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수채화 그림을 들여다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책에 있는 수채화 삽화 그리고 누군가의 수채화 작품. 그러나 정작 그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렇다. 어린 시절 크레파스나 색연 필로는 제법 그림을 그려 상장도 많이 받았지만 이후 수채화는 영 꽝이었다. 내게는 그 투명함이 정말 어려운 과제였던 것이다. 사촌 언니가 다니는 미술학원에 가서 언니가 그리는 수채화를 물끄미 바라본 적도 있었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수채화는 내게 있어 먼 이야기였다. 차라리 포스터물감이나 유화 물감이었다면 수월했을 텐데. 미술 시간에도 수채화에 관련된 실기점수는 별로였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수채화를 차근차근 이 책을 통해 시작하기로 했다. 수채화 기 법부터 재료 등 쉽게 풀어놓았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도 확실히 덜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다는 점이다. 거기다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격려였 다. 고정관념부터 잊어버리고 실패를 두려워 말고 즐기라는 말이 퍽 살가웠다. 그림의 테크닉만을 강조 하는 것이 아니며 수채화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재료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다못해 화장품을 사용할 때 보더라도 질이 나쁜 붓은 피부에도 좋지 않듯 수채화에서도 붓의 역할은 중요하다. 서예가의 붓,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붓처럼 그 림에서의 붓은 그리는 이와 종이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단 초보자니 연습용으로 부담없는 재 료를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시간이 될 때 수채화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해서 책 뒤에 붙어 있는 연습부분을 채워야겠다. 기초가 중요하듯 스케치 부분이 빈약해서 늘 그 부분을 먼저 연습하는데 이 책에 붙은 연습장에는 밑그 림이 있으니 한결 쉽게 연습할 수 있다. 진선 출판사의 그림 시리즈를 세 권째 접하면서 늘 다짐하는 게 있다. 다름 아니라 꾸준히 기초를 닦아가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늘 제자리에서만 맴돌 뿐이기 때 문이다. 좋은 책은 책장에 꽂아두지만 말고 자꾸 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