화는 뚜렷한 한 명의 저자가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살이 덧붙여지고 의미가 변형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는 모두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는 이긴 편의 기록이라 하듯 신화
도 마찬가지로 당시 사회의 지배계급의 중심이 된 자들의 이야기다.

 또 이런 이야기를 읽고 떠올리며 사람들은 희망을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희망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
에는 지혜와 용기가 들어 있으니 의지를 강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겠다.


책을 덮으며.

 전 8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권마다 소제목을 달고 있는데 빨리 읽고 싶다. 북구신화에 관한 책이 여
러 개 나왔는데 켈트신화에 관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한다. 또한, 저자 장 마르칼의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그 자신이야말로 마법사처럼 생겼다. 저자의 열정이 탄생시킨 책을 읽으며 감사함
을 느꼈다. 모험, 환상 등이 기막히게 이어지는 하나의 큰 흐름이 느껴진다.

 각 신화는 그 민족을 대변한다. 우리의 단군신화나 다른 신화들도 그러한데 유럽 하면 그리스·로마 신
화 만의 관점으로 그들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움직임은 북구 신화 쪽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며 이제 우리는 켈트 신화까지도 접할 기회가 왔다. 그것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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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7-16 20:29   좋아요 0 | URL
전 현재 3권 "호수의 기사 란슬롯"편을 읽고 있지요. 사실 멀린에 관한 1권을 읽다 살짝 재미를 잃어 덮었다가 1년이 지난후 아더왕에 관한 2권을 읽기 시작하는데 훨씬 흥미진지하게 읽고 있습니다. 생소했던 켈트 신화를 접하는것도 재미있군요. 이윤기님는 신화를 생을 풀어내는 압축파일이라고 했다는데 개개인으로 풀어내는 신화속의 의미를 느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은비뫼 2007-07-18 04:12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란슬롯 편 읽으시는군요. 멀린 편에서는 앞부분이 조금 지루했는데 곧 급속도로 신나지더라고요. 2권은 제목만 보아도 재미있을 거 같아 기대 중입니다.

신화란 자꾸 풀어낼수록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벼루에 먹 가는 생각이 나네요. 풋.
 
헛소동 - 전예원세계문학선 322 셰익스피어 전집 2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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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부터 엽서 모으기를 했던 나는 지금도 오래된 엽서들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화
<헛소동>엽서인데 나중에 영화를 봐야지 하면서도 정작 아직도 보진 못했다.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 겸 주연을 했었고 엠마 톰슨이 베아트리체 역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의
원작은 셰익스피어다. 그의 희극을 영화화한 발랄한 영화.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읽을수록 웃음이 나온다. 더구나 <헛소동>에서는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불꽃
튀는 입씨름만 보아도 즐겁다. 본인들은 몰라도 보는 이들은 첫눈에 이들이 환상의 커플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챈다. 이 극에서 가장 유쾌한 사람들이 이들이며 특히 베아트리체라는 인물이 매력 있다.
직접 극으로 보거나 영화를 본다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다. 역시 극의 맛은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
이 그 재미와 감동을 배로 느낄 수 있다. 내 안에도 어쩌면 약간은 들어 있을 베아트리체의 톡톡 쏘는
날카로움을 꺼내는 시간은 지친 머리를 쉬게 한다.

 다른 작품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극뿐 아니라 비극에서도 본 음모는 역시 빠지지
않는 양념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여자의 비중이 작은 그의 극은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나
그래서인지 더욱 베아트리체의 역할이 돋보였다. 아래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대사를 보자.


베네디크: 기적이다! 우리의 마음에 반해서 우리의 필적이 기록을 했으니 말이오. 자, 당신을 아내로 삼
겠소. 하지만 이 태양에 걸고 말하지만 당신이 불쌍해서 맞아들이는 거요.


베아트리체: 거절은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오늘 같이 좋은 날에 걸고 말하지만 정말 마지못해 받아들
이는 승낙이에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당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고요. (생략)


베네디크: 입 닥쳐요. 입을 막아 버려야지. (키스한다)


 불쌍해서 아내로 맞고 마지못해 남편으로 받아들이며 입을 막고자 키스하는 커플이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셰익스피어 극의 매력은 언어유희라 가끔은 곱씹으며 생각해보거나 큰소리로 말하며 깔깔거릴
수 있다. 요즘은 희극을 찾아 읽는데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책을 잡으면 한 번에 읽어내려가게 된다. 그
만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리라.

 삶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헛소동을 벌이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음이다. 나름대로 위안을 삼으며 다음으로 만날 셰익스피어의 책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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