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있어줘
마거릿 마찬티니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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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염소처럼 수염을 기르고 이상을 꿈꾸던 청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왔다. 그동안 무엇이 변한 것일까? 비록 우리의 삶은 보잘 것 없었지만, 우리에게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창과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는 바람이 있어다. 어느 날 아침 우리가 그 창문을 닫았을 때, 봄은 끝나버렸고 죽은 참새는 지붕의 홈통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갑지가 우리 각자의 내면으로 숨어들었다. 거울을 보며 수염을 깎을 때면, 면도날이 지나는 자리마다 우리가 비웃었던 아버지들의 얼굴이 나타나곤 했다. -85쪽

우리는 달리다 서로 걸려 넘어질 뻔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벽에 기대어 포옹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연인들이 하는 유치한 행동들은 모두 다 했다. (중략) 내가 키스하고 뒤돌아서려는 순간 그녀는 떨고 있었다. 안젤라,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은 늘 두려움으로 가득하단다. 그런 사랑은 세상에서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하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알지 못하지.-130쪽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머물러 있는 그곳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느 날 우연히 들를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변하지 않은 채 언제나 그대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젤라, 어쩌면 우리는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95쪽

사랑하는 내 딸아, 나는 이탈리아를 사랑했다. 마치 그 누구도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그녀를 사랑했다. 걸인처럼, 굶주린 늑대처럼 그리고 수풀의 가지처럼 그녀를 사랑했다. 걸인처럼, 굶주린 늑대처럼 그리고 수풀의 가지처럼 그녀를 사랑했다. 유리에 찔린 상처처럼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기에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282쪽

난 네 엄마를 사랑한다. 예전의 모습을 사랑했듯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한다. 이제 우리는 먼지 날리는 결승점을 향해 내달리는 두 명의 나이 든 선수란다.-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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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5-06 12:23   좋아요 0 | URL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우리 만나는날 ^^
지금은 회사가 비상이라서!
날을 잡아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