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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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보는데 관심이 많고 또한 그것을 엮어 푸는데 탁월한 재주꾼인 파울로 코엘료.
얼마전 같더니 그게 벌써 몇 해 지나간 일이 되었다. <오 자히르>라는 신간이 나왔을 때가 아직도 기억
이 난다. 생각해보니 광고도 잘했고 함께 준 엽서며, 수첩 또한 그랬으며 책표지도 근사했다. 그리고 파
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의 이름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이미 유명했으니 말이다. 망설임없이 구입해서
나 또한 이 책을 만났다.

 아내를 찾아나선 남편의 이야기. 즉, 사랑 이야기였으며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내면의 모험 이야기였
다. 자히르라는 하나의 현상에 착안하여 쓰여진 책. 누구나 자히르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지독
한 자히르에 사로잡혀보았다면 특히나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렇듯 자히
르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고 반대로 황홀할 수도 있다. 일단 자히르를 택한 작가는 주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페르시아 현자의 말대로, 사랑은 아무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질병이다.
그 병에 걸린 사람은 나으려고 애쓰지 않으며, 사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469쪽.)



 그러나 작가는 왜 이다지도 방대하게 반복되는 것을 풀어둔 것일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그래서 독자는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 가는 이 길의 이유 없는 모호함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끝
까지 노력하고 생각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생각을 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명에 힘입은 책이 되어버렸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 자히르를 접목시킨 것은 좋았으나 풀어냄이 조금 아쉽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작품에서 이 책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상황을 겪고 아내를 찾은 그의 모습에서 나만의 자아 찾기가 동시에 진행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때면 그것이 진정 내가 원했던 것
인지의 여부를 끝없이 묻게 된다. 여행이란 길떠남만이 아닌 안으로의 여행도 병행해야 하니까.

 생각이 그저 짧은 생각으로 끝나지 않게 자꾸만 곱씹게 하는 힘. 그게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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