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개구장이들이 1명도 아니고 2,3,...4명이 사무실로 몰려왔다.  방학을 맞이함과 동시에 방학숙제가 시작된것이다.

방학 첫날부터 잡아놓고 싶진 않지만, 요놈의 개구장이 녀석들... 너무 노는 것만 좋아하는데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방학이라고 한두명씩  집으로 도망치듯 가버려(요즘은 보육원 아이들도  부모 없는 애들 보다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 새까만 얼굴로 공책이며 연필, 심지어 가방까지  다버리고  방학 끝날즈음 빈 손으로 돌아오는  녀석들이라 안심할수가 없다.

 오늘 집합시킨 4인방은 내가 평소에도 숙제를 봐주고 있는 녀석들이다.  학교 갔다오면 반드시 숙제부터 해 놓고... 라는 말을 밥 먹듯 하지만, 몰래 빠져나가 산으로 들로 도망치듯 다니다가 저녁때가 되어서야 얼굴보이는 녀석부터 가방메고  나 부터 찾아오는 녀석까지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 오늘은 가볍게 몸풀기로 독후감 한편씩을 써겠다"  이게 어떻게 몸풀기란 말인가?  하지만, 일단 기선 제압을 하려면  센것부터 나가야 하기에... 독후감 써는 요령을 간단히 설명한다음 " 자~ 시작.  글씨 또박 또박 ...정성들여 써면 조금 못 써도 봐준다."   그래도 녀석들 평소때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아님 하루종일 잡혀있을까 두려워서 인지(ㅋㅋㅋ...)  얼른 원고지를 받아들고 고민하는 모습이라니... 

" 선생님 줄거리까지는 다 썼어요..." 하며  2학년 ㅎ군이 몸을 비비꼬며 나오길래 공부방으로 들어가보니 , 그간의 몸부림이 느껴지는 장면들( 방석은 다 뒤집어져 있고 원탁엔 수많은 지우개 가루들...  )   "오, 장족의 발전 .... 글씨 잘 썼고... 좋아 좋아...다음엔 느낀점 써봐"   녀석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써준거나 다름없었는데,  어느새 이런 발전을 하다니... ㅎ군 얼굴을 마구 비벼주며 "귀여워 귀여워" 했더니  썩 좋은 분위기에 동조하는듯 4인방 모두 피식 피식 웃음을 흘린다.

이제 갈길이 멀다.   만들기, 그리기, 문제풀기, 받아쓰기,... 필수 과제만 해도 허걱 할 정도이다.   꼭 이렇게 방학숙제가 있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보육원생이라서 (어쩌고 저쩌고) 선입견 내세우는 선생님들도 간혹 계시기에  숙제는 꼭 해보내야 기분이 홀가분하다.

보육원 4인방 지금도 공부방에서 뒹굴다가 쓰다가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귀엽기도 하다. 이제 5분만 있으면 1시간째이다... 슬슬 풀어줄 시간이 된것이다.

 " 얘들아,  비 오는 날 만이라도  숙제 왕창 해놓고 우리 햇볕 쨍 하는날 실컷 뛰어 놀자..."  귀여운 것들 한번 살살 달래봐야 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6-07-1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님의 손길이 고울 것 같습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7-1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에겐 고약한 선생님이죠. 여기 있는 선생님들 모두 헌신적으로 아이들 돌보고 있답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타인의 손을 빌어 자라는 것이 딱하긴 하지만, 우리 보육원의 연세 지긋한 선생님들이 엄마 또는 할머니의 손길을 대신 한답니다.

치유 2006-07-1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래도 한시간씩이나 버티고 있는게 대단하네요..

똘이맘, 또또맘 2006-07-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마음은 벌써 운동장을 향하고 있는 걸 왜 모르겠어요. 이제 비도 그치고 놀고 싶어 엉덩이가 덜썩거릴 거예요.

해리포터7 2006-07-2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진 선생님! 자기자식도 그렇게 봐주시 힘들잖아요..그래서 제가 늘 선생님들을 존경합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7-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울 아이들은 거의 방임상태로 키우거든요. 여기 있는 선생님들 모두 농담삼아 그런답니다. 여기 있는 애들보다 집에 있는 자식들이 더 불쌍할 때가 있다고...

sooninara 2006-07-2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육원 아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집에 있는 아이들도 엄마를 믿고 잘 클겁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7-2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수니나라님 좋은 선생님 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아이들은 그저 하나님사랑으로 커길 바랄뿐이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