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블로그 지인이 준 책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읽기 시작했다.
영화가 나왔을 때도 부러 보지 않았다. 음악만을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당시 유명했던 책이라 원치않아도 대략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남은 어떤 열정의 찌꺼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들을 만난다.
두 작가가 각자 쓴 책. 냉정과 열정의 사랑.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
그리고 내 안의 또 다른 이야기.
책을 준 지인이 이 책을 읽고 괜찮으면 다음 책을 읽으라고 했었다.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준 지인.
그리고 몇 주 전 서점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본 순간 주저 없이 사버렸다.
그래야 두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두 권의 책. 구색이 갖춰지고서야 난 쥰세이의 이야기부터 만나보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Blu 229쪽.
과거와 미래를 잊고 현재만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본다.
쥰세이의 눈을 통해서.
모든 걸 뒤로한 채 사랑을 위해 향해 뛰어가는 쥰세이의 모습은 아름다운 열정 그 자체.
지나간 인연이 과거에서 멈추지 않고 현재와 만나 미래로 간다는 일.
결국 복원사 쥰세이는 자신의 사랑과 삶을 복원하는 특급열차를 타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참으로 잔잔한 책이다. 일상적이지만 그러나 지루하진 않았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으니까.
책을 덮자 반쪽의 이야기를 어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오이의 성격이 나와 약간은 닮아있어서라고 느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사람 혹은 첫사랑이나 지독한 짝사랑 등의 누군가가 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일 것이다.
다음은 에쿠니 가오리가 쓴 아오이의 이야기. Rosso.
하루의 시간을 책 읽고 목욕하면서 보내고 만나는 사람은 한정적이며
딱히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 누구 닮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99쪽.
누군가를 헤어진 쌍둥이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일. 그것도 아무런 분별 없이.
사랑은 맹목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차없다.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듯이.
쥰세이의 열정과 아오이의 냉정은 표면적이다.
아오이가 약속 장소로 가는 숨겨진 열정을 스스로도 놀라워하듯 그들 안에는 냉정과 열정이 공존했다.
다만 어느 순간 한쪽으로 치우친 삶의 위태로움이 우리를 그 틀안에 가둘 뿐이다.
사랑을 모르는 상대에게는 순정을 바칠 필요가 없지만 사랑에 눈멀면 그걸 모른다.
그리고 알아도 멈추기 어려운게 사랑이니까.
마빈의 아오이에 대한 사랑이 완성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상적인 두 사람의 이야기들과 비범한 이들의 사랑은 두 권의 책이 합쳐져야 비로소 빛을 낸다.
반쪽의 사랑이 찾아가는 또 다른 반쪽의 사랑.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 * *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이다.
아오이가 말했던 날.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 5월 25일.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했던 날.
그리고 또한 그날이다.
나의 결혼기념일. 7년이네.
시간 참 빠르군.
나는 잘 살고 있나 보다.
maybe.
"잊을 수 없는 사람. Una persona non posso dimenticare.
그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냉정과 열정사이 Blu 219쪽.
돌아갈 장소.
사람은 대체 언제, 어떤 식으로 그런 장소를 발견하는 것일까.
잠 못드는 밤, 나는 사람을 그리워함과 애정을 혼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매사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208쪽.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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