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하늘이 오늘도
 가까이 있다.
 올려다보고
 뛰어드는 
 하늘이 있는 한, 
 큰 하늘을 하늘로
 알고 사는 한,
 새야,
 너는 날아다니고 나는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당신을 보는 하늘에
 바람결도 보이는 한
 속으로 크게 울 수 있고
 참 크게 고마운 일이다.
 

-4340.10.14.해의 날. (고은의 시, 하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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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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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보는데 관심이 많고 또한 그것을 엮어 푸는데 탁월한 재주꾼인 파울로 코엘료.
얼마전 같더니 그게 벌써 몇 해 지나간 일이 되었다. <오 자히르>라는 신간이 나왔을 때가 아직도 기억
이 난다. 생각해보니 광고도 잘했고 함께 준 엽서며, 수첩 또한 그랬으며 책표지도 근사했다. 그리고 파
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의 이름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이미 유명했으니 말이다. 망설임없이 구입해서
나 또한 이 책을 만났다.

 아내를 찾아나선 남편의 이야기. 즉, 사랑 이야기였으며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모험 이야기였
다. 자히르라는 하나의 현상에 착안하여 쓰여진 책. 누구나 자히르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지독
한 자히르에 사로잡혀보았다면 특히나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렇듯 자히
르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고 반대로 황홀할 수도 있다. 일단 자히르를 택한 작가는 주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페르시아 현자의 말대로, 사랑은 아무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질병이다.
그 병에 걸린 사람은 나으려고 애쓰지 않으며, 사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469쪽.)



 그러나 작가는 왜 이다지도 방대하게 반복되는 것을 풀어둔 것일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그래서 독자는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 가는 이 길의 이유 없는 모호함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끝
까지 노력하고 생각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생각을 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명에 힘입은 책이 되어버렸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 자히르를 접목시킨 것은 좋았으나 풀어냄이 조금 아쉽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작품에서 이 책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상황을 겪고 아내를 찾은 그의 모습에서 나만의 자아 찾기가 동시에 진행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때면 그것이 진정 내가 원했던 것
인지의 여부를 끝없이 묻게 된다. 여행이란 길떠남만이 아닌 안으로의 여행도 병행해야 하니까.

 생각이 그저 짧은 생각으로 끝나지 않게 자꾸만 곱씹게 하는 힘. 그게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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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뭉크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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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하면 떠오르는 <절규>를 처음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왜곡된 선과 색채에 반영된 심리는 내게도 감응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 아플 때면 꼭 떠오른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장점은 역시 왜곡된 형태와 색채의 강렬함으
로 내면을 잘 표현했다는 것인데 이 책에는 많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뭉크가 직접 쓴 글들이라 개인적인 그를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우울한 성격에서 이미 우울의
피를 이어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살 위 누이의 죽음까지 뭉
크는 어릴 때부터 죽음과 우울을 알아차렸다.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예민하기에 그런 환경에서 느낀 극
도의 우울함이 그의 성격과 정신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그렇듯.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기를 좋아하는데 뭉크는 자화상마저도 죽음의 공포가 드리워진 듯하다. 책에 실
린 작품들은 다양하며 정리도 잘되어있다. 그러나 그의 글들은 다소 지루한 것이 사실이다. 그의 그림
이 아니었다면 그저 어느 병약한 사람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니 말이다. 내용 대부분은 후원자 쉬플러에
게 보내는 편지이다.

 81년(1863~1944)동안 독신으로 살아가면서 정신분열을 겪는 등 뭉크는 약했다. 그런 중에도 작품활동
을 하며 지냈는데 그것이야말로 그에게는 내면을 치유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품 안에 불안과
공포, 죽음, 사랑과 관능 등이 뒤섞여 있다. 차라리 그림 안으로 녹아들어 가려 한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창작우화집 <알파와 오메가>이다. 가끔 읽어보고 스케치도
따라 그려보고는 했다. 알파와 오메가만 따로 엮어 나와도 당장 사러 갈 판이었다. 2000년에 책이 나오
자마자 서점에서 보고 매료된 책이었으며 뭉크에게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단, 내용은 지
루할 수 있지만 그것이 뭉크의 글이니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로 말미암아 뭉크에게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테니 감수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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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6 15:10   좋아요 0 | URL
오... 뭉크 한때 버닝했었죠. 보관함에 담겠습니다 :)

은비뫼 2007-10-06 15:1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 뭉크의 그림 매력있어요.
 
수채화 쉽게 하기 - 투명 수채 기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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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수채화 그림을 들여다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책에 있는 수채화 삽화 그리고 누군가의 수채화
작품. 그러나 정작 그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렇다. 어린 시절 크레파스나 색연
필로는 제법 그림을 그려 상장도 많이 받았지만 이후 수채화는 영 꽝이었다. 내게는 그 투명함이 정말
어려운 과제였던 것이다. 사촌 언니가 다니는 미술학원에 가서 언니가 그리는 수채화를 물끄미 바라본
적도 있었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수채화는 내게 있어 먼 이야기였다.

 차라리 포스터물감이나 유화 물감이었다면 수월했을 텐데. 미술 시간에도 수채화에 관련된 실기점수는
별로였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수채화를 차근차근 이 책을 통해 시작하기로 했다. 수채화 기
법부터 재료 등 쉽게 풀어놓았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도 확실히 덜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다는 점이다. 거기다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격려였
다. 고정관념부터 잊어버리고 실패를 두려워 말고 즐기라는 말이 퍽 살가웠다. 그림의 테크닉만을 강조
하는 것이 아니며 수채화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재료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다못해 화장품을 사용할 때 보더라도 질이 나쁜 붓은
피부에도 좋지 않듯 수채화에서도 붓의 역할은 중요하다. 서예가의 붓,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붓처럼 그
림에서의 붓은 그리는 이와 종이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초보자니 연습용으로 부담없는 재
료를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시간이 될 때 수채화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해서 책 뒤에
붙어 있는 연습부분을 채워야겠다.

 기초가 중요하듯 스케치 부분이 빈약해서 늘 그 부분을 먼저 연습하는데 이 책에 붙은 연습장에는 밑그
림이 있으니 한결 쉽게 연습할 수 있다. 진선 출판사의 그림 시리즈를 세 권째 접하면서 늘 다짐하는 게
있다. 다름 아니라 꾸준히 기초를 닦아가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늘 제자리에서만 맴돌 뿐이기 때
문이다. 좋은 책은 책장에 꽂아두지만 말고 자꾸 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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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레이트 로젠펠트
다니엘 월러스 글.그림, 문은실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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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책표지 문구가 마음을 끌었던 책이다.
도대체 어떤 사랑일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춰보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그보다는 로젠펠트가 이끄는
이 작은 부족의 우스꽝스런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부족을 모두 합쳐야 33명하고도 1/2명이며
그나마도 온전한 사람은 손에 헤아릴 정도이다.
 

 사실 온전하다는 개념을 적용시키기 무색할 정도이다. 어딘가 빈듯한 욕심 없는 모습. 전혀 위대하지
않은 로젠펠트를 필두로 소심한 서기 조지와 사람들. 물론 이 중에는 반대적 인물로 애킨스가 존재한
다. 큰사람 애킨스로 불리는 그는 위대한 로젠펠트와 대립한다. 위대한 사람과 큰사람의 차이는 무엇일
까? 또 윌슨이라는 악당도 존재한다. 그는 이 부족의 아름다운 샐리를 뺏으려는 자이며 로젠펠트와 연
인이 될 샐리는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사람이다.

 

 극적인 긴장감 없이 미풍이 부는 벌판에 서 있는 느낌으로 그려낸 작가의 글솜씨가 주목할만하다.
가끔 풋- 하고 터지는 짤막한 웃음과 이야기는 백치들의 행진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이런 코드는 내가 선
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낯설었지만 간결한 문장과 재치있는 생각은 좋았다. 평범하게 지나갈 이런
이야기를 번뜩이게 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라는 말에 걸맞게 샐리와 로젠펠트의 사랑은 위대했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웃을 수 있게 된 로젠펠트의 모습은 이 책에서 나온 모습 중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자포자기
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오는 강렬한 따뜻함이었기 때문이다. 샐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모습.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어울리는 행복한 결말.



 완전함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대조적이다. 사실 인간이기에 완전할 수 없
을지도 모른다. 완전함을 이기는 것은 어쩌면 이런 비어있음이 아닐까. 마음의 온전함이 눈의 시각화를
이기고 행복의 따스함이 경직된 목표를 넘어서는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순간이리라.


 문득 내가 잘못 살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날에 조용히 펴보고 웃어보면 좋을 책이다. 세상이 원하는 모
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원하는 것을 진
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며 그 사랑을 느낄 때가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 나를 바
보천치라 부르면 어떠리. 그런 순간에도 웃을 수 있다면 이미 위대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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