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Art & Ideas 16
주디 선드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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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고흐 바라보기.


 고흐에 관한 여러 책 가운데에서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준다. 모두 읽어보지 않았기에 더 나은 책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내가 읽은 책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대중에게 강조해서 알려진
그의 광기를 의식적으로 배제하기로 한다고 못받고 시작한다. 바로 내가 찾던 책이다. 내 생각과 닿아
있는 저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고흐를 중심으로 주변을 서술하지 않으며 시대와 상황 그리고 당시 예술사조 ㅡ 미술뿐 아니라 문학 등
ㅡ 등을 통해 그 속에서 고흐가 영향받고 펼쳐간 그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내용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만을 원했다면 지루할 수 있겠으나 한 두 권쯤 고흐의 책을 읽
었다면 이 책도 읽어볼 만하다. 처음부터 이 책을 잡고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너무도 친절한 글
자체가 지루할 수 있겠다 싶다. 대신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는 이 책의 장점이다. 고흐의 그림 중 처음
보는 작품이나 잊고 있던 작품도 꽤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인물화의 경우가 그랬다.

 또한, 고흐가 모작한 그림도 함께 실려있는데 밀레 등의 화가 작품이 그러했다. 고흐와 동시대를 살았
던 화가들의 작품도 있어서 시야가 넓어진다. 고흐는 언제나 그림을 그렸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붓을 놓
지 않고 연습을 했던 것이다.


고흐의 일반적인 모습과 색다른 모습.

 그렇다면, 고흐의 일반적인 모습은 어떤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고흐 하면 광기, 열정, 해바라기, 일본풍에 관심, 권총자살, 테오와의 편지, 정신병, 우울하고 괴팍
함. 이런 것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모습을 역시 확인해본다면,
화상으로 미술사를 접했으며 그래서 당연히 미술사를 많이 안다. 에밀 졸라의 책을 읽고는 졸라의 모든
작품을 읽겠다고 말했듯 책도 좋아했다. 빅토르 위고 등도 좋아했다. 그를 천재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의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늦게 시작한 그림 그리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미쳐서 요
양원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ㅡ 그 안에서 쉬며 그림을 그리고자 ㅡ 들어갔으며 실제로 가끔만
정신을 잃고는 했다. 살아생전에 빛을 본 보았다고 하지만 그가 죽기 전쯤부터 이미 주목받고 있었다.

 이렇듯 고흐는 집안이 예술계와 연관이 있었으며 동생 테오라는 든든한 후원인도 있었으며 죽기 몇 달
전부터 작품이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절대비운의 사나이만은 아니다. 비운의 예술가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

 사후 고흐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분명히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게 인식되었
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그림이다. 그림이 진정으로 관심 받지 않았다면 후대에서 고흐라는 이름은 묻
혀 버렸을 것이다.

 사실 예술가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수많은 이론가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두고 많은 의미를 부여
한다. 끊임없이 말이다. 그러니 무엇이 예술가가 진정 원했던 바인지 모를 수도 있고 혹은 우연한 산물
일지도 모르는 것에 큰 의미를 갖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순
간 멈추면 그 이상은 얻지 못하며 그전까지 알고 있던 것마저 잊기 때문이다. 즉, 공중파나 대략적으로
조각된 이미지를 의심 없이 믿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의심이 없다는 것은 순진한 것이기보다 이미 계산되어 나온
영수증의 마지막 총액숫자만을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숫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사실 주위의 친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관심 있는 화가나 작가
등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의 느낌만으로 풀어가는 것도 좋지만 객관적인 내용을
참고하는 것도 책읽기의 장점이니 해볼 만하다.


고흐, 그 끝없는 열정에 바치다.

 고흐의 그림은 불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가 밤하늘 별의 움직임을 과학이 아닌 마음의 눈만으로
느꼈듯 또 바람에 하늘거리는 나무를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붓터치로 그렸듯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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