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

 

 

봄소식을 알리고 싶어요.

꽃시로 꽃씨를 뿌려

연두빛 싹을 틔우고

하얗게 연붉게 수줍은 꽃잎들을

거리에 마구마구 흩뿌리며

미친년처럼 동네바보 형처럼

봄소식을 알리고 싶어요.

누가 들어줄 것도 아닌데

봄이 온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봄이 왔다고

봄, 봄, 봄이 왔다고

아가들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

아가씨들에겐 잿빛 재킷 대신

새하얀 블라우스에 꽃주름 치마를

아저씨들에겐 검은 양복 대신

푸른 셔츠에 연보랏빛 청바지를

입혀주며 봄을 알리고 싶어요.

바람이 아직 시리다하면

정오에 따사로운 햇발에

눈을 감고서 녹아내리는 꿈꾸며

살며시 스며드는 셔츠 사이

바람의 애무를 느껴보라고 싶어요.

그렇게 야한 농담처럼 진담처럼

봄이 왔다고

봄, 봄, 봄이 왔다고

설레발치며 온 동네 온 세상에

봄소식을 마구마구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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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6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이르다.고
춘분이 지났을 뿐
꽃샘은 아직아직 남았으니
서둘지말라고
말간 유리창 너머 로야 따사로울 듯
신발을 끌고 나가고 싶어지지만
이제 겨우 태양은 적도를 따라 걷기를
반 접어 주었을 뿐...
하루 만큼씩 낮이 길어지겠고
태양이 머뭄이 적도위에서 부터 예열을
해 댈 것이니 바람은 사납겠죠..
성질 급한 꽃이 먼저 바람 맞는건..
별 수없겠고.

몽원 2015-03-26 17:55   좋아요 1 | URL
^^ 댓글이 더 멋진 시라 제가 덧붙일 말이 없네요~. 조금 성질 급한 꽃쯤으로 여겨주시길. 그래서 설레발 치는 ㅎㅎ

[그장소] 2015-03-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랄것 은 아닌데..^^;
오늘 알았는데..꽃샘이..꽃을 샘내서 꽃샘이..아니고..꽃을 세움 이어서..꽃세움추위 ..랍니다.

춘분만 알고..꽃샘을 몰랐던..반쪽만.안.

몽원 2015-03-27 22:58   좋아요 1 | URL
몇 년 전 저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을 댓글로 달아봅니다.^^;


꽃샘

그대, 모든 꽃들을 시샘하여
꽃밭에 불 지르려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서슬 퍼런 바람으로
앙칼지게 몰아세우고
눈 섞인 빗방울들로 된서리 칠 듯
너무 무서워
꽃은 피고 지는지 봄은 오긴 오는지
꽁꽁 숨어 심겨져 있었더니
아니, 이 게 웬걸!
그대, 모든 꽃들을 詩샘으로하여
꽃들로 온통 불 질러 놓았구나!
사방에 온통 꽃, 꽃, 꽃, 나도 너도 꽃, 꽃, 꽃
실은 그대도 꽃이었구나!

[그장소] 2015-03-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먼저 아셨군요..저는 어제 알았는데..^^
신영복님의 글에서 보았네요.
한참. 양지 바른 곳 너도 바람꽃 .들 바람꽃
들이 피더라고요. 아직 봄도 이른데..뭘 벌써..했더니..이 여린것들이 살려고..다른 싹들이 피면 해를 가려 이 애들이 살수가 없으니 그나마 작은 것들이 해를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이 맘 때 잎도 없이 지들끼리
피는 거였더라고...살아 보겠다는 그 몸 부림....그러니 봄꽃은 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애조가 띠는 듯..하다고..

 

 

 

 

몰래 피는 꽃

 

 

그냥 어둑해질 무렵

그제야 거리를 나선 나는

벌써 여기저기 꽃피어

온통 행복한 사람들, 아이들

나려진 꿈을 보고선

나의 죽음을 그리고 살인자의 독수를

문득 떠올려 본다.

왜 모든 꽃들은 저토록 화사하게 피어나

길가에 번져 있을까?

꽃잎을 밟지 않아도

걸음걸음마다 시가 툭툭 터져 나오고

번져 흐르건만

어데 발길 둘 곳 없는 내 걸음은

당당히 놀이터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행복한 아이들에게

떠밀려

모르는 골목, 골목 사이사이로

몰래 핀 꽃 한 송이를 찾아 숨어들어 간다.

왜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은 없는 걸까?

온통 밟혀지고 시들어버린 꽃들

한껏 찌들어버린 내 미소

고개를 저으며 도저히 어이할 수 없는

이 시 하나를 차마 찢어발길 수 없어

더 이상 시원하게 뱉어낼 수 없어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몰래 꽃 피는 꿈

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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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시가..안타까운지...숨은꽃이 .그런지..뭣모르고 당당한 놀이터의 그들이 안타까운지..
시속의 화자가 안타까운지...

몽원 2015-03-25 16:09   좋아요 1 | URL
이십대 초반에 쓴 끄적거림에 가까운 글인데.. 이런 글도 시로 봐주시고 공감해주시니...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장소] 2015-03-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어슷 ..자신을 괴롭히는 ..혹은 탕진하는..기분이 들어서..알것도 같고..모를것도같고..그래요.
 

 

 

 

봄날을 기억

 

 

 

이제는 벌써 유년의 언덕배기

마른 엉겅퀴들 가득 엉키어

푸석푸석 아스러지는 소리 따라

밟아 올라서면,

밑동이 잘려버린 그루터기 하나

화석처럼 꼿꼿하게 굳어

쩍쩍 갈라진 틈새 사이로

겨울, 잠들기 위해

개미들이 기어 다니고

깊은 동굴 속으로 동굴 속으로

침잠해가고 있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그 그루터기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잔풀을 보며

그 여린 잎맥의 결을 따라 입맞춤하고

짓이기던 손끝에 베인 짙은 향내에

서러워 울었음을.

 

 

그 밤, 그 언덕 아랫마을

무수히 펼쳐진 창가의 불빛들과

가로등 불빛들로 촛불을 켜고

지금은 아이의 아빠가 된 동무들과

못 다 부른 별빛의 노래를 부르며

별똥별처럼 바닥으로 그 아래로

타들어가는 소망으로

떨어져 갔었음을.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차도 위에 헤드라이트 불빛들처럼

금세 모두 사라져 갔지만

우리 모두

그곳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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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1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몽원 2015-03-12 14:53   좋아요 1 | URL
종종 소리 없이 님의 서재도 들리고, 제 서재도 들렸습니다. 조금 바빴습니다. 하하;;
 

 

 

 

신앙 없는 자의 외침

 

 

랭보,보들레르,기형도,부처,예수,네루다

고흐,고갱,루오,도스토예프스키,바흐,헨델..

사막보다 건조하고 남극보다 냉랭한

별이 뜨지 않는 마을에서 당신들의

몸뚱이 없는 이름들을 덜컥 불러봅니다.

아린 목젖에 걸린 통증이 가슴으로 내려와

콕콕 쑤셔오는 고통 되어

관능에 촉수가 달린 당신들의 고귀한

몸뚱이,몸뚱이 불러봅니다.

허공에 둥둥 얼굴 없는 목이 떠다니고

보이지 않는 관음의 시선 위해 당신들의

이름, 이름들 새겨 넣습니다. a1,p4,r3,z5,g7,,,

아..아파옵니다. 피..피가 납니다.

알..알겠습니다. 젯..젯..젯.. 지.랄.

1+4+3+5+7=20, 1*4*3*5*7=420, 420-20=400,

당신들은 이제부터 모두 400번의 지랄 같은

감정들입니다. 400번의 힘겨운 자위입니다.

400번의 구타입니다. 그러나 당신!

당신의 몸뚱이는 어디 갔나요?

저는 멀리 유배를 떠나,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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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없는 자의 편지

 

 

당신의 영혼에 한없이 흔들리는

흐느낌이고 싶었습니다.

영혼이 없다면 당신의 마음에

끈덕지게 눌어붙은 눈물이고 싶었습니다.

그마저 없다면 가난한 거지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뿌리쳐진 제 손길은

어디에 가 닿아 미끄러져야만 하는 건지요?

세상이 아닌 당신을 전부가 아닌 하나를

가질 수가 없고 찾을 수가 없어

그 무엇도 드릴 수가 없고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어

아무런 믿음 없이

아무런 바람 없이

메마른 당신께

안부를 묻고 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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