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엽서 모으기를 했던 나는 지금도 오래된 엽서들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화 <헛소동>엽서인데 나중에 영화를 봐야지 하면서도 정작 아직도 보진 못했다.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 겸 주연을 했었고 엠마 톰슨이 베아트리체 역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의 원작은 셰익스피어다. 그의 희극을 영화화한 발랄한 영화.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읽을수록 웃음이 나온다. 더구나 <헛소동>에서는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불꽃 튀는 입씨름만 보아도 즐겁다. 본인들은 몰라도 보는 이들은 첫눈에 이들이 환상의 커플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챈다. 이 극에서 가장 유쾌한 사람들이 이들이며 특히 베아트리체라는 인물이 매력 있다. 직접 극으로 보거나 영화를 본다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다. 역시 극의 맛은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 이 그 재미와 감동을 배로 느낄 수 있다. 내 안에도 어쩌면 약간은 들어 있을 베아트리체의 톡톡 쏘는 날카로움을 꺼내는 시간은 지친 머리를 쉬게 한다. 다른 작품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극뿐 아니라 비극에서도 본 음모는 역시 빠지지 않는 양념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여자의 비중이 작은 그의 극은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나 그래서인지 더욱 베아트리체의 역할이 돋보였다. 아래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대사를 보자. 베네디크: 기적이다! 우리의 마음에 반해서 우리의 필적이 기록을 했으니 말이오. 자, 당신을 아내로 삼 겠소. 하지만 이 태양에 걸고 말하지만 당신이 불쌍해서 맞아들이는 거요. 베아트리체: 거절은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오늘 같이 좋은 날에 걸고 말하지만 정말 마지못해 받아들 이는 승낙이에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당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고요. (생략) 베네디크: 입 닥쳐요. 입을 막아 버려야지. (키스한다) 불쌍해서 아내로 맞고 마지못해 남편으로 받아들이며 입을 막고자 키스하는 커플이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셰익스피어 극의 매력은 언어유희라 가끔은 곱씹으며 생각해보거나 큰소리로 말하며 깔깔거릴 수 있다. 요즘은 희극을 찾아 읽는데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책을 잡으면 한 번에 읽어내려가게 된다. 그 만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리라. 삶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헛소동을 벌이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니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음이다. 나름대로 위안을 삼으며 다음으로 만날 셰익스피어의 책을 골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